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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용어 설명서 - 영알못 서학개미를 위한
구경서 지음 / 길벗 / 2021년 10월
평점 :
한국 주식에 발꼬락만 담궈도 심장이 벌렁벌렁, 매일 매일 계좌를 수십 번 들여다봐도 떨리던 시절. 작년 코로나로 주가가 폭락했다 급반등하던 시점이었다. 새가슴인 나는 한국 주식 중에서도 그나마 안정적이고 변동성이 적다는 배당주에 들어가서도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는데, 위대한 용자인 내 친구는 나와 같은 시기에 주식을 시작했는데도 테슬라 단타를 치며 수익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런 용감한 내 친구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 저 친구는 영어에 일가견이 있으니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쪼그라들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ㅠㅠ
그 이후에 조금 주식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아질수록 변동성이 큰 신흥국 주식인 한국 주식보다 전세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미국 주식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점점 커져만 갔다. 정확한 맥락이나 수치가 다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삼프로TV 진행자이신 김프로께서 한국 주식에 대해 흥미를 보이는 지인에게 삼전(?) 투자를 권했더니 겨우 포폴에 5%(?) 남짓 담는 것을 보고 내가 성심껏 조언해줬는데 겨우 그만큼 담았냐며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을 때, 한국이 글로벌 마켓에 2% 남짓 차지하는데 5% 투자한 것이면 많이 한 것이라고 받아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셨을 때 사실 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아, 내가 정말 작은 물에서 놀고 있구나!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큰 사람이 된다고 한다던데 어쩌면 자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그런 고민점이다. 실제로 KOSPI가 오랜 기간 박스권에서 머물렀던 반면, S&P 지수는 사실 때때로 충격을 받을지언정 우상향의 키를 놓지 않았다는 점 또한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걸 더 일찍 통찰하고 용감하게 도전한 내 친구를 다시 한 번 존경하며, 알면 알수록 볼매인 미국 주식 용감하게 뛰어들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여전히 내 영어실력은 발목을 잡았다.
영어가 내 인생에 발목을 잡는 적은 학창시절 말고는 크게 없었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쓰는 직종에 취직하지 않다보니 사실 수능때와 취직 때를 제외하고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영어는 못하는 주제에 막 영어(?)는 또 자신 있어서 여행을 다닐 때는 알아 듣든 못 알아듣든 주저리 주저리 하고픈 말은 대충 다 하고, 물론 영어 듣기도 읽기도 잘 안되지만 요즘 세상이 좀 좋아서 번역기로 휘리릭 돌리면 또 대충 해결이 되었다! 나중엔 자동 실시간 번역 통신기 같은 것도 스마트폰에 탑재되지 않겠는가 싶다보니 점점 더 공부의 필요성을 덜 느끼기도 했다. 물론 언어의 장벽은 높지만 기본적인 회화 정도만 익힌 후에는 여러 요소를 통해 점점 허물어지리라 내심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봉준호 감독님이 세계 유수의 상을 휩쓸 때 통역을 맡아 감독님의 뉘앙스를 센스있게 초월통역해버린 샤론최님을 보면, 저런 뉘앙스까지 살려버릴 수 있는 실력자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 어쩌면 질투가 없을 수 없었다.ㅠㅠ 갖지 못한 자의 부러움이랄까.
주섬주섬 편파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모아 내가 당장 필요한 지식에 한국 주식에서 얻은 약간의 지식을 더하여 미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많은 난관이 봉착했다. 롱(일반적 주식 투자)이나 숏(공매도)처럼 그들에게는 쉬운 표현들인데, 우리에게는 번역되면 딱딱해지는 용어들을 익히는 것부터 필수적으로 시작해야했다. 또 YOY, MTD, FTM처럼 사실 뜯어놓고 보면 진짜 별거 아니고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지만, 막상 갑자기 이 낱말이 맥락 없이 툭 튀어나오면 PER처럼 무슨 주식 약자인가 싶어 또 움츠러들게 되었다. 또 아무리 번역기를 돌려도 낱말들 사이의 그 섬세한 표현의 차이까지 모두 해석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결국은 제대로 그들의 딕션을 알아차리려면 그 작은 표현에 집중해야하는데, 이게 또 경제용어들이다보니 그들만이 쓰는 미묘한 뉘앙스라는 것이 일반 용어와 달리 존재하는 것이다!ㅠㅠㅠ 물론 한국어를 잘한다고 주식을 잘 하는게 아니니, 영어를 잘한다고 미국 주식을 잘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걸 이젠 잘 알고 있지만.. 갑자기 내가 산 주식이 빠지기라도 하면 꼼꼼하게 뉴스 기사를 읽게 되는데 그 기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그 섬세함을 읽지 못해서 빠져도 빠지나보다. 오르겠지 뭐..하고 멍때리다 대 손실이 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러한 용어적인 갈등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제목부터 사실 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책을 열어보기 전엔 살짝 갈등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냥 일반 사전과 뭐가 다를까. 왠만한 주요 용어들은 사실 검색 한 번으로 찾아볼 수 있긴 한데 꼭 사야할까 하는 그런 고민들. 하지만 책을 펼치자 그런 자잘한 고민들이 사라졌다.
