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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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 이 책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4학년. 아르바이트, 인턴 같은 사회생활 맛보기를 거치며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랄까, 엇비슷한 감정을 슬슬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마다 인파로 들끓는 대중교통에서 서로의 존재가 너무 싫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면, 몇 명 있지도 않은 조직에서 매번 파벌 싸움이 벌어져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속으로 계속 그런 질문을 던져왔던 것 같다. 팍씨, 이럴거면 그냥 따로살아. 서로 그렇게들 싫어하면서 왜 부대끼기는 또 그렇게 부대끼냐는 말이야.

그러던 중 만난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는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이자, 내가 찾고 있었던 질문인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에 대해 차근차근, 반복적으로, 성실하고 충실하게 답변해주었다.

 

서문

물론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그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질병과 외부인을 별생각 없이 안이하게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유행병에 관한 대화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조직화된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국가 간의 비난 게임으로 변질되기 쉽다사회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인정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가 닥쳐왔을 때엔 나쁘게 행동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우회할 방법은 사회가 우리 인간에게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잘 이해하는 것밖엔 없을 것이다.”-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발췌

 

따끈따끈한 신간답게 작가는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의 포문을 열고 있다.

크게는 국가 간에서부터 작게는 교회 같은 특정 사회 집단, 혹은 ' 추캉스족' 같은 불특정 다수 개인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확산 책임 묻기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실제로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가는 차치하고, 코로나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타인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는 현 실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이런 곤란한 상황을 우회할 방법은 사회가 우리 인간에게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잘 이해하는 것밖엔 없다'고 처방을 내리고 있다. 이는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라는 책의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서문개미와 인간 그리고 사과와 오렌지

다른 지역에 침입한 아르헨티나개미 초군집에 속한 개미들의 무게를 모두 합치면 향유고래 한 마리의 무게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들의 사회는 어떻게 이렇게 커졌을까? 외계인이 2만 년 전에 지구를 찾아와 몇몇 수렵채집인으로 구성된 사회를 발견한 후, 다시 몇 세기 후에 돌아아 인구가 십억 명이 넘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보았다면 그들도 인간에 대해 그런 가설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인류와 아르헨티나 개미의 초거대 사회가 만들어지는 데는 그 어떤 극적인 변화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더 간단하다. 양쪽 종 모두 그저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때 사회의 팽창이 확실해졌다. 이런 무한한 성장 능력이야말로 초군집을 다른 종의 사회와 구분해주는 특성이다.”-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발췌

 

저자 마크 모펫은 스스로를 사회적 곤충(social insect)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전공을 십분 활용해 개미의 초군집 사회와 인간 사회의 공통점에서 시작, 어떻게 인간 사회가 이렇게 커질 수 있었는지, 그 근원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개미를 포함한 다른 동물들의 사회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도의 조직력과 원리를 가지고 돌아간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 ​사회의 불가피성

우리는 사회를 폐기할 수 있을까? 사회들을 모두 하나로 결합시키거나, 아니면 적어도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건설한 연합체의 부차적인 존재로 만들 수 있을까?” -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발췌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를 읽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위의 질문에 지체없이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짚고 있듯이 인간 사회에는 여러가지 문제점과 모순점이 있으며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여사는 이유, 모여살 수밖에 없는 이유,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지를 작가는 논하고 있다.

 

정리

책 두께가 꽤 된다. 주석과 참고문헌을 제외한 본문만 600페이지 가량이다. 어떤 사람들은 첫인상만 보고 지레 겁먹어 도망갈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처음 택배를 받았을 땐 벽돌이 배달된 줄 알았다) 그러나 동물행동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여러 지식을 차근차근, 반복적으로, 성실하게 전달하는 책임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분량은 결코 과하지 않다.

요컨대 학식이의 눈높이에서 말해보자면 다 읽었을 때 '우리학교 최고 전문가 교수님들의 강의만 야무지게 모아 한 학기를 다 수강하고 난 뒤 A+를 받아들었을 때의 뿌듯함'이랄까 ㅋㅋ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다들 (벽돌이라고 겁먹지 말고) 평소 인간 사회 및 사회학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별점 ★★★★☆

한줄평 마크모펫 교수님의 에타 별점 5개짜리 명강의

 

 

인간 사회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훌륭한 책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사실상 모두가 그럴 거라는 얘기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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