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게 있을까?
도덕성이나 진정성을 따지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게 가능하다.
사랑, 우정, 가족, 신체의 장기, 청부살인, 성형수술, 성매매 등은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고,
미국에서는 대리줄서기 서비스, 의사우선진찰 서비스, 과속가능 서비스 등등
내가 상상하기 힘든 부분에서까지 돈만 지불하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얼마전에 종영된 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지세광은 이런 말을 한다.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다만, 돈이 모자랄 뿐이다."
우리가 만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시장기반의 접근방식이 수시로 공격해대는 이 시대에
우리가 이따금 지갑을 열면서도 무언가 찜찜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는 순간 또는 매스컴의 어떤 소식을 듣고 분개할 수 있다는건.
아직 일말의 윤리, 도덕성, 품위가 우리에게 남아있다는게 아닐까.
나는 드라마 재방송을 볼때, 화면 아래의 광고들을 처음 접했을 때 몹시 거슬렸다.
살아있는 거북이를 영양제팩에 넣어 열쇠고리로 만든 중국상인의 기사를 보고 몹시 거슬렸다.
대리모, 자기 아이를 입양시키는데 가격흥정을 하는 고발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거슬렸고,
거머리가 가득한 욕조에 들어가서 일정시간을 버티면 상금을 받는 외국프로그램도 거슬렸다.
(관련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만 귀신이 빙의되는 프로그램 엑소시스트도 싫었다.
거슬린다고 생각지도 못하게 지나가면서 거슬리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돈이 없을 때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큰 돈을 준다면 나는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곤 했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 감옥에서 살고나오면 몇억을 준다면 하겠는가?> 라는 조사를 했을 때,
절반이 넘게 하겠다고 한걸로 기억한다.
마이클 샌델은 그것들을 콕콕 찌르고 있다.
What Money Can't Buy
마이클 샌델
Michael J. Sandel
1953년 3월 5일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샌델은 1975년 브랜다이스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발리올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하였다. 옥스퍼드대에서 27세의 최연소 나이로 하버드대 교수가 된 샌델은 29세이던 1982년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를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특히 그가 하버드대에서 지난 20년간 해 온 '정의' 강의는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해 하버드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청강한 강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샌델 교수에 따르면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은 행복, 자유, 미덕이다. 샌델은 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로 국내에 정의 열풍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고, 2005년과 2010년에 방한해 강연을 한 바 있다. 이어 샌델은 2012년 출간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강의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6월 1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강연을 열기도 하였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내가 생각하는 핵심 키워드
시장기반 접근방식, 인센티브, 공평성, 부패, 강제성, 벌금 대 요금, 시민정신, 도덕성, 품위 |
1.새치기
시장 대 줄서기
암표거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줄서기가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맞는 말이지만, 시장이 돈 많은 사람들을 유리하게 '차별'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에서만 그러하다. 시장이 자발적으로 돈을 지불하려는 마음과 능력을 바탕으로 재화를 분배하듯, 줄서기는 자발적으로 기다리려는 마음과 능력을 바탕으로 재화를 분배한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가격을 지불하려는 마음이, 자발적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려는마음보다 더 나은 가치 평가 기준이라고 추정할 근거는 없다. (p.56)
2. 인센티브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일반적인 뇌물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비양심적인 인물이 부당 이익을 획득하거나 청탁을 하기 위해 판사나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줄 때, 그 추악한 거래는 오로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양쪽 모두 강압되지 않으면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뇌물이 불미스러운 이유는 강압이어서가 아니라 부패행위 이기 때문이다. 부패는 유리한 판결이나 정치적 영향력 등 판매해서는 안되는 대상을 사고 파는 행위다.
공무원에게 주는 불법 뇌물을 부패와 관련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장에서 살펴보았듯 부패에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가 있다. 명분이나 활동이나 사회적 관행은 적합한 수준보다 낮은 규범에 의해 다뤄질 때 부패된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팔아서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아이를 임신하는 행위는 부모의 역할이 부패한 것이다. 자녀를 사랑해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사용해야 할 사물로 다루기 때문이다. 정치적 부패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한 판사가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릴 때, 그는 자신의 사법적 권위가 대중의 신뢰가 아니라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수단인 양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적합한 수준보다 낮은 규범에 따라 사법적 권위를 다룸으로써, 자신의 공직을 타락시키고 그 품위를 떨어뜨린다.
