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하우스
안나 다운스 지음, 박순미 옮김 / 그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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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에는 좋은 클리셰와 나쁜 클리셰가 있다. 나쁜 클리셰란 남이 시도해서 인기있었던 아이디어를 가져와 자신만의 창작물로 만들려고 시도를 했지만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데 실패하고 고리타분하고 뻔한 카피작으로 끝나는 것이다. 좋은 클리셰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어디선가 하긴 ' 왕자와 공주의 해피엔딩 이야기지만 지금 당장 독자에게 아주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그로 인한 온전한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다.

 

[섀도 하우스] 이런 '좋은 클리셰' 완벽한 예이다. 외딴 마을이라는 클로즈드 서클, 싱글맘, 반항기 청소년, 이주해 이방인, 텃세, 과도하게 친절한 가면들, 음울한 , 없는 상징 어딘가 모르게 있고 들어본 있는 요소들로 구성된 소설은 '기이한 예고장을 날린 아이를 납치해 가는 속의 마녀' 이야기이다. 구전된 설화에 의하면 마녀는 처음에는 '', 죽은 동물의 사체 등을 목표한 집에 배달하고, 다음에는 납치할 대상을 본뜬 인형, 마지막에는 대량의 피를 흩뿌리는 행위를 하고 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책의 주인공 알렉스는 중학생 아들과 아기 딸을 싱글맘으로 파인리지라는 실험적 생태마을에 이주 시험살이를 하는 중인데 짐을 옮긴 바로 비둘기의 사체가 상자를 현관에서 발견한다. 이후 소설은 알렉스의 시점과 '르네'라는 여성의 시점을 교대로 보여주는데, 알게되는 것은 르네라는 여성은 알렉스가 파인리지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마을에 살았던 사람으로 그의 아들이 지금 르네가 겪고 있는 일과 똑같은 과정 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 집을 감시하는 느낌을 받은 알렉스는 괜히 여기 저기서 시선을 느끼고, 주민들이 겉으로 자신을 향해 웃는 것과는 달리 숨겨진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정황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마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르네의 아들의 행방은 어떻게 것일까? 알렉스의 아들 올리버는 무사할까?

 

[섀도 하우스] 많은 영미유럽문학이 그렇듯 전반부에는 인물과 배경을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독자로 하여금 정말 자신들이 사건의 무대 한복판에 있는 느낌을 주고, 주요 인물 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의 아들의 친구와 지인의 시어머니까지 이름과 성격을 알게 준다. 이웃과 꽤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호주인들의 습성과 닮아 있다. 메인 요리인 사건을 페이지만에 던져주는 동양 장르문학에서 소설이 전개되며 자주 등장해서 습성과 성격을 수밖에 없는 주요인물을 제외하고 주변인물의 묘사는 간단한 크로키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그런 뉘앙스의 번역을 약간의 오류 ('본다이' '본디'라고 쓴다든가) 제외하고 번역사도 꽤나 훌륭한 작업을 편이다.

 

개인적으로 키트가 의심스러웠다. 과도하게 친절하고 먼저 다가오는 호의를 보인 키트는 알렉스에게 로맨틱한 감정으로 다가가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키트가 어떤 이유에서, 예컨대 알렉스를 사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든지 그런 이유로 정체를 숨기고 과거의 사건을 모방해서 그녀를 괴롭힌다는 내용일 알았다. 사건은 정말 예기치 방향으로 흘러갔고 기분 좋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마지막 단어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 <세이프 하우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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