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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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서사'가 주목 받고 있다. 도서, 영화,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재조명받고, 또 대거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시작된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압도적으로 한쪽 성별에 치우쳐진 문화를 향유했는지를 생각해 볼 때,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비채의 신간 <컨페션>은 이러한 흐름에 꼭 들어맞는 여성 서사 소설이다. 이야기는 2017년 현재와 1982년 과거, 두 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각 딸인 로지와 그녀의 엄마 엘리스가 주인공이다. 중심 사건은 로지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출생 직후 실종된 엄마가 소설 <푸른 토끼>의 작가 코니와 동성 연인 관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분을 감추고 코니의 어시스턴트로 잠입해 엘리스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로지는 오래된 남성 연인의 유아적인 행동에 질렸지만 30대에 독신이 되는 것이 두려워 회피해온 자신을 마주하고, 비로소 자아를 찾아 새출발을 하게 된다.

 

[학창 시절의 화두는 아기가 아니었다. 그때는 다른 종류의 서취, 몸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학위, 능력, 밀랍으로 날개를 붙이고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는 것. 친구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밀랍 날개를 단 신화 속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씩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들은 날개의 낡은 깃털로 둥지를 지었다. -<컨페션> 132-]

 

["난 기진맥진 상태야. 평생 이렇게 피곤했던 적이 없어. 그리고 가끔은 내가 우리 모두를 떠밀고 가는 것 같아." 켈리의 음성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댄은 그 대가를 그냥 받고 있어. 그 사람은 매일 출근하고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사분의 일도 보지 않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도 잘 못 자. 아이 생각을 하면 너무 고민스러워. 준비가 안 됐어." 켈리는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었다. 놀랍게도 울고 있었다. 켈리는 운 적이 없는데. -<컨페션> 156-]

 

소설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다룬다. 십 년 가까이 남자친구와 동거 중인 로지는 주변의 재촉과는 달리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로지는 이와 관련해 자신이 세상의 상식에 어긋나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고민한다. 반면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며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절친한 친구 켈리는 겉보기에는 부족할 것 없는 화려한 인스타그램 스타이자 부와 미를 모두 갖춘 화려한 미시이지만 남몰래 곪아온 상처를 꺼내며 눈물 흘린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떠밀리듯 아이를 출산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영영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엘리스. 마침내 그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된 로지는 엄마와는 다른 선택을 내린다. 코니는 이 선택을 전적으로 응원하고 그녀가 여행을 떠날 때 언제든 돌아올 곳이 되어줌으로써 마침내 오랜 세월 가슴에 담고 있었던 엘리스와의 깊은 갈등의 응어리를 해소한다.

 

[핵심은 감사였다. 모든 것이......진실을 말해줘서, 머물게 해줘서, 신뢰해줘서. 내게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엽서 많이 보낼게요. 하지만 전부 제가 돌아온 뒤에 도착할지도 몰라요." 코니는 웃었다. "바래다줄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게요. 언제인지만 알려줘요." -<컨페션> 504-]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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