부패한 판사나 공무원처럼, 돈을 받고 불임시술을 받은 여성은 사고 팔아서는 안되는 대상을 판다. 그 여성들은 자신의 생식능력을 책임감과 보살핌의 규범에 따라 행사해야하는 선물이나 의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 다룬다. (p.74~75)
건강유지를 위한 뇌물
하지만 사람들이 금연하거나 체중을 감량하도록 돕기 위한 현금 인센티브 제도까지 뇌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기업이나 국립보건원이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용의 감소 등 외부적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돈은 수령인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행동을 장려한다. 이것이 어떻게 뇌물일 수 있겠는가? 약간 다르게 질문하자면, 건강에 좋은 행동이 뇌물을 받은 사람의 이익과 부하하는데도 뇌물이라는 혐의가 적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뇌물이라는 혐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금전상의 동기가 더욱 바람직한 다른 동기를 밀어낸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유는 그렇다. 건강에 좋은 자세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체질량 지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신체적 행복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계발하고 자기 신체를 돌보고 존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약을 복용하도록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행위는 이러한 행동을 키울 수 없고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
이는 뇌물이 사람을 교묘하게 조종하기 때문이다. 뇌물은 수령인을 설득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내재적 이유를 외재적 이유로 대체한다. “ 담배를 끊거나 체중을 감량해야 하는 웰빙에는 관심이 없죠? 그렇다면 내가 750달러를 줄 테니 그렇게 해요.”
건강증진을 위한 뇌물은 우리를 속여서 어쨋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때로는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 담배를 끊거나 체중을 감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결국 뇌물에 조종당하는 상황은 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질지도 모른다.
건강증진을 위한 뇌물이 효과가 있다면 뇌물이 건강에 대한 좋은 태도를 변질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대책없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현금으로 비만 문제를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조종당하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우선 우리의 신체적 행복에 적절하게 관심을 쏟는 것은 자기 존중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좀 더 실질적인 또 다른 이유는 건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없으면 인센티브가 중단되었을 때 감량했던 체중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살펴본 유급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금연하는 사람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에는 희미하나마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하지만 가장 호의적인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돈을 받고 금연을 시작한 흡연자 가운데 인센티브가 중단되고 6개월이 지나서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한 사람이 90퍼센트가 넘었다. 일반적으로 현금 인센티브는 장기간의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기 보다는 의시의 진찰을 받거나 주사를 맞는 등 특정 행사에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 경우에 효과가 있어보인다.
사람들이 건강을 관리하도록 돈을 주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장려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현금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가 있는가?” 라는 경제학자의 질문과 도덕주의자의 “현금 인센티브에는 반박의 여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언뜻 들었을 때보다 훨씬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센티브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목적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적절하게 설정된 목적은 현금 인센티브가 퇴색시킬 수 있는 가치와 태도를 포함할 것이다. (p. 90~92)
벌금 대 요금
벌금과 요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이고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p.99)
오염권 거래제도
여기서 쟁점은 뇌물이 아니라 의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행위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보다 국제무대에서 더욱 첨예하게 나타난다.
