조선을 풍미한 16인의 소울메이트 - 은쌤이 들려주는 역사적 만남 이야기
은동진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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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조선의 역사 <조선을 풍미한 16인의 소울메이트>(이담북스, 2020)

역사를 교과서에서 배우거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적 호기심이 아닌 수업의 일부분으로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딱딱한 진행자의 말투와 역사적 사실의 사건식 나열은 지루해서 끝까지 시청할 수 없었다. 요즘은 어떤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역사는 교과목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 있는 이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다. 유명 스타 강사를 앞세워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여행을 다니며 역사를 알려준다.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 다큐멘터리는 시나리오에서 연출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시청자와 관객으로 하여금 흥미롭게 만든다. 서점에 가면 미취학아동 때부터 재미있게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역사를 가르치고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책도 출간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역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작해 글을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 고등학생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도록 썼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조선의 거대한 역사를 16명의 인물로 정리했다. 같은 시대 또는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인물을 2명씩 짝지어 8개의 목차로 소개한다. 조선을 대표하는 두 천재 세종과 장영실, 비운의 왕과 조선 최고의 충신이었던 단종과 성삼문, 조선 최고의 콤비라 할 수 있는 정조와 정약용, 조선 제일의 듀오 오성과 한음이다. 조선의 방패 역할로 임진왜란을 막아낸 전쟁 영웅 권율과 김시민, 조선을 꽃피운 천재 여성 예술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조선에서 으뜸가는 두 상인 김만덕과 임상옥, 조선의 풍경을 담아낸 화백 김홍도와 장승업까지 그야말로 조선을 풍미한 이들이 주인공이다. 한 가지 주제에 맞게 엮어진 인물은 각각 세부적으로 소제목을 적어 꼼꼼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한글의 최고 장점은 표음 문자인 동시에 조합하기도 쉬운 문자로써 배우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문자의 해설이 주어지는 경우는 한글이 유일하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는 한글 해설집 <훈민정음해례본>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한글의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알 수 있고, 한글의 과학성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네스코는 1997년 10월 1일에 우리나라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p.30)

조선 후기 모든 왕들이 상언과 격쟁을 허용하였지만 정조가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정조가 현륭원을 참배한 것은 모두 13회이며, 이때 처리한 상언이 1천1백여 건입니다. 한 번의 행차마다 대략 85건의 민원을 처리하였습니다. 이는 정조가 화성 행차를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효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화성 일대 백성들을 직접 살피고 민원을 해결하는 기회를 활용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버지 죽음에서 시작된 정조의 복수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과정과 일치하였고, 그 끝에는 백성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p.118)


충무공은 '신하의 도리를 지키고 나라를 위하여 몸을 아까지 않아 밖으로는 외적을 물리치고 안으로는 법도를 바로 세운'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에게 임금이 내린 시호입니다. 국란의 위기에 큰 공을 세운 무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시호였습니다. 충무공 시호를 받은 이는 고려 시대에 3명, 조선 시대에 9명이 있었습니다. '충무공'의 대명사 이순신 장군은 4번째 인물입니다. 이번에 만날 주인공은 5번째로 충무공 시호를 받은 인물입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권율 장군이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손꼽히는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이 이번 주인공입니다. (p.200)

2007년 10월 한국은행은 "여성, 문화 예술인으로서 대표적 상징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신사임당을 5만 원권 지폐에 넣고자 했습니다.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일부 여성 단체가 "신사임당은 부계 혈통을 성공적으로 계승한 현모양처로 지지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였습니다. 물론 "이번 화폐 인물 선정이 신사임당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지금도 많은 분들이 신사임당을 가부장적 가치관에 기초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의 전형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는 상당 부분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p.224~225)

허난설헌은 자신에게 세 가지 한, 삼한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이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난 것이요, 두 번째는 이백이나 두목같이 재능이 출중한 남자가 아닌 남편 김성립과 결혼한 것이요, 세 번째는 중국이 아닌 조선에서 태어난 것이라 하였습니다. 개인적 차원의 한을 넘어서 조선 시대의 법률, 제도 등 구조적 차원에서의 모순과 그에 따른 여성의 희생 문제가 삼한에 담긴 셈입니다. 속박과 장애의 연속이었던 결혼 생활 속에서 허난설헌은 더욱 시문과 독서에 열중하면서 불행과 고독으로 점철된 삶을 글쓰기로 승화하였습니다. (p.246)

세종과 장영실 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 있다. 작년 연말에 봤던 <천문: 하늘에 묻는다>라는 최민식, 한석규 주연의 영화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 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 20년간 꿈을 함께하며 큰 업적을 이뤄낸 이야기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두 인물이 맞이하는 최후가 어찌나 마음 아프게 그려지는지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중국 사대주의 가득한 신하들 사이에서 끝내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 우리가 현재 자유롭게 한글을 사용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조선 전기에 세종이 있다면 후기에는 정조가 있다. 애민 정신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을 진흥시켰다.

충무공 이순신 못지않게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권율과 김시민도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다. 난세의 영웅이란 말은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닐까. 조선에는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은 주목받지 못했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다. 신사임당이 훌륭한 어머니와 현모양처로만 알고 있다면 잘못된 상식이다. 신사임당은 조선 시대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시, 서, 화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진취적인 여성이다. 한편 허난설헌도 시인으로서 수많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울렸던 원조 한류 스타다. 신사임당과는 달리 제약이 많아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마치 옆에서 다정하게 대화하듯 편한 문체로 글을 썼다. 어린이 만화에서 성우가 천천히 친절하게 소곤소곤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자료들과 이미지를 활용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역사를 알고 싶으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인물 한 명 한 명에 빠져 읽다 보면 어느새 역사에 한걸음 내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더 이상 끙끙대며 역사를 배울 필요가 없다. 역사를 보다 용이하게 접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타가 간혹 있어 조금 거슬린다.


* 본 포스팅은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책을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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