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미스터리 시리즈 8 1
스카이마린 지음 / 파란문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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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 천재작가라는 문구를 띠지에 떡하니 붙이고 부끄럽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천재작가는 커녕 끝까지 읽을 가치도 없는 소설이다. 워드프로세서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게임 대기 시간에 한 줄씩 생각없이 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에는 추리소설 관련 상과 공모전이 너무 많아서 그런데서 상을 받았다거나, 혹은 어떤 출판사의 경우처럼 "후보작 선정"을 했다는 사실이 공신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공민철 작가의 작품처럼 그냥저냥한데 이게 왜 대상을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들도 꽤 있다. 그러기에 그러한 상과 공모전과 관련이 없는 신선한 작가와 신선한 출판사의 작품을 발굴 해내고 싶어서 신간 소설인 [원룸]을 정가를 주고 새 책으로 샀는데 너무나 억울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공모전류는 적어도 여러 작품의 비교를 통해 개중에서 그나마 나은 작품을 골라 상을 수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 망작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것.

어떤 영화 감독이 어떤 장면의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몰라서 카메라를 직접 들고 이리 저리 돌리고 흔든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그동안 녹화 기능이 켜져 있다. 당연히 현재 대사를 읊는 화자를 비추는 것도 놓치고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모를 영상이 찍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가공도 없이 그대로 표지를 둘러 책으로 출간한 것이 [원룸]이다. 일인칭 시점인지 전지적 작가 시점인지,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면 어떤 인물의 어깨 뒤를 따라다니는지, 혹은 완전한 제3자의 눈으로 서술하는지 알 수가 없다. 모든 시점이 다 섞여 있는데 이는 추상화가 아니라 그냥 난잡한 단어 설사일 뿐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도 분명 카메라의 위치는 존재한다. 그리고 영상물과는 달리 소설에서 시점이 자주 바뀌면 독자가 굉장히 피로하다. A의 입장에서 B의 행동을 관찰하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A의 속마음을 보여주고 A를 따라다니는 시점이 나온다.

이 외에 띄어쓰기 오류는 물론이고 80년대 이후에 보기 힘들었던 인물의 성과 이름을 띄어 쓰는 표기법 ("그의 이름은 홍 길동 이다"), 그리고 굳이 넣지 않아도 될 외국어나 한자 표기 ("전前여자친구", "정어리 통조림 sardines in a can")까지,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나이대가 높은 작가가 어거지로 '요즘말'을 쓰려고 하는 시도같은 말, 요즘 시대의 소설에 맞지 않는 "서울시 내부의 허구의 구 와 동" (낙원구 행복동이 연상되었다) 등등, 일부러 독서를 하지 못 하게 흐름을 뎅강뎅강 끊는 시도 같다. 30페이지를 읽는 동안 이만큼의 단점이 발견되어서 더 이상 이 책에 내 귀중한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추리소설 좀 읽은 독자로서 "독자가 어떤 사람이든 결말을 맞히지 못 한다" 는 홍보문구에 끌려서 책을 구매했는데 끝까지 읽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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