국제적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유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서 오염권을 사거나 다른 국가가 오염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에너지 사용량을 감소해야 하는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두 가지 규범에 위배된다. 우선 자연을 도구로 생각하는 태도를 굳히고, 국제 환경윤리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공동 희생정신을 약화시킨다. 만약 부유한 국가가 돈으로 자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의무를 회피할수 있는 방법을 살 수 있다면, 결국 그랜드캐니언을 찾은 등산객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이 경우에는 부자 관광객이 히말라야에서 자신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줄 사람을 고용하여 벌금을 내는 대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그랜드 캐니언에 빈 맥주 깡통을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자국의 환경파괴적인 습관을 바람직하게 바꿔나가야 할 의무를 돈으로 벗어던질 수 있게 한다면, 자연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강화시켜서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연은 쓰레기장이 되어 버린다. (p.112~113)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주는 상금
나는 환경, 부모애, 교육에 대한 고결한 태도를 취하자는 견해가 이와 상충되는 다른 견해보다 늘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을 주는 것이 때로는 효과가 있다. 가끔은 옳은 일 일 수도 있다. 학력 미달인 아이에게 돈을 주어 읽기 능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배움의 즐거움은 나중에 가르칠 수도 있겠다는희망을품고 우선 그렇게 시도해보기로 결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때 우리가 가담한 뇌물 제공은 독서를 좋아해서 책을 읽는 높은 차원의 규범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는 낮은 차원의 규범으로 대체하는, 도덕적으로 타협된 관행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바다코끼리 사냥권
바다코끼리 사냥 시장에는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논쟁을 위해, 이누이트 족이 수백 년 동안 해왔던 대로 생계를 위한 바다코끼리 사냥을 허용하는 정책이 합당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바다코끼리를 죽일 권리를 사냥꾼들에게 팔도록 허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도덕적으로 반박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
한 가지 이유는 바다코끼리 사냥이라는 이상야릇한 시장이 사회적 효용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비뚤어진 욕구를 채워줄 뿐이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이유는 이누이트 족이 자기 부족에게 할당된 바다코끼리 사냥 권리를 외부인에게 파는 것은 애당초 자신들의 공동체가 부여받은 면제 혜택의 의미와 목적을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p.123)
3.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시장을 둘러싼 두가지 반박 (공정성과 부패)
사람의 신장을 생각해보자.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돈으로 신장을 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장을 사고 팔아야 할까? 그래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한두 가지 근거를 들어 반대한다. 그들은 신장 거래 시장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노린다고 주장한다(공정성에 관한 반박), 혹은 신장 거래 시장이 인간을 여러 부속이 합쳐진 존재로 보는 변질되고 객체화한 인간관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부패에 관한 반박).
혈액판매
티트무스는 혈액시장이 가난한 사람을 착취한다고 강조한다(공정성에 대한 반박).... 혈액이 시장 상품으로 바뀌면 혈액 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의무감을 잠식해서 이타주의 정신을 약화하고 사회적 삶의 능동적 특징인 '기증관계'를 훼손한다는 것이다(부패에 대한 반박).
사랑의 경제화
"우리는 정당하게 행동함으로써 정당해지고, 절제함으로써 절제하는 사람이 되고, 용감하게 행동함으로써 용감해진다"(아리스토텔레스).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 정신은 사용할 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4. 삶과 죽음의 시장
전통적으로 '삶과 죽음'은 시장에서 금기시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시장논리가 침투하면서 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다. 유가족에게 재정적 안전망을 제공하려고 생긴 생명보험은 투기를 목적으로 그 증서를 사고파는 것이 허용되면서 타인의 죽음을 해타게 기다리게 하고, 웹사이트에서 유명인의 죽음을 놓고 도박을 벌이는 행위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시장의 영역은 어디까지 인가? 시장이 제공하는 효용과 선을 위해서라면 도덕성을 잠식시키는 시장 관행은 감내해야 한는 것일까? (p.181. 들어가는말)
뉴 햄프셔 주 틸턴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서 부지배인으로 일하던 48세의 마이클 라이스는 고객이 구매한 텔레비전을 자동차까지 운반해주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졌다. 그는 쓰러진 지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라이스가 사망하자 30만 달러의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하지만 보험금은 그의 아내와 두 자녀에게 돌아가지 않고, 라이스의 명의로 생명보험을 가입해 보험 수혜자로 이름을 올렸던 월마트에 돌아갔다. (p.183)
청소부 보험
나는 청소부보험을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회사가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직장에 나뒹굴도록 방치하거나 위험에서 눈길을 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할 뿐 아니라 이를 넘어선 도덕적 반박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둘러싼 도덕적 반박은 무엇이고 그 반박에는 설득력이 있을까?
