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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재료들 - 잠시만 이곳에
오성은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평점 :
여행 에세이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변화를 갈망할 때, 훌쩍 떠날 용기는 없지만 누군가의 도전을 바라만이라도 보고 싶을 때,
나는 여행 에세이를 찾곤 한다.
에세이의 수려한 문장을 보다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뭉클해지는 순간이 온다.
이 한 번의 감동을 위해 수도 없이 문장을 다듬었을 작가의 노고에 새삼 경외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민등한 노란색 표지와 오래된 책방냄새를 풍기는 종이.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폈던 에세이지만 여운은 길었다.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글솜씨가 놀라웠다. 소소하게 지나칠만한 것들에서, 그리고 누구에게나 생소한 여행의 경험들에서
작은 것을 관찰하고 무언가를 도출해내는 글솜씨가, 프로젝트에서 펴낸 책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좋았다.
별다른 스토리라인이 있다기보다는 저자가 여행 중 했던 경험들과 그에 대한 단상, 글들을 묶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더 가볍게 읽기 좋고, 물론 나는 저자의 문체에 빨려들어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 버렸지만,
아껴두고 먹는 간식처럼, 목차 하나하나를 음미해가며 두고두고 읽어도 좋다.
일상에 숨이 막힐 때, 우리는 떠나고 싶어한다. 현실에 발목잡혀 떠나지 못한다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마치 내가 경험한 것마냥, 내가 여행한 것마냥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일상을 '버텨낼' 힘을 또다시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