책의 머리말에서는 내가 고민하는 주식 용어의 어려움이 왜 발생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우선 주식시장에서 쓰는 실무적인 표현(고유의 표현들)이 있기에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낯설 수 있다는 것, 또 실무 표현이 아니라도 워낙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있기에 경제에 관심이 없으면 그 용어의 이해가 어렵고 또 해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용어의 난이도나 전문성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평소에 익히 쓰는 낱말들도 주식시장에서는 또다른 별개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오히려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 경제용어인데 약간 유행어인 마냥, 또는 명언인 마냥 자기들끼리의 암묵적인 뜻을 갖고 쓰는 일상용어같은 용어들이 있는데, 이건 그 용어의 숨은 뉘앙스나 의미를 알지 못하곤 무슨 말인지 듣고 바로 캐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의 머리말 예시인 Widow-and-Prphan Stocks 과부, 고아용 주식을 처음 본 나는.. 음.. 보육 관련주인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이 용어가 죽은 남편에게 받은 유산이나 기부자가 고아들에게 쓰라고 주는 지정 기탁 자금같이 원금의 손실 없이 수익을 꾸준히 나누어주는 안정적 배당주를 의미한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ㅠㅠ 아니 누가 저걸 저렇게 해석을 하겠냐 싶지만, 또 막상 의미를 듣고 나서 보니 아.. 완전 맞말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난 국장에서도 그렇지만 여전히 배당주를 완전 사랑해서 포트에 배당주를 그득그득 담고 있는데... 이런 배당주의 깜찍한 별명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게 뭔가 웃기면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쓰신 구경서님은 이런 어려움을 잘 풀어 주식 용어 풀이서를 만들고자 2년 정도 주식 용어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그 뜻을 소개했다고 한다. 주식에 대한 관심도 있었겠지만, 영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크신 분이다 보니, 이미 영어 상식이나 각 분야에서 쓰이는 영어 용어를 정리하여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내신 분이라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들을 세세하게 분류하여 잘 소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가 책의 목차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분류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용어라는 것이 워낙 종류도 많고 방대하고 쓰임도 모두 다른 이 용어들을 나라면 어떻게 정리할까 사실 책의 제목을 보고 살짝 고민을 해보았는데, 나라면 그냥 ABC순으로 사전식 나열을 할 것 같았다. 물론 그러면 찾기야 참 쉬웠겠지만 내용들 사이에 맥락이 생기지 않고, 전체를 쭉 읽어도 조직화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아예 비슷한 용어를 우선 갈래로 잡은 후에 주린이들의 입장에서 시장 자체를 소개하는 분류기준인 용어들부터 해서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어 이해가 더 쉽게 잘 되었다. 사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센스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머리속의 미국 주식 용어에 대한 지식이 워낙 편파적이고, 당장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한 나열만 있다보니.. 사실 내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ㅠㅠㅠ 그런 상태에서 이 책의 첫 챕터를 읽으며 깨달은것이.. 아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는 구분할 수 있으면서, NYSE랑 나스닥에 대한 구분이 머리 속에 없었다..ㅠㅠㅋㅋ 다우지수와 S&P500에 대한 구분은 있었는데 오 이건 나스닥이네 오 이건 뉴욕거래소잖아! 이렇게 구분은 잘 안하게 되었다.. 코스피나 코스닥은 잘 구분하고 심지어 중국 상해나 심천, 홍콩증권소같이 중국 쪽은건 또 잘 구분하는데 말이다! 거기다 AMEX는 또 너무나 낯설었고.. 코넥스같은건데... 코넥스도 내겐 낯설기 때문에 AMEX는 당연히 낯설수밖에..ㅠㅠ
사진은 목차가 9개밖에 없어보이지만.. 사실 9개가 아니라 24개나 된다. 목차가 꽤나 재미있게 분류된 것이, 재무재표나 멀티플, 공매도, 배당, ETF같은 용어 뿐 만 아니라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 같은 존재인 FED가 FOMC에서 쓰는 용어를 소개하거나, 주식과 함께 분산투자를 위해 포트에 꼭 넣어야 할 채권에 대한 용어들, 요즘 핫한 비트코인 용어들, 중국과 홍콩 증시 용어들, 미국 경제 뉴스에서 많이 쓰는 헤드라인 용어들처럼 뉘앙스가 제일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용어들부터 밈주식 같은 투자자들의 재치있는 용어 풀이, 워런버핏부터 피터린치, 레이달리오, 벤자민 그레이엄 같은 투자의 대가들이 즐겨 쓰는 용어 정리 까지 온갖 재미있는 분류로 낱말을 소개하고 있다. 낱말을 공부한다니, 마치 우리가 영어 낱말을 공부했던 것처럼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읽어보니 챕터별로 주제가 흥미진진한데다 내가 원하는 부분부터 발췌독도 가능하고, 각각의 색들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의외로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또 책의 챕터마다 시작할 때 이 챕터에서는 어떤 것들을 다루고, 거기에 나오는 주식 용어 중 중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한장 정도의 분량으로 요약하여 소개하고 있다. 첫 도입이기 때문에 주요 단어들은 굵은 글씨 처리까지 하여 강조하기 때문에 눈에 더 잘 띄고, 이 내용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익힐 수 있는지 확인하기가 수월해서 더욱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챕터는 미국 주식을 분류하는 11개의 섹터 관련 용어들이다.