문제는 동의(consent)의 부재와 관계 있을 것이다. 고용주가 알리지도 승낙을 받지도 않고 우리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용당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항의할 근거가 있을까? 보험증권의 존재가 우리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다면 고용주가 우리에게 보험가입 사실을 알리거나 동의를 받아야 할 도덕적 의무는 없지 않을까? ...... 청소부 보험을 둘러싸고 제기될 수 있는 도덕적 반박의 근거에는 동의의 부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이 이런 제도에 동의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못마땅한 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정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태도다. 청소부 보험은 직원이 살아 있는 것보다 죽었을 때 더욱 가치가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면서 직원을 사물화한다. 즉 회사는 직원의 가치를 직원의 업무에서 찾지 않고 직원을 상품선물(일반 상품을 매매 대상으로 하는 선물 계약)로 다루게 된다. 기업소유의 생명보험이 생명보험의 목적을 왜곡한다는 반박도 있다. 한때 유족에게 안전망 역할을 했던 생명보험이 지금은 기업을 위한 세금혜택 정책의 일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세금 체계가 왜 재화와 용역의 생산보다는 직원의 사망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회사를 부추기는지 파악하기 어렵다.(p.189)
생명을 담보한 도박, 말기환금
말기환금은 대부분의 투자에는 없는 도덕적 문제를 낳는다. 투자가는 보험계약자가 빨리 죽기를 기대한다.
보험 계약자가 오래 살수록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5. 명명권
상업주의는 무엇이 문제일까?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반박은 첫째, 경제적 필요로 인한 강압이지 사실상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고, 둘째, 그것 자체가 부패와 타락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후원을 받은 광고 문신을이마에 새기고 돌아다니는 것은 비록 자발적인 선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하더라도 개인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다. (p.257)
일부 광고는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안되더라도 사회를 전체적으로 상업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자체는 잘못이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면 환경을 파괴하듯이, 새로운 영역으로 팽창한 광고가 처음에는 받아들여질 만하더라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퍼지면 사회 전체가 기업 후원과 소비지상주의의 지배를 받는다. (p.258)
감옥과 학교
학교에 범람하는 상업화는 두가지 면에서 부패했다. 첫째, 기업의 후원으로 제작된 교육자료는 편견과 왜곡, 피상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둘째, 기업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해도 상업적 광고는 학교의 목적에 어긋나기 때문에 여전히 유해하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학교 문을 밀고 들어오면, 재정적으로 허덕이고 경기 침체, 재산세 상한제, 예산 삭감, 입학생 수 증가로 비틀거리는 학교들은 이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학교보다 더 큰 잘못은 우리 시민에게 있다.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필요한 공공자금을 늘리지 않고 버거킹과 마운틴듀에 아이들의 시간을 팔고 아이들의 마음을 빌려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p.273)
스카이 박스화
이런 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명명권과 시정마케팅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점유하면서 공적 성격을 약화시킨다. 상업화는 특정 재화를 훼손할 뿐 아니라 공통성을 잠식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 수록 각계 각층 사람들이 서로 마주칠 기회는 줄어든다. 야구경기장에서 스카이 박스를 올려다보면서, 혹은 스카이 박스 안에서 내려다보면서 이러한 현상을 목격한다. 과거에 야구 경기장에서 여러계층의 사람들이 한데 섞여 응원했던 경험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스카이 박스를 올려다보는 사람 뿐 아니라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에게도 상실喪失이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면서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6~마지막장)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해제 부분 발췌)
샌델 도덕이론의 핵심: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선욱(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학장) 이 책은 지난 수십 년간, 아니 최근 4~5년간 한국사회의 핵심문제라고 믿어왔던 시장지상주의의 확대, 사회의 모든 영역에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현상을 정확히 겨누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 궁금하고 답답하게 여겼던 문제들을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낱낱이 해부하여 그 속에 존재하는 암세포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p.312) 센델의 입장은 한마디로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the priority of the good over the right)'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정의를 지향하는 옳음의 관점을 무시하고 좋음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옳음의 이념을 완성하려면 좋음의 관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의를 추구할 때 행복을 도외시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도 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로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아리스토 텔레스가 의미한 자기본성, 덕의 실현에 따른 것이며 단순한 만족감 같은 의미에서의 행복은 아니다.