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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이전과 대비해 가장 큰 대외적 이미지 변화를 겪은 집단이라 하면 아마 기독교 집단이 아닐까? 교회발 감염 기사가 뜰 때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보다 훨씬 격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종교, 신앙에 대해 그렇게 적나라하게 반감을 드러내는 것은 남의 가치관을 모독하는 행위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굉장히 무례하고 교양이 부족한 것으로 간주됐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신천지 같은 악질 사이비 종교조차도 오랜시간 양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했음을 떠올려보면, 종교에 대한 우리의 도덕 관념이 최근 급속도로 변화 중임을 실감해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기독교를 향한 사람들의 비난이 일부 교회가 대면 예배를 고집하고 있는 행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거론되고 있는 기독교가 유독 다른 종교에 비해 헌금을 많이 받는다든가- 그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든가- 길거리에서 끈질기게 전도를 한다든가 하는 지적은 분명 그동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으나 켜켜이 쌓아두고 있던 불만이 변화한 사회 분위기를 타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큰 사건, 특히 재난 상황을 맞은 뒤에는 항상 그 이전의 시대와 경계선을 그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가치관 변화가 뒤따라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팬데믹 후에는 어떤 가치관 변화가 있을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바로는 이전보다 훨씬 실리에 맞고 능력중심주의적인 세상, 눈에 보이고 당장 손에 잡히는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생각했을 때 최근 사람들이 기독교에 드러내고 있는 반감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여진다. 눈에 보이는 것, 합리적인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절대적인 가치로 두고, 대면 예배와 신도 간의 친목 단합을 그 어느 집단보다 중요시하는 종교단체의 성격은 확실히 다가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어쩌면 지금 기독교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은 종교 대 비종교, 유신론자 대 무신론자의 전쟁을 알리는 시발탄인 건지도 모른다.
[ 수많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자신들의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신들에게 기도하고, 동물을 제물로 바쳤으며, 행운이 찾아오면 그들에게 감사하고, 일이 잘못되면 그들을 탓했다. 그런 고대인들이 틀렸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알까? 왜 지금은 아무도 제우스를 믿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대부분은 그 오래된 신들에 관한 한 '무신론자(atheist)'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한때 로마인은 초기 그리스도인이 유피테르나 넵투누스, 또는 그 부류의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신론자라고 불렀다. 요즘 우리는 그 말을 어떤 신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신, 만들어진 위험> p14 ]
토테미즘 같은 원시 종교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오늘날의 다양한 종교들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시간과 공간에 맞춰 모습을 변화하면서 인류와 계속 함께해왔다. 인류는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각종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종교적 믿음에 기대 정당화함을 통해 위로 받고 의지해왔다.
[ 다윈이 등장하기 전, “생물 세계의 이 모든 아름다움과 복잡성이 설계자 없이도 생겨날 수 있었다”는 말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황당한 소리였다.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했다. 다윈은 그럴 용기가 있었고, 우리는 이제 그가 옳았다는 것을 안다. 과학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틈새가 있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는 다윈이 등장하기 전 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말하던 식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 “진화 과정이 애초에 어ᄄᅠᇂ게 시작되었는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을 보면 신이 시작한 게 틀림없어.”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을 보면 신이 만든 게 틀림없어.” “물리법칙이 어디서 오는지 우리가 모르는 것을 보면 신이 만든 게 틀림없어.” 우리가 모르는 틈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걸 신으로 메우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마다 성가시게도 과학이 나타나 그것을 메우곤 한다는 것이다. 다윈은 그중 가장 큰 틈새를 메웠다. 그리고 우리는 남아 있는 틈새도 결국 과학이 메울 것이라고 생각할 용기를 내야 한다. 그것이 이 마지막 장의 주제이다. 신, 만들어진 위험> P319~320 ]
<신, 만들어진 위험>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그런 종교에 이제 그만 과감하게 작별 인사를 건네자고 말한다. 우리 인간이 알 수 없는 부분, 아직 이해하지 못한 틈새에 대한 두려움을 더이상 종교라는 허상이 아닌, 실존하는 '과학'에 의지해 극복해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것을 믿는 전세계 수많은 인구에 도전하는 것은 그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설령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가지더라도 그것이 인류에게 주는 안정감, 도덕 법칙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의견이 주류였기 때문에 무신론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기 일쑤였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대의 국면 앞에 선 지금, 그 어느 시대보다 사실을 직시하려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의 시대에 그의 주장은 얼만큼의 동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멍하니 서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은 갈팡질팡하는 당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