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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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영상 작품에서 가장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은 무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독자, 혹은 시청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독자로서 나까지 작중 주요인물 조앤에게 휘둘리며 책을 읽어 나가다가 정점에서 조앤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눈이 뜨이는 순간 등에 소름이 끼쳤다.

 

소설의 시작은 20세기 초반의 미스터리처럼 순수하게 시작한다. 현재 사립탐정 일을 하고 있는 고등학교 은사 헨리를 찾아온 조앤은 자기 남편이 직장 동료와 불륜관계인 같다며 증거를 수집해 것을 요구한다. 남편 '리처드'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책의 반이 아주 천천히 타들어가는 양초처럼 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조앤이 '리처드' 친해진 경위와 현재 시점에서 헨리가 '리처드' 미행하며 그와 그의 불륜상대 팸에 대해 알아내는 과정이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그리고 책의 정도 되는 시점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이 되며 독자는 작가의 서술트릭에 속았다는 번째 충격을 받고 시작한다. 시점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것이 뒤엎어진다.

 

소설은 진정한 사이코패스에 관한 소설이다. 점을 깨닫는 순간이 공포의 순간이다. '사이코패스' 하면 진부한 표현으로 거의 만화적인 미치광이처럼 살육을 즐기고 살인하는 외엔 아무런 삶의 자극제가 없는 사람처럼 묘사되는데 의학적 의미의 진정한 사이코패스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살려 마땅한 사람들]이다. 은근하게 정신속으로 프리온처럼 스며들어 사람을 조종하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꺼풀 각도씩 벗기고 돌려가며 독자들이 서서히 자신이 마주한 존재가 무엇인지 눈을 뜨게 하는 작가의 기법이 예술적이다.

 

전형적인 영미유럽식 서스펜스 소설이다. 사건을 보여주고 사건의 배후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 목적인 후더닛 스타일과는 달리 장르에서 사건 후에 이면에 관한 정보는 거의 주고 공격자와 진실을 좇는 자의 공방전이 줄거리를 이룬다. 마치 폐가에서 희생자를 뒤쫓는 살인마와 살인마를 피해 방에서 방으로 뛰어 다니며 숨죽이는 주인공을 보는듯한 소설이다. 사실 이런 유형은 가능한 결말이 가지 뿐이라 본격 추리소설 같은 대단한 반전은 없었으나 결말까지 가는 과정에서 여러 혹시 내가 이해한 것이 틀리지 않았나 의심도 해보고 인물의 숨겨진 면모도 뜯어보며 즐거웠다.

 

번역사로서 책의 역자의 오타, 오기, 오역이 눈에 띄지 않을 없었다. 군데 군데 직역투가 많이 보여 약간 거슬렸으나 피터 스완슨 작가의 문장이 워낙 시원시원하고 직설적이고 복잡한 수사법이나 문장성분 도치 등의 화려한 단어샐러드를 쓰지 않는 작가라 글이 단순한 구조라서 읽기가 쉬웠다. 줄거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페이지가 저절로 마구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빠져들어 읽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작가의 이전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더욱 호평을 받았던데 책도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내가 독서력이 딸리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작품에서 사람을 살리고 구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데 제목과 내용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혹은 그냥 시리즈처럼 전작과 이어주기 위해서 붙인 제목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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