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이질적이다, 다르다, 생소하다, 새롭다. 이런 분절적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덜' 분절적인 느낌만이 이영재 시인의 시집을 수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거의 모든 시에서 이러한 느낌이 가득 묻어 난다. 그가 쓰는 언어가 다르고, 그 언어의 조합이 다르며, 그 의미와 결이 다르다. 이미지가 선행하고 이를 묘사하는 언어가 뒤따른다기보다, 언어가 선행하며 그 언어의 매듭으로 이미지가 탄생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아주 많은 경우에 그러한 이미지는 꽤나 '비상식'적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수차례 자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