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2 펭귄클래식 75
샬럿 브론테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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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인 에어』에 나오는 서사

『제인 에어』에는 옛 이야기의 서사들이 현대적인 서사로서 재해석되고 있다. ① 신데렐라 서사가 등장한다. 『제인 에어』에서 주인공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왕자님이 등장하고 있다. ② 미운 오리새끼 서사가 ‘붉은 방’을 통해 등장한다. ③ 푸른 수염의 서사는 버사의 서사로서 연결이 된다.

1~3장에서는 제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진행된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고, 외삼촌 없는 외삼촌 집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첫 장면의 나이 10살이 각인된 기억의 출발점은 책을 맞아서 상처가 나는 것이다. 제인은 옛날 소설 속 여주인공은 모두 예쁘고/상냥하고/친절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제인은 예쁘지 않고, 무뚝뚝하고 사납게 대들고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 이러한 제인의 성격은 시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재현하는 여성상과는 달랐기에 대중 독자들에게 흥미를 주었다. 제인은 게이츠헤드의 붉은 방에 갇힌다. 게인은 발작을 계기로 로우드 학교로 가게 되며, 추위와 배고픔을 경험하고, 이러한 ‘감금-탈출’/‘추위-배고픔’은 결정적 순간마다 반복된다. 로우드 학교에서 제인의 경험은 실제로 샬럿브론테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으며, 로우드 학교는 규울과 감금의 공간이다. 제인이 헬렌의 임종을 지키는 장면은 홀리하면서도 슬픈데, 여성의 우정과 정서적인 충만함이 드러난다. 제인이 헬렌을 안고 죽는 장면은 제인의 마르고 건조한 내면을 충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인이 로우드를 떠나게 되는데 이는 18살, 미성년-성년의 경계로,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제인의 진취적인 선택이다. 신데렐라 서사에서는 가만이 있어도 서사가 진행이 되었지만, 제인은 스스로 광고를 내고/스스로 장소를 벗어난다. 11~14자에서는 손필드 저택의 특징이 소개되며, 로체스터가 등장한다. 로체스터와 제인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남주가 다치고 여주가 부축해주는 설정으로, 전통적인 서사를 벗어난다. 로체스터의 생김새는 잘생기지 않았으나 몸이 좋은 인물로 남성성이 강화된 인물이다. 로체스터의 첫 등장 역시 말을 타고 등장하는 것으로 역동적인 남성성을 가지고 있따. 로체스터는 서스펜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며, 종잡을 수 없고 변덕스러워서 제인이 로체스터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델은 로체스터의 딸인데, 아델은 로체스터가 제인을 만나기 전에 얼마나 방탕하게 생활하였는지를 보여준다. 로체스터 침실에 화재가 나는 장면에서도 제인이 로체스터를 구해주는데, 중요한 사건마다 제인의 주체성이 중심이 된다. 23장에서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청혼을 하며 “나는 댓가를 치를 거다”라고 하는데 이는 신의 법정과 인간의 법정을 구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인간의 법정은 결과주의이나, 신의 법정은 인간의 감정을 우선시하기에 신의 법정에서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체스터는 자신이 결혼 상태라는 것을 속이고 제인과 결혼하고자 한다. 로체스터는 제인의 완고한 성격과 도덕률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청혼이 아니고서는 ‘제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로체스터가 제도적인 것 안에 들어가려는 것 자체가 로체스터가 제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를 보여준다. 로체스터가 분장을 하고 타로를 보는 장면에서도 제인이 얼마나 분별/이성/합리성을 가진 존재인지 보여준다.

로체스터가 청혼한 날 밤의 날씨는 좋지 않은데 이는 결혼이 순탄하게 진행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에 해당한다. 결혼식 전날 밤 제인이 꿈을 꾸는데, 제인이 아이를 안고 있고 힘든데 낼놓을 수가 없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제인은 로체스터임을 확신한다. 발 밑으로 돌이 굴러떨어지고 공포에 질린 아이가 목이 매달리는 바람에 숨이 막혀서 벽 위로 올라갔는데 로체스터는 보이지 않고 아이를 막 달래다가 벽이 무너지면서 아이가 무릎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꿈에서 깼다. 그래서 봤더니 면사포와 웨딩드레스가 찢어져 있었다. 이 때 안고 있었던 아이는 로체스터와의 사랑, 자기 자신을 상징한다. 이 꿈 전체가 암시하는 것은 손필드에서 제인이 죽음에 가까운 불행을 겪고 제인과 로체스터의 사랑은 굴러떨어질 것이다.

제인은 이 결혼이 이중 결혼이기에 감행할 수 없다며 몰래 로체스터를 떠난다. 제인은 무어하우스에서 선생님 일을 시작한다. 존 에어가 죽음으로써 세인트 존과 제인이 사촌 관계임을 밝혀지고, 제인이 물려받은 2만 파운드를 사촌들과 나누어 가진다. 세인트 존이 제인에게 청혼하였으나, 세인트 존은 고집스럽고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제인이 누구를 사랑하느냐는 제인에게 가장 맞는 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세인트 존은 동지는 될 수 있어도 사랑은 할 수 없다. 이 소설이 쓰여지는 시기는 로체스터와 결혼한 지 10년 뒤이다. 제인은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라’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이야기한다. 신부과 토대가 역전된 상황에서 제인은 로체스터를 선택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제를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제인으로서는 완벽히 꽉 닥힌 성공서사이며, 행복한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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