(p.323)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에는 신체의 장기같은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예쁜 짓까지 포함되는데, 거기에는 변하지 말아야 하는 본래적인 선이 내재해 있다. 그 과정에 사람이 개입되면 본질적으로 윤리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샌델은 우리가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안들이 공적담론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우리가 그것을 허용할 것인지를 공적으로 검토를 통해 깊이 고민하고 서로 대화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것은 곧 정치의 문제다. 참된 정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삶의 구조를 다루는 것이며, 경제는 그러한 구조를 이루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경제를 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매개는 윤리다. (p.325) 지금 대한민국은 큰 위기에 빠져있다. 그 위기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지난 몇년간 한국 사회에 깊이 드리워진 그림자는 경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의 참 의미를 망각한 채, 국가의 부를 좀 더 늘이면 시민들이 행복해 질것이라는 정치가들의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조차 돌아보지 못한 채 좀 더 부자로 살아보려는 그릇된 욕망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리 자신의 탓도 크다.(p.326) |
| KBS 인간의 조건, 돈 뒤에 가려졌던 행복의 가치 조명! |
지난 27일 KBS2 ‘인간의 조건’에서는 돈 없이 살기 미션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었다. 이번 돈 없이 살기 미션은 지난 휴대전화 없이 살기, 쓰레기 없이 살기, 차 없이 살기 미션보다 더욱 가혹한 미션이었다. 돈 없이 살되 정 필요하다면 직접 돈을 벌어야 하고, 연예인으로서 방송 등을 통해 번 돈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붙었던 이번 미션에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스케쥴 때문에 부산에 갔다와야했던 허경환의 기름값과 도로비를 마련하기 위해 옷을 팔거나 세차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이후에도 기본적인 식사와 스케줄 이동을 위한 차비, 기름 값을 위해 멤버들은 각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 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퍼레이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식당에서 서빙과 설거지로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김준호는 야광 팔찌 등을 사서 클럽 앞에서 파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이번 주제에 대해 미션은 돈 없이 살기인데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돈 벌기 체험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조건’은 휴대전화 없이 살기 미션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고 차 없이 살기 미션을 통해 바쁘게 지나치던 거리에서 못보고 지나쳤던 풍경과 여유를 찾아 주었다. 이번 미션 역시 단지 돈 없이 생활하는 체험이 아닌, 편리한 생활을 위해 쉽게 쓰던 돈 뒤에 가려진 무언가를 끄집어내기위한 의미가 담겨있는 축소된 문구일 뿐이다. 멤버들은 힘들게 육체노동을 통해 돈을 벌며 쉽게 썼던 5천원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초반에는 돈 벌기에 급급하던 멤버들이 마지막 날 쯤에는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가를 깨달았다. 박성호와 정태호는 멤버들이 다 같이 먹을 카레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사비를 털었다. 소소한 밥상일지라도 돈 없이 생활하는 탓에 마음껏 먹지 못하던 ‘인간의 조건’ 멤버들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만찬이었다. 그런가하면 양상국은 생일을 맞은 정태호와 박성호의 케이크를 사기 위해 계속해서 육체노동 아르바이트를 했고 나머지 멤버들도 가격은 싸지만 각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선물을 마련했다. ‘인간의 조건’ 멤버들은 평소에는 당연하게 사용하던 돈이 결핍된 생활을 통해 그제야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번 ‘인간의 조건’ 미션은 “내가 행복을 찾는다는 건 돈을 얼마큼 들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박성호의 말처럼, 행복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잊고 있는 사실을 다시금 조명해 냈다. 지금까지의 미션이 그랬듯이, ‘인간의 조건’의 미션들은 단지 편리함이 제거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멤버들을 보는 재미 뿐 아니라, 그 편리함 뒤에 가려졌던 가치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미션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거나 당연시 여기던 많은 가치들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한다. 글: 이현아(무비조이 기자) <저작권자 ⓒ 영화종합 인터넷신문 무비조이 MOVIEJOY.COM> 기사제공/보도자료제공/광고문의 technoa100@gmail.com webmaster@moviejoy.com |
인간의 조건을 보면 카레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이 카레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사는데 들어간 돈은 대략 17000원 정도였지만,
인도의상 코스프레를 하고, 인도노래를 부르면서, 인도스타일인 손으로 밥을 먹는 과정에서 돈은 더 이상 한푼도 들지 않았다.
그들이 다른 멤버들을 위해주려는 일종의 노력과 자연스럽게 발현된 재미와 즐거움과 행복함의 가치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이 날 느낀 인생에 대한 풍족함, 만족감, 행복함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행복은 돈으로만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행복도 연습이고 습관이고 노력인 것 같다.
국가의 파이를 자꾸 키우자고 하는 사람들을 의자에 묶어서 이 책을 읽히고 싶다.
가치관에 혼란이 오는 사람들도 읽어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내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것이다.
2013.5.22 독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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