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특종! 쌓기의 달인’을 받았을때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은물과 나무조각들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조용하다 싶어서 방에 들어가보면 그것으로 여러 놀이를 하는것을 볼수 있었다. 만들어진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무엇이든 상관 없었다. 아이들은 조각들로 만든 모양이 무엇인지 상관하지 않고 만들고 부수는 일들을 반복하며 놀았다. 책속에 나오는 ‘쌓기의 달인’인 밤이랑 달이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쌓는다. 어떤 모양인지, 그게 쌓을수 있는 물건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쌓을 뿐이다. 비둘기 기자는 쌓기의 달인들에게 물어본다. 왜 쌓느냐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쌓는 이유를 말해주지만 비둘기 기자는 믿지 않는다. 비둘기 기자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때문에 계속 쌓는것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이 노는데 거창한 이유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같이 쌓아가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좋기 때문이다. 부수는 것도 놀이의 한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같이 하는 즐거움도 느끼고, 요령도 알아내고, 무너지면 다시 세울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도 배운다. 아이들은 무너지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쌓으면 되니까...탑쌓기의 묘미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탑쌓기 뿐이겠는가. 살면서 부딪히는 많은 일들도 그러하다. 우리는 사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걸 모르는 척하며 살고 있다. 공들여 쌓은것이 무너질까봐 다른 사람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다. 그러다 결국 쌓는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속이기도 한다. 숨기고 싶은 그런 마음을 그림책을 통해 알아차렸을때 얼마나 뜨끔하던지…나의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실패할까봐, 잘 안될까봐 두려워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어쩌면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었다며 시간이 없다며 자신을 속이지 말자. 어쩔때는 그저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 아이들과 그림책은 희한하다. 그들은 나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마치 밤이와 달이가 쌓기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보여준것처럼 말이다. 그걸 보고 무언가 알아차리는건 비둘기 기자와 나의 몫이다.<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