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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는 은밀한 고백이 하나 있다. 남편이 아닌 다른 이와의 섹스가 어떨까 궁금하다. 하지만 이 고백을 누구에게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할 것이다. 아니, 궁금하다 정도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현실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몹시 궁금해진 어느 때 스마트폰이 곁에 있다면 누가 보지 못하게 구글 검색창을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에게도 구글 검색을 해 봤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속타는 고백 하나쯤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건대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지글지글 타오르는 새벽녘 남모르게 살인방법을 검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말하기 꺼려지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손쉽게 활용한다.
‘당신은 바람을 피웁니까?’ 혹은 ‘당신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설문조사나 인터뷰의 방식을 통해 질문을 받는다면 거짓을 말하는 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나도 어떤 질문 앞에서는 ‘네’라고 할 것인지 ‘아니오’라고 할 것인지 망설일 때가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내는 데에 설문조사나 인터뷰의 방식보다 인터넷 검색을 수집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는 이유이다.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좀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성매매를 하고, 리벤지포르노를 보러 소라넷에 접속할까. 적어도 내 주변에는 그런 남자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작가, 저명한 교수 등 절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라넷에 접속한 이들의 정보를 분석해 보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접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조회수 또한 어마어마하다. 한국사회의 여자들이 느낀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빅데이터를 연구한 <모두 거짓말은 한다>의 저자 세스는 이 책에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때문에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냐든지, 누군가를 죽이는 상상을 했냐와 같은 부정적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니 성매매를 한 적이 있냐, 리벤지포르노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남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스는 이처럼 민감한 주제일수록 사람들은 거짓을 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지적하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들키지 않을 안전지대인 인터넷 상에서 진실을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를 통해 얻게 된 진실은 과연 정의로울까. 세스는 빅데이터의 힘을 긍정하지만 때로는 윤리의 문제를 야기시키기 때문에 무서울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가령 고용주가 입사지원자를 살필 때 소셜미디어를 샅샅이 뒤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은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주머니를 어떻게 털어야 하는지를 알아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여자친구를 죽이는 방법’이 2014년 한 해 동안 6000번 검색됐다고 한다.
세스는 철학을 공부한 사람답게 빅데이터를 다루는 태도에 대해서도 진지하다. 빅데이터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빅데이터가 마치 세상의 모든 진실을 알아낼 수 있는 만능 도구인 것 마냥 다루어서도 안 된다고 한다. 학생들이 객관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측정할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나 호기심, 자아 계발 등은 쉽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빅데이터가 지닌 힘에 대해 풍부한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섹스나 증오, 편견, 페이스북 친구 등에 대해 얼마나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 진실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상술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최근에 본 영화 ‘버닝’에서 주인공들은 세상이 수수께끼 같다며 서로를 불신한다. 그들이 빅데이터를 알았다면 수수께끼 같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작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삶의 구체성까지 빅데이터가 해결해 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