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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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구성

『82년생 김지영』과 이 소설은 콜라주 기법으로 진행이 된다. 모자이크 방식으로 여성 전화의 이갸기/신문 기사/대본 등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어온다. 강민주는 편집증적/과대망상적인 사람으로, 강민주의 목소리에 더 실감이 나고 더 공감을 하기 위해서 1인칭으로 서술되는 강민주의 목소리 안에서 강민주의 노트/강민주가 기록하는 내용/전화의 상담 내용/백승하의 사연 고백이 1인칭 목소리로 콜라주되어 있다. 이는 이 소설에서 말하고 있는 젠더폭력이 강민주라는 아주 특이한 한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제인 에어』의 말할 수 없던 버사는 『채식주의자』의 기울어진 글씨체(비이성의 언어)로밖에 나올 수 없다. 이러한 흔들리고/어긋나고/균열될 수밖에 없는 목소리들을 콜라주 기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인에어』의 버사는 왜 목소리를 낼 수 없나(왜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을 수 없나),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왜 비이성과 비합리성과 무의식과 꿈의 영역에서밖에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나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서 왜 이렇게 비균질적인 목소리들이 계속 끼어드는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된다.

강민주의 죽음 부분에서는 ‘누가’ 이 소설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든다. 강민주가 죽고 나서 마이크를 쥔다는 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행위이다. 이 소설에서는 백승하/황남기/김인수 세 남성의 목소리로서 강민주가 회고되고 재현되면서 소설이 마무리가 된다.

강민주와 백승하는 각각 남성성/여성성을 미러링하는 존재이다. 이는 여성성과 남성성이 편협하게 규정되어온 억압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납치와 감금에서도 미러링이 사용된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에 인신매매가 굉장히 흔하게 일어났는데, 양귀자 작가는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통해 당대 상황과 반대로 여성이 남성을 납치하는 사고 실험을 진행하였다. 표면적으로 납치, 감금은 당시 시대적인 배경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학적인 해석으로는 백승하가 감금된 곳은 컨테이너 박스/지하실 등이 아니라 아파트이며, 아파트 안에 꽃처럼 앉아있기만 한다. 강민주는 엄마 베개를 쓰며, 어머니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건강한 상태의 성장/자립을 한 상태가 아니며, 유아기에 고착되어 있는 모습이다. 강민주의 정신 상태는 굉장히 편집증적이며 비정상적이다. 강민주의 어머니가 부동산/달러 시장을 통해 경제력/부를 축적하였으며, 이는 공적인 상황에서 돈을 못 버는 상황을 보여준다.

백승하에 대한 강민주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백승하와 백승하 제외의 남성들은 이분법적으로 구분된다. 백승하 제외의 남성들은 일반적인 성향을 가졌으며, 강민주와의 소통이 부재된다. 백승하는 강민주와 유일하게 대화하였으며, 오후에 일정한 시간의 티타임을 가졌다. 이 티타임은 당대 현실에서는 잘 없는 판타지적 요소에 해당하였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조는 강민주의 감정 변화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백승하는 강민주와 일종의 대등한 선을 가진 인물이었으며, 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서로 대등한 관계여야만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백승하는 유일하게 강민주를 기만하지 않고 인터뷰에 답한다. 백승하는 강민주가 벌인 납치극의 피해자(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민주가 벌인 범죄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강민주에게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강민주가 여론에 의해서 폄하되거나 강민주의 의도가 곡해되지 않도록 말을 아끼고 있는 백승하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백승하는 강민주가 자신을 납치해왔지만 강민주가 자신의 가족/아이를 정말로 해치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으며, 이 사람이 어떤 식으로 성공하거나 실패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이 벌이는 납치극 안에서는 강민주가 다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백승하가 가지고 있었다. 강민주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백승하라는 인물이 너무 특별한 개인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백승하가 여성적인 공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기에 이해한다고 한다면 여성성도 모성/여신/창녀/성녀를 아우른다고 볼 수 있으며, 매우 도식적으로 타입화되며, 2022년의 관점에서는 어느 특정한 한 성의 특정한 성격으로 규정짓는 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은 백래시 없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진다. 이 소설은 남성을 납치해서 고발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강민주는 백승하를 사랑하며 황남기에게 죽임을 당한다. 이는 래디컬하지 않으며, 보수적이고 안전한 마무리에 해당한다. 이 멜로드라마/대중소설을 표방한 결말은 사회적으로 소설이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도 판단되어진다.

이 소설의 제목에 나오는 ‘금지된 것’이 함의하는 바는?

단편적으로 ‘금지된 것’은 강민주가 백승하를 납치/감금하는 일을 뜻한다. 여성에게 가능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물리적 폭력을 뜻한다. 이면적으로는 남성을 사랑하고 깊게 동정/연민하는 일을 함의한다. 강민주는 금지된 것을 소망하였기에 그 결과가 파국으로 이르렀다. 황남기에게 금지된 것은 강민주였으며, 소망조차할 수 없을 때 강민주를 죽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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