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
공병호 지음 / 공병호연구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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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사고의 기본값(default)은 좌파적 사고다.

21쪽

'좌파적 사고'라 명명하기보다 '정부개입적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정서적로 보나, 용어가 포함하는 선입견을 줄이고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의 책읽기의 시작은 지금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시절, 책이라는 소중한 도구와 가까워지는 소소한 방법들을 공병호 소장님의 책을 알고 익혔던 독자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서점에 자주가라. 구입한 책은 그 날 집에 도착하기 전에 30 퍼센트를 읽도록 해라. 등등.

아주 오랜만에 공병호 소장님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부터 아주 강한 이미지를 내풍겼다. ‘좌파적 사고 - 왜, 열광하는가?’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는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이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책을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주제, 저자와 출판사 여러 가지를 살펴보겠지만 대부분 제목을 읽고 책을 손에 잡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목이 갖는 영향력은 저자 이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자는 좌파적 사고와 우파적 사고 중 어디에 가까운가?를 계속 염두해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으로 여기고 있으, 삶과 중요한 영역에서는 또한 보수적인 부분이 공존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이기에 ‘좌파적 사고’라는 표현 자체가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 또한 주변인들이 나를 아주 진보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 때마다 나의 답변은 이렇다. “아직 젊어서 이상주의적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혹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분들을 주변에서 뵙게 되어 젊을 때라도 진보적인 사고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좌파적 사고’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어감은 ‘문제점 혹은 경계해야 할 것’에 꼭지를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서 각 소주제와 내용에 따라 의견을 덧붙이는 것으로 서평을 대신하고자 한다.

논리와 이성을 이용해서 이것저것을 따져보고 생각해봐야 하는 우파적 사고는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52쪽

라는 표현으로 저자는 좌파적 사고보다 우파적 사고가 좀더 고귀한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들린다.

“어느 시대나 삶의 과제들은 만만치 않으며, 살아가는 지혜에 관한 한 현세대가 특별하고 우월적인 세대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143쪽

시대적 간극의 이해가 정말 필요한 시대임을 실감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이 시대적 간극과 세대간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좀더 구체적인 논의들이 아쉽다. 그럼 내가 속한 이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 딸을, 아버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참으로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써, 극우적인 사고로 사회적 이슈가 많다고 생각해 왔고, 살아갈 날들이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양보를 암묵적으로 강요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말하는 ‘좌파적 사고’는 ‘극좌파적 사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좌파적 사고는 평준화와 획일화를 선호한다는 명제를 갖고 풀어주셨는데 내가 보기에는 좌파적 사고가 아니라 공공기관적인 생각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아이를 더 낳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재원을 투입해서 누군가에게 얼마를 지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238쪽

정말 동의되는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트렌드를 넘어 우리 사회의 문화가 되기 전에 기성세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혼 10년이 넘어 나이 4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이로써,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의사가 없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결혼생활을 잘 하는 모습을 못 보여줬구나 미안할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재정문제가 아닐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의 삶을 비관적으로 보는 현상을 탓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인생 8할이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나머지 2할이 그 모두를 덮고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삶의 지론으로 살아간다. 나는 나와 우리 인간을 만드신 이가 그렇게 하셨다는 세계관으로 살아간다.

청년 수당, 젊은 날부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공돈을 받는 일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202쪽

정말 그럴까? 의문스럽다. 공돈이라 생각하는 청년들이 있기는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의 경험을 돌아본다면 성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받았던 장학금들이 있다. 언젠가는 나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한켠에 있다는 너무 쉽게 간과한 것은 아닐까 묻고 싶다. “청년수당을 받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청년수당 참여자 인터뷰 중) 후배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밥 사주는 정말 어른들이 그립다.

즐겨 사용하는 용어는 의식구조의 산물이다. 어떤 사람이 혹은 어떤 그룹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를 살펴보면, 그가 어떤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246쪽

전적으로 동감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섣푼 판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전혀 뜻밖에 일과 사건을 통해 즐겨 사용하는 용어가 바뀔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을 인공지능 시대라 말하기도 합니다. 상상해 보건대, 어떤 소그룹에서 주제토론을 하려고 참석했다가 평소 생각과 달리 다른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온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평소 생각과 그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는 다른 것일까요? 어쩌면 평소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모임을 나설 때, ‘당신이 이 모임에서 이 말과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셨습니다.’라고 알림을 주면 어떨까 싶다. 그 피드백은 남이 아닌 나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하면서 말이다.

“좌파적 사고는 우리의 사고 패턴 가운데서 기본값에 가깝다. 특별한 노력이나 체험이 더해지지 않으면 좌파적 사고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좌파적 사고는 어느 시대나 호소력이 강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라는 저자의 의견 모두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본능에 호소하는 좌파적 사고(정부개입적 사고)의 문제점과 한계를 특성과 세상, 시장, 정치면에서 광범하게 지적한 본서는 역할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결방안이나 대안에 대한 부분이 크게 호소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본능을 극복하는 자유민주주의 시민이 되도록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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