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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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미술은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고전미술은 그나마 그리스 로마 신화나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를 담아서 '아 그런 거구나' 싶은 면도 있지만

현대미술은 뭐도 도통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화가가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 있을 텐데

그게 뭔지 모르니 난해하고 어렵다고 느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10년간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한 이창용 작가의 신간, <이야기 미술관> 읽으면서 비로소 미술에 눈을 뜨게 된 기분이 들어요.




<이야기 미술관>은 미술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화가의 생애, 작품 탄생의 배경, 그림 속 비하인드를 담은 책이에요.

화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화가가 활동한 시대적 배경은 어땠는지를 알면 작품 이해도가 높아지더라고요.


고전주의 미술을 읽을 때는

암호를 해독하듯 작품 속 수많은 오브제의 도상학적 의미를 해석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현대미술을 볼 때는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여 좋은 작품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했어요.




<이야기 미술관>에는 서사가 담긴 그림이 전시된 네 개의 방이 있어요.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에서 수 세기 전에 탄생한 불멸의 작품을 만나고,

그림 속 인물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을 배우게 되는데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은 '고독의 방'이었어요.

모든 세상이 외로움으로 물들어 갈 때 탄생한 작품 중

뭉크의 <절규>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뭉크의 이름은 까먹어도

영화 <스크림>, <나 홀로 집에> 등 수많은 매체에서 오마주한 덕분에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절규>를 그릴 당시 뭉크는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대요.

의지했던 가족들 모두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계속되는 실연으로 어디 하나 마음 둘 곳 없는 상황이었지요.


뭉크는 정신병원에 갇힌 여동생을 면회하고 돌아가는 길에 보게 된 노을 진 하늘에서

자연을 꿰뚫는 거대하고 끝없는 절규를 듣게 되었어요.


실제 하늘이 저렇게 핏빛일 리도 없고,

사람이 저런 형상으로 보일 수도 없고, 자연이 비명을 지를 수도 없으니

당시 앓았던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상태를 묘사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뭉크는 <절규>이고, <절규>가 곧 뭉크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의 대표작은 <태양>이라고 해요.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의 빛이

자신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을 깊이 공감하고 위로하는 듯합니다.

'절규'에서 벗어난 뭉크가 남긴 '태양'처럼

한 줄기 희망이 스며드는 듯한 깊은 감동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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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이야기 외에도 <이야기 미술관>에는 고흐, 피카소, 이중섭, 카라바조, 클림트 등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도슨트가 뽑은 특별한 그림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창용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미술관>으로

그림에 발견하고 해석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흥미로운 화가의 인생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응답하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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