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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평점 :

컬렉션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티셔츠는 어느 것인가?그건 역시 'TONY TAKITANI' 티셔츠다. 마우이 섬 시골 마을의 자선매장에서 이 티셔츠를 발견하여 아마 1달러에 산 것 같다. 그리고 '토니 타키타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다 내 맘대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썼고, 영화화까지 됐다. 단돈 1달러입니다! 내가 인생에서 한 모든 투자 가운데 단연코 최고였을 것이다.
<무라카미 T> 009쪽에서
오늘 소개할 새책 <무라카미 T> 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일본, 아니 동양인 작가 중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본격 티셔츠 예찬' 사진 에세이집이다.
무심코 "티셔츠 수집 비슷한 것을 하고 있어요." 라고 뱉은 말이 화두가 되어 잡지에 일 여년간 연재한 원고를 묶어 출판했다는 소개에 걸맞게, 이 책은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술술 읽을 수 있다.
또 그와 동시에 작가는 오랜 내공으로 독자들에게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툭툭 무심코 던져주고 있기도 해
'가볍지만 쉬이 떠내려가지 않고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인 감상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유명 작가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 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70년세가 넘은 노년의 작가가 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하다. 20대인 내가 읽어도 전혀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또 작가 자신은 어쩌다보니 모인 것들로 어쩌다보니 책까지 내게 됐다고 겸손을 보이고 있지만
70년이라는 긴 인생을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매우 친근한 - 어떻게 보면 약간 볼품 없어 보일 정도로- 일상적인 소재인 T셔츠를 통해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왜 비단 동양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도 널리 읽히는 작가인 것인지, 7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런 그의 신작들이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산뜻함.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모인 티셔츠 얘기로 책까지 내고 대단하다. 흔히 '계속하는 게 힘'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그렇군.
<무라카미 T> 책머리에서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