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신비로운 고양이 식당에서 "추억 밥상"을 예약하면 죽은 자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어릴적 병으로 떠나간 엄마, 사고로 돌아가신 오빠,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어린 시절 친구.. 그들은 추억 밥상의 김이 식기 전 까지는 예약자와 함께 자리하며 생전에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이 있다. 부정적 감정을 꽁꽁 싸매서 묻어버리고, 감정에서 도망치는 사람과, 견딜수 없는 슬픔의 존재감 때문에 오히려 퐁당, 감정의 바다에 뛰어들어 익사하려는 사람. 후자라면 [고양이 식당] 시리즈를 읽으며 등장인물들과 공감하고, 고통스럽게 독자 본인의 슬픔과 정면충돌하는 대신, 단편 속의 슬픔에 마음을 맡기고 함께 울어나가다가 자신의 감정도 인정하고 직시하게 된다. [고양이 식당]은 그런 곳 같다.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손 잡아주는 곳.
비단 죽음이 아니어도, 어떤 종류의 슬픔과 설움을 느끼는 사람이더라도 이 책에서 그리는 허망함과 무기력함은 부족하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나를 둘러싼 수많은 죽음에 이제 무뎌질대로 무뎌졌지만 다른 종류의 슬픔, 예컨대 자기혐오, 를 느끼고 있는 입장에서, [고양이 식당] 속의 인물들이 느끼는 절망과 마주했을 때 명치를 세게 맞아 멍이 든 기분이었다.
그만큼 감정에 대한 영향이 큰 책이니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거나, 오로지 본인과 책과 본인의 감정만 함께 보낼 시간이 있을 때 책을 집어들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