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쿨 사건이 잠잠해지자마자 다시 그 첨가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는 채로 나는 나쁜 짓에 가담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걸 알게 된 다음부터는 알고서도 가담하는 거였다. 어디에 신고하지? 경찰서? 시청? 환경부? 중소기업청? 소비자 보호원? 신고한 다음엔? 리콜되겠지. 시간 지나면 또 사용하겠지. 난 내부 고발자 가 되는 건가? 당연히 잘리겠지? 대출금 이자는 어쩌 지? 신고하기 전에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나? 바로 이직할 수 있을까? 내부 고발자인데?
이것이야말로 정상적인(regular) 세상의 모습이다. 명쾌함도, 구원도 없다. 모든 합리성의 끝에는 그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과 품고 살아가야 할, 그러면서 견뎌야 할 믿음뿐이다.
다이어트를 통해 원하는 성과를 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감정이나 상황에 휩싸여 실제 바람과 다른 선택을 내렸다 해도 도미노처럼 다음선택까지 무너뜨리지는 않으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인간이라면 실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좌절하고, 자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선택을 후회하는 감정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로 돌아와 지금 내려야 하는 결정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녀들 틈에 끼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려 하고, 연애편지를 쓰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런 할머니들을 보고 비웃으며 다시없는 미친년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그 여자들은 스스로 만족하며, 온갖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온갖 달콤함을 맛보면서 내 덕에 행복해한다.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웠고, 이미 나라는 사람은 없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그런데도 어김없이 날은밝았고 여전히 자신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