업종(섹터) 분류가 국내와 다르고, 핀비즈를 통해 워낙 이 분류별로 나누어진 S&P500 종목들을 자주 보다보니 섹터에 대한 이해를 자세하게 하고싶은 욕구가 자주 들었다. 관심종목에 주식들이 자꾸 늘어나다보니 비슷한 애들을 묶고 싶은 욕구가 드는데, 다 묶어놓고 핀비즈를 보니 내가 묶은 거랑 영 다르고, 그래서 그걸 보니 더 혼란이 왔던 것 같다. 섹터들에 대한 소개를 블로그에서 찾아봐도 뭔가 표현들이 어렵고, 헷갈리고, 또 이게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분류기준들도 있다보니 사실 뭐가 뭔지 짬뽕이 되어 혼란스러웠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카드 류 같은 비자가 금융이 아닌 IT에 있기도 하고, 임의소비재엔 온갖 필수품이 짬뽕이 되다보니 아마존이나 테슬라, 나이키, 스벅이 혼재되어 있어서... 차화정의 차가 왜 여깄나. 우리로 치면 지마켓이나 옥션같은 아마존이 왜 저깄나. 하고 대 혼란이 펼쳐졌는데 그런 상황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한눈에 쭉 읽다보니 그래도 조금은 구분기준이 생기는 기분이다.

또 책을 읽으면서 그냥 용어에 대한 소개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 주식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다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용어 설명서인데 주식 기본서같이 이론도 다루는 느낌이랄까. 물론 기법이나 기술, 분석 등의 관점을 다루지는 않지만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해주다보니 기본서 만큼의 이해도는 얻을 수 있다! 또 인접 용어들을 차근차근 설명하다보니 더 내용이 잘 이해가 된다! 관련한 주식을 소개하기도 하고, 실례를 들어 기법에 대하여 소개하기도 하다보니, 다음에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내용들을 고구마 줄기 캐내듯 주렁주렁 얻어낼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는, 2도 인쇄를 아주 효과적으로 썼다는 부분이다. 책이 주황주황 잉크와 검정 잉크를 활용하여 인쇄를 했는데, 영어 용어들이 나올 때 이걸 52w Low(52주 신고가)처럼 표현하면 딱딱하고 재미 없고 지저분하기도 하고 복잡해보이기도 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색을 달리해서 뜻이 눈에 잘 띄게, 그래서 해석이 수월하게 되고 그 후에 용어를 한 번 더 살펴보게끔 배치를 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그래서 용어를 많이 소개하면서도 읽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다보니 하나의 주식 용어를 소개해도 이래저래 엮일 수 있는 주식 용어를 반복하여 많이 접할 수 있어 눈에 더 잘 익는 자연스러운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순서를 섞었을 때의 단점인, 다시 찾기 어렵다를 보완하기 위하여 낱말의 용어를 ABC순으로 다시 정리하고 간단한 뜻을 바로 나열하여 소개하는 인덱스 역시 책 후반부에 제공하고 있다! 딱 용어 사전의 느낌이랄까! 결국 간편함과 흐름 모두를 다 잡은 것이다!!
한국어를 잘 한다고 한국 주식을 잘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영어를 잘 한다고 미국 주식을 다 잘하면 원어민들은 다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마 이 책에 나온 낱말들을 다 안다고 내가 대단히 수익률이 올라가거나 성공한 투자자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낱말을 알고 익히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주식의 관점들을 이해하고, 쓰임을 알고, 미국 주식 용어를 이해하는 것을 통해 미국 주식을 알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할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단순한 낱말 정리나 암기형 책이었다면 의미를 크게 못 느꼈을텐데, 책을 통해 미국 주식 시장의 이해를 함께 할 수 있어 이 책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