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네시 일기 ㅣ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3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10년 11월
평점 :
헨리 나우웬의 제네시 일기라고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제네시라는 사람의 일기로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 책은 7개월 간의 뉴욕 주 북부 제네시 수도원에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헨리 나우웬의 트라피스트 수도원 일기이다.
'마음의 빈자리에 하나님이 찾아오신 날들의 기록'이라고 부제(?)로 적어 두었는데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아침 출근해서 업무 시작 전 30분씩 읽었는데
일기의 날짜가 6월에서 마지막 12월이 가까워 가면서 나 또한 아쉬움이 있어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어느 장소를 찾아가고 그 곳에서 적응하고 그리고 떠나는 일련의 일기의 기록이 숨김없이 기록되어 더욱 와 닿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출간하기로 작정하고 기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러하지 않을까...
7개월간의 수도원 생활의 삶을 그리고, 그 삶을 나누고 신앙을 나누는 삶을 바라보며
지난 나의 군대생활이 떠올려지는 것이 왠일일까...
세상과 닫힌 공간, 기다리는 지인들의 편지, 나의 생각과 뜻보다는 규율과 규칙을 우선하는 유사점이 오버랩되기도 했고,
당시 만난 하나님(사회생활에서 만나지 못한 하나님)을 떠올려졌기 때문일까..
아무튼 즐거운 경험이었다.
헨리 나우웬이 존유드 원장과의 대화 속에서 나눈 고백들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고민들이 압축되어 표현되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들의 영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평소 어렴풋이 떠올리는 생각들을 읽던 책에서 만나면 반가워 줄치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중에는 문자로 지인들에게 고백하기도 하는데, 제네시 일기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존유드 원장과의 대화도 아주 좋았지만, 수도원의 일상 삶에서 생각을 짧은 글로 남겼는데 그 속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더불어 책 디자인이 최고 최고다. 파스텔돈이 따뜻하고 제네시 수도원과 잘 어울린다. 이쁘다..(남자라 이런 표현 잘 쓰지 않습니다^^)
- 서로 사랑하는 공동체가 드러내는 건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다..."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돼서 상대방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겉으로 드러난 인물 이상의 존재라는 의식을 툭하면 놓쳐버린다" (P.37)
교회 공동체, 동역자를 바라는 보내는 시선, 특히 아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하나님께 회개할 수 있는 귀한 글이 됐다.
- "고독이 없다면 진실한 사람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고독의 수준이 곧 교제 능력의 깊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초월적인 부르심을 얼마나 선명하게 의식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들과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달라집니다. (P.66)
고독 가운데 만나 주시는 하나님, 하나님과의 교제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 평생 여기 있고 싶다는 소마이 강하게 절실해지면 그때가 바로 떠나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01)
지금 내 삶에 안주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깨우시는 글이다. 나의 갈 길을 주님이 아시오니..
- 자신을 지은 건 다른 인간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며, 남들에 비해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루고 있느냐가
심판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 역시 묵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P.131)
- 온전히, 그리고 조건없이 그분께 헌신하지 않는 한, 절대로 기쁨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한 마음, 한 뜻을 갖는 것이야말로 내 목표이자 소망이다. (P.302)
위 두 문장은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야 할 삶의 목적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