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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이은진의 범죄심리 해부노트
이수정.이은진 지음 / 김영사 / 2021년 6월
평점 :

신간 <범죄심리 해부노트>를 보자마자 크게 흥미를 느꼈다. 일단 범죄심리학이라고 하면 나를 포함해 누구나 관심과 흥미를 갖기 쉬운 분야다. 여기에 공동 저자인 이수정 교수가 그것이 알고싶다 등 다양한 방송출연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파일러로, 막대한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읽어보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달까.
“왜 어떤 성격장애는 범죄로 이어졌는가”
<범죄심리 해부노트>는 편집성‧ 조현성‧ 조현형‧경계성‧자기애성‧연극성‧반사회성‧회피성‧의존성‧강박성 성격장애 등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다양한 성격장애로 인해 발생한 중범죄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실제 범죄 사례를 소개한 뒤, 전문가의 분석이 이어진다.
사례를 제시할 때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 일인칭 시점, 삼인칭 시점 등 각각의 사례 속 인물의 성격적인 특성이나 내면의 역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 때문인지 개인적으로 마치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인상도 받았다. 사례 속 가해자가 어떤 성격 장애를 왜 갖게 됐는지, 그것이 어떤 시점에서 폭발해 파국을 빚게 됐는지를 스스로 유추해 본 뒤, 전문가의 해설을 읽으며 답을 맞춰볼 수 있었다. 흥미롭게 술술 읽혔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추리 소설 속 허구가 아닌, 실제 발생했던 사건임을 떠올릴 때마다 결코 가볍게만 소비할 책은 아니라는 점을 느꼈지만 말이다.
“성격장애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놀랍게도 책을 읽는 내내 가해자들이 가진 성격장애와 유사한 면이 내게도 있다고 번이고 느꼈다. 또한 저자인 이수정 교수는 자신도 항상 스스로가 강박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독자들이 자신의 성격장애도 중범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사전에 언급하고 있다. 책 속 가해자들의 성격장애가 아주 특수한 세상의 특수한 사람들의 것이기만 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성격장애 관련 상담/치료의 진입장벽이 아직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범죄심리 해부노트>속 가해자들의 사례를 보면 어릴 적부터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양한 학대 환경에 처해 있었고, 거기에 대한 시기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치료되지 않고 곪고 곪다가 어떠한 계기를 만나 끔찍한 범죄로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은 끔찍한 중범죄자인 동시에 심각한 마음의 중병 환자이기도 했다.
몸의 병이 환자를 죽인다면 마음의 병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무고한 제3자를 해치고 살해하는 끔찍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몸의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 접종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처럼 이제는 마음의 병도 미리미리 진단되고 치료되는 것이 보편적이고 당연한 일로 여겨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개인이 완성된 인격을 갖는 일은 절대로 쉽지도, 당연하지도 않다. 특히 흉악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과거력을 추적하다보면 첫 단추가 언제, 왜 잘못 끼워졌는지 발견하곤 한다. 물론 이런 발견으로 이들의 잘못을 면책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보다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면 그에 대한 대안 역시 찾아낼 수 있다는, 그야말로 학자적 과점에서 각 장을 구성했다. 이 책을 단순히 범죄자를 변호하기 위한 서사가 아닌, 미래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연구자의 노력으로 여겨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범죄심리 해부노트> 프롤로그 中-]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