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지음,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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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몫」의 구성

「몫」은 1996년을 배경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이 시기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이자, 여대에서 집단폭력의 수위가 매우 높았던 시기이다. 즉, 작가는 90년대 대학 내 젠더폭력과 여성혐오를 보여주기 위해 1996년이라는 특정시기를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몫」에서는 정치적 변혁/대의 위해 움직이는 시위의 현장도 젠더화되어있었음을 표현하고 있다. 8~90년대 정치적 움직임을 재현할 때, 즉 옳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졌으며, 조직 안에서 강간, 성추행은 ‘대의를 위해서’ 해결을 미루었다. ‘강간은 미국에서’라는 구호는 한국 여성이 아니면 강간은 해도 된다는 뜻으로 보여지며, 여성을 “조국의 모습”, “조국의 자궁”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몫」의 주인공

소설의 핵심 인물은 정윤(사학95), 해진(언어학96), 희영(사회학96)이다. 「몫」은 해진을 주인공으로만(해진의 성장담) 읽어서는 안되며, 해진, 정윤, 희영 세 명을 모두 주인공으로 읽어야 한다. 해진에게 있어 정윤은 글쓰기의 출발점이다. 해진은 정윤의 “A여자대학교에서의 집단 폭력, 일부 학생들의 문제인가” 글을 통해 정윤을 알게 되었다. 초점화자[서술하고 느끼는 화자]인 해진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윤은 해진에게 있어서 글쓰기의 초심에 해당한다.

반면, 해진에게 있어서 희영은 검열관이자, 거울같은 초자아적인 존재이다. 희영은 펜을 사용해 글을 작성하며, 문제의식 중심의 발제를 해오는 중심이 뚜렷한 인물이다. 이에 반해 희영은 연필로 글을 쓰며, 요약발제를 하는 자신이 없고/머뭇거리며/본인보다 타인에게 더 집중하는 인물이다.


2인칭 시점의 특징이나 효과는 무엇일까? 왜 이 소설의 제목은 ‘몫’일까?

‘몫’은 세 가지의 층위를 가진다. 첫 번째는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희영의 윤리이다. 두 번째는 이 글을 서술하는 서술자, 해진의 윤리로 이어진다. 서술자인 해진은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만족하고 싶지 않아서 기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의 윤리로 이어진다. 작가는 타인의 삶을 재현할 때 함부로 재현해서는 안 되며,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끝나면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설 제목인 ‘몫’은 텍스트 둘러싸고 있는 등장인물(희영, 정윤, 해진), 독자, 작가, 사회의 몫을 묻고 있다. 「몫」은 2인칭으로 진행이 되어서, 서술자가 호명하는 사람은 “해진”이자 “독자”이다. 즉, 이 소설은 청유형 기법인 2인칭 기법을 사용해 독자의 윤리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

그때 당신과 희영의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범죄는 모국에서! 그러자 누군가 조금 작은 소리로 따라 외쳤다. 강간은 미국에서! (중략) 한참은 지나고 나서야 희영은 이야기했다. 그 구호보다도, 주변에서 옅게 퍼지던 웃음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강간이라는 말이 집회에 활기를 주던 그 순간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 P143

글쓰기가 막히고, 질리고, 어떤 의미도 없다고 느껴질 때 희영의 글을 읽으면 환기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신은 희영의 글에서 힘을 받았다.
- P140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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