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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거짓말 - 배신과 왜곡이 야기한 우리가 모르는 진짜 세계사
나타샤 티드 지음, 박선령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10월
평점 :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 고 한 적이 없고 아인슈타인은 "미치광이의 정의는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아이삭 뉴튼 경 역시 "거인의 어깨에 서서" 라고 한 최초의 인물이 아니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는 인용구는 유명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닌 1968년의 정부 인구통계학 보고서에 등장하는 말일 뿐이다. 그뿐인가, 현대 사회에서는 그저 '어그로'로 끝났을 법한 허풍과 뜬소문이 나라를 발칵 뒤집고 각계 인사를 분노케 하고, 때로는 국가간의 외교적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명나라 사이의 서신책은 중간에서 서신의 내용을 조작하여 두 나라간의 외교적 방향을 틀었고, 지금은 흥미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콜롬부스 시대에는 각종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괴물이 나오는 맨더빌 여행기가 탐험의 매뉴얼처럼 여겨졌다.
이런 깊고 중대한 계획된 음모나 오해가 아니더라도 역사에서 '거짓말'의 범주에 들어가는 어떤 행위가 인류 역사의 궤도를 틀어버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요즘에야 너무 흔해진 '건축사기'가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최근에 한국에서도 '젓가락 위의 부침개' 혹은 '순살아파트'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사기 행각은, 절대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인근 작은 범위 지역의 사람과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 대부분인 반면, 부실공사, 관리미흡, 거기다가 사고은폐라는 3박자의 거짓말로 인해 역사책에도 등장하고 위성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넓은 면적에 수십년간 영향을 끼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같은 사건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입맛 깔끔하게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세계사 속에 세상을 뒤흔든 이러한 거짓말을 다루는데 실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새롭게 알게 된 점도 많았고, 그 어떤 탄탄한 추리소설에 뒤지지 않을 만큼 흥미롭고 복잡하게 이야기가 얽혀 있어서 정말 순식간에 책을 완독해 버렸다. 짤막짤막하고 완벽하릴만치 간결하게 사건의 전모를 전달해 주는 5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쉽게도 더 자세한 내용은 분명 스포일러가 되므로 수록할 수 없다. A Short History of
the World 시리즈는 거짓말, 도서, 장소, 동물 등 총 4권이 있다. 비슷한 제목으로 약학이나 식물학 분야로 쓰인 책도 있는데 같은 시리즈는 아니다. 아쉽게도 이 중에 번역된 것은 지금 리뷰하고 있는 이 책 뿐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어번역사의 입장에서 평가를 하자면 옮긴이 박선령이 매우 훌륭한 수준의 번역 품질을 선보여 마치 처음부터 한글로 쓰인 교양서를 읽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