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렌치 시크 -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를 사랑하는 법
데브라 올리비에 지음, 이은선 옮김 / 웅진윙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니.
오글거리는 자기계발서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이 책은 9월즘에 읽었는데, 읽고나서 내가 한결 편안해졌다.
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여자계발서, 연애코치하는 책을 아주 안좋아하는데,
이 책은 지구상의 프랑스라는 나라의 여자들은 이런 스타일로 살아간다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많이 닮았다.
<섹스 앤더 시티> 나 <위기의 주부들>을 보고 뭔가모를 불편함이 남아있나?
'재미있다, 속이 시원하다'라는 생각 이면에
'하지만 난 저렇지 못해, 저렇게 못살고 있는걸' 하는 생각을 해서일까?
뭐든간에, 난 이 책을 읽고 불편함이 해소되면서도 참 좋더라.
보통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 잇을 붙이거나 줄을 치거나 한 귀퉁이를 접어놓거나 하는데,
이 책 딱 한 귀퉁이가 접혀있네.
읽은지 좀 되어서 세세하게 기억이 안나서 목차로 정리를 해볼까 했는데, 그건 좀 별로인것 같고.
괜찮은 구절에는 보라색의 컬러글자로 나오는데, 좋더라.
몇가지 마음에 드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
데브라 올리비에 지음, 이은선 옮김 프렌치 시크 What French Women Know |
운명은 목표 지향적이 아니라 경험 중심적이기 때문에 미리 계획할 수가 없고,
항상 내가 만들어놓은 계획과 다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계획을 세우느라 너무 바빠서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아직 살 만큼 살아보지 못한 사람이다.) p.91
프랑스 여자들은 결과나 궁극적인 해답(그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보다
경험 그 자체가 어떤 관계를 정서적으로 완성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관하지 않는다. p.94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커다란 의미가 내재된 조그만 실마리를 포착하며,
사소한 몸짓과 세부사항 속에서 온 우주적인 의미를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재능. p.108
속이 겉보다 섹시한 이유
- 가꾸고 개발하고 애지중지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곳이 바로 내면세계이다. p.110
안전한 '사랑'은 불가능하다.
- 프랑스 여자는 시간은 짧고 쾌락은 즉각적임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다.
- 사랑은 아프기 마련이다. 사랑에 아무리 푹 빠져도 모험은 절대 감행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프다.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작가 크리스티나 네링은 이렇게 말했다.
"안전한 성생활? 좋다 치자. 하지만 안전한 '사랑' 은 불가능하다."
인생이여, 케 세라 세라
-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데 따르는 정신적인 고문, 현재를 즐길 수 없게 만드는 그 짜증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버려라.
프랑스에는 위기의 주부가 없다
- 결혼생활이라는 황무지로 들어서면서 프랑스 여자들은 미국 여자들과 다르게 별다른 불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 결혼이라는 소굴은 정기적으로 가지를 쳐주거나 체계적으로 벌초를 하지 않으면
잡초로 우거져 섬뜩하게 변하는 정원들이 즐비해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많은 곳이다. p. 157
프랑스에서는 완벽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너무 현실적이다.
어머니들은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가르친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불완전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타협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p.168
친밀한 관계만큼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모든 것-사소한 부분이나 경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면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관계가 기괴해진다. 스트레스 과다가 된다.
인간은 날마다 누군가 옆에 있는 숨 막히는 환경에서 잘 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식의 생활로 우리 관계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p.180
완벽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턱없이 높은 수준의 행복도 마찬가지라 그 수준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아무리 계획을 잘 짜놓아도 현실이 슬금슬금 훼방을 놓기 마련이다.
우리가 프랑스 여자들을 보고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 완벽한 테이블세팅, 완벽한 스타일 감각, 완벽한 요리-은
미적 감각의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여기에서 테이블의 예술, 생활의 예술이 비롯된다).
사실 프랑스 여자들은 미국인들 같으면 집안/배우자/자기 개조작전에 돌입할 만한 불완전함을 허용할 뿐 아니라
이런 불완전함을 인간의 천성이자 자연의 이치로 인정하고 즐긴다. p.186
예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여자들에 대해
- 프랑스에서는 예쁜 여자들이 섹스어필의 기회를 독점하지 않는다. 모든 여자에게 기회가 있다. p.191
'섹시'하게 보이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다
- 쿤스는 이와 같은 프랑스식 세련미를 "관능적인 헝클어짐"과 "우발적인 매력"이 어우러진 환상의 조합이라고 표현한다.
