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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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젠의 서사가 비중있게 다뤄지는 이유는?

딸과의 갈등이 없었다면 젠을 데리고 오지 않았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중요성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거법이다. 소거법으로 이 서사가 없어도 괜찮은지를 확인할 수 있고, 소거법에 따르면 젠의 서사는 꼭 필요한 서사이다. 『딸에 대하여』는 이청준 소설의 ‘격자구조’ 기법을 통해 진행된다. 격자 구조 기법은 서사가 교차되면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짜여지면서 늘여놓는 서사로서, 젠의 서사와 딸의 서사의 무게감이 동등하게 격자구조로 짜여져서 진행이 된다. 젠의 서사는 부수적 서사가 아니라 딸의 서사의 짝패에 해당한다.

‘젠’은 굉장히 기능적인 인물이다. 딸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가 중첩되는 인물이다. 서사의 성격으로 봤을 때, 어머니와 딸의 교집합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젠’이 젊었을 때 했던 대의를 위한 행동들은 딸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들과 중첩된다. ‘젠’이 노년의 일은 엄마와 겹쳐진다. 엄마는 젠을 보면서 딸이 젠처럼 될까봐 격렬하게 반대하지만, 오히려 젠을 통해서 딸을 이해하게 되는 면이 있다. 젠은 엄마의 인식변화를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화자 및 시점의 특징은 주제의식과 어떻게 연결될까?

이 소설의 제목은 왜 ‘딸의 세계에 대하여’가 아니라 ‘딸에 대하여’일까. 이 소설은 양육할 책임을 가진 존재(딸)가 ‘나’(엄마)가 용납할 수 없는 가치를 가치고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즉, 이 소설의 주된 문제의식은 ‘나와 너무 다른 자식’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타자(자식)도 타자로 인정해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엄마)는 ‘절대로 절충이 되지 않는 관계에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어머니의 내면적 흔들림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 엄마의 시점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딸의 시점으로 이 소설을 보게 된다면, 딸의 PC함을 전제한 상태로 진행이 되기에 뻔하고 단순한 구조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어머니의 인정은 가장 어려운 인정에 해당한다. 어머니는 당사자(딸)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딸의 당사자성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에 해당한다. 이는 어머니가 가진 가치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딸의 비규범적 성적정체성과 둘러싸고 엄마가 돈/노동/가족구성(제도)에서 부딪힌다. 이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로, 어머니는 딸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내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교수부인과 어머니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나, 어머니와 딸은 비슷한 결의 사람이다. 다만 둘은 서있는 자리(입장)이 달라서 관점이 다르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비정상/규범적인 중년의 노후를 바라보며, 딸은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딸의 강사 해임 반대 시위현장을 목격하고, 병원에서 딸과 그녀의 동료들을 보면서 “이 애들은 삶 한가운데에 있다”(149쪽)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어머니가 딸을 인정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이후 딸이 “단단한 땅”, “가차없는 세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딸이 하고 있는 사랑과 투쟁이 순간적/일시적으로 취해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 내리고 있는 ‘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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