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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저는 창비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서평단에 선정되어, '호수의 일' 가제본 판을 받았습니다. 앞표지도, 뒷표지도, 작가님의 정보가 적혀 있는 책날개도 없는 책은 처음이었어요. ㅎㅎ 책이 출판되는 중간 과정에 몰래 훔쳐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괜히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든 생각]
먼저 책 제목을 보고, 김동명 시인의 <내 마음은>이라는 작품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국어시간에 지겹도록 들었던 은유법의 대표적인 예시죠!!
내 마음은 호수요
아마도 작가님께서 이 비유를 노리고 제목을 지으신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호수의 일 = 마음의 일) 또, 청소년의 청춘, 성장이라는 키워드까지 종합해서 책의 내용을 예측해보았는데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 사이의 엄청난 갈등이 일어나고, 청소년기에만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를 그린 소설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이 던져졌을 때, 파동이 퍼져나가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 책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호정이의 관점으로 서술됩니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호정이와 의사선생님의 대화입니다. 의사선생님의 질문에 호정이는 기억을 하나 둘 끄집어냅니다.
전학생인 은기와 친해지는 호정,
절친인 나래와 나래의 남자친구 보람이에 대한 호정이의 생각,
9살 터울 동생 진주를 보며 떠올린 호정이의 유년 시절,
수시보다는 정시에 집중하고 싶은 호정이에게 상담을 권하는 라진샘.
등등
3부까지는 잔잔한 호수와도 같이 편안하게 진행됩니다. '아, 호정이는 이런 아이구나', '이런 주변 인물이 있고 이러한 관계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3부에서 호정이와 은기의 감정이.. ㅎㅎ 그저 흐뭇하고 그저 귀여웠습니다... ☺ 그렇게 기특한 감정으로 읽고 있었는데, 3부 후반부터 잔잔하던 호수에 파동이 일기 시작합니다. 은기에 대한 과거 사건이 교내에 퍼지면서, 호정이의 마음도, 은기의 마음도, 또 나래의 마음도 흔들리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의 사춘기 시기를 대입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친구가 가장 중요했고, 공부가 가장 큰 스트레스였으며, 가족과의 갈등이 가장 심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상처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호정이는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고, 또 나래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정이의 감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책은 호정이의 관점에서 서술되었지만 은기와 나래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 현재 청소년의 생활을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하신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지금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세세한 아이들의 문화가 잘 느껴졌습니다. 작가님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정말 고등학생이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잘 알고 계시지?? 신기했습니다. '청소년과 아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책을 쓰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가 무척 공감돼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