- '섹시'하게 보이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섹시하지 않다는 자기모순과
침대에서 방금 일어난 듯 부스스한 머리가 행복하게 공존하는 발상이다.
우리 다 같이 이 도가 지나친 노력을 중단하면 어떨까? p.213
세월을 거부하는 것보다 유치한 것은 없다.
- 프랑스 여자들은 대부분 어른들의 세계를 즐기느라 바쁘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려고 살을 빼는 데 너무 집착하지 않는다.
드 보부아르는 나이를 먹는 데 따르는 감정적, 사회적, 생물학적 고통을
거의 총체적으로 묘사해 세월을 거부해 보겠다는 우리를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런데 그녀의 암울한 의견은 (다행히) 진부해진 부분도 있지만
프랑스 여자들의 하드웨어에 내장돼 있는 듯한 의식과 현실주의를 여실히 보여준다.
드 보부아르의 말에 따르면 여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세상을 드디어 자신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할 뿐 아니라"
남자들과 오랜 기간 더불어 지내는 동안 "공개된 이미지가 아니라 남자들이 다른 남자가 없을 때 보여주는 불확실한 존재,
환경의 동물로서의 모습을 목격하기 때문에 그들을 다른 어떤 남자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에게만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나이 많은 여자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나이 많은 여자는 막후의 존재다."
'인생은 70부터'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프랑스 여자를 볼 수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인생은 70부터가 아니니까.
p.226
인생이란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것
- 프랑스인들은 무신론과 실존주의를 운운할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쾌락의 신을 숭배한다.
"새해 결심이라는 발상 자체가 아주 미국적이야."
내 친구 상드린은 말한다.
"미국하고는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보통 장기적인 목표에 집착하거나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가르치지 않아.
우리의 '성취욕(?)'이 너희들보다 낮고, 야망이 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지.
예전에는 야망이라고 하면 상처가 될 수 있는 것, 자기 자신이나 남을 다치게 만들 수 있는 것,
삶의 질을 해칠 수 있는 것으로 안좋게 생각했어. 프랑스 사람들의 야망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야."
야망 - 이것도 너무 심각해지면 악덕으로 변해버리는 미덕 중 하나다.
프랑스 사람들 입장에서 시간은 돈이 아니다.
인생을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써야 하는 찰나의 화폐다.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프랑스 여자들은 시간은 짧고 쾌락은 즉각적이라는 사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의 노른자뿐 아니라 인생을 노른자로 만들어주는 요소들까지 즐기려는 성향도 강하다.
베로니크 베인도 말했던 것 처럼
" '잘 사는 것'을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될 일"이다.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하자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면 훌륭한 인생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될 일이다.
p.263
프랑스 여자들은 남편은 제쳐두고 아이 이야기에만 열을 올리는 미국 여자를 보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반면, 그 반대일 때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여자들은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배우자에게도 집착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을 지킨다.
프랑스 여자들은 양쪽 끝이 아니라 중간지대에 산다.
정신적인 에너지를 남편여니 아이에게 엄청나게 쏟아붓거나
남편과 아이에게 할애하는 에너지를 구분하고 과장해서 표현하는 사람은 요주의 인물이다.
프랑스 여자들도 아이들을 끔찍히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자기희생적인 슈퍼맘이 되거나 자기만족적인 열성맘이 되지는 않는다.
그들은 어느 쪽이 됐건 양극단에는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배어있음을 알고 있다.
p.271
나는 차를 타고 지나가며 파리 전역에 걸린 그 광고판을 보는데,
머리 위에 걸려 있는 그녀가 알몸이기는 하지만
적나라 하거나 노골적으로 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특유의 멋들어진 역설이 이렇게 또다시 등장하는 셈이다).
그녀는 그저 편안해 보였다.
꾸밈이 없었고, 전 세계 여자들이 프랑스 여자들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기품 있었다.
프랑스에서 편안해 보인다고 하면 자신의 외모 뿐 아니라 내면에도 만족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아'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p.283
모든 프랑스인이나 모든 프랑스사람들이 다 저렇게 사는건 아닐 거다.
모든 미국인들이 다 이 책의 미국인들처럼 사는 것도 아닐거고.
전반적인 사회정서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읽으면서, 그래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음속에도 많이 남았고.
오며 가며 가끔 사는게 힘들거나 할 때 읽어보면 좋을 책.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ooday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