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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권 전성시대 ㅣ 창비시선 261
윤성학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평점 :
윤성학 시인의 '당랑권 전성시대'
오랜만에 시를 읽었다. 글쓰기 강좌의 인연으로 윤성학 시인에게 특강을 들었기 때문에 그의 시 스타일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을 사려고 알라딘에 주문하려고 하니 알라딘은 품절..할 수 없이 오랜만에 직접 서점에서 샀다.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시인들은 인세로 벌어야 1년에 100만원 정도라고 했다. 시만 써서는 절대로 먹고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윤성학 시인은 농심의 홍보부에 근무하면서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다. 아마 다달이 월급을 받기 때문에 다른 시인들에 비해서는 생계에 대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시를 쓰기 위해서 회사생활과 창작생활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윤성학 시인 자신은 두 가지를 할 수 있게 자기 안에 두 가지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강의 중 웃으면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시를 읽으면서 깊은 감성도 느껴지지만 왠지모를 유머가 느껴졌다.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장 해설로 문학평론가가 '유머가 있다'고 언급되어 있었다.
다음 '튜브'라는 시는 인생을 유머처럼 역설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사실 인생의 덧없음을 알게 되는 시라 조금 마음이 아팠지만 반면 그 표현 방법이 일상적인 부분에서 캐치해낸 것이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시다.
튜브
사는 게 다 이런가 싶을 때면,
마흔다섯의 어느날 밤 잠들었다가 깨지 않은 종환이형
의 빈소에서, 나보다 네댓 살 많은 정집사의 암세포가 양
쪽 폐로 전이되어 [강동속 여러분 기도합시다] 문자를
받았을 때, 고영민 왈 : 아버지가 전립선암 말기다 지난
주말 당신의 막내아들을 생전 처음 보는 눈빛으로 바라
보시더니,
두번 세번 치약을 새로 짜서
오래오래 양치질을 했다
삶이 치약 같다고 쓴다
써놓고 보니
정말 그런 거 같아서 얼른 지운다
어느 누구도 다시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다
한번 튜브를 빠져나오면,
맨 처음 치약은
부드럽고 매끄러운 몸이었다
안의 것들을 밀어낼 때마다
조금씩 몸을 망가뜨렸다
결국
다 내주고 모자라
밑에서부터 꼬깃꼬깃 자신을 접는다
구겨지며 작아진다
마지막 하나까지 알뜰히 밀어내면
그뿐이라고 쓰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