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연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3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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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는 비범한 이야기꾼,

김려령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삶의 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청소년 소설, <모두의 연수>이다.

 


<모두의 연수>의 주인공 연수는 비록 부모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많은 보호자를 가진 아이다. 연수의 엄마는 연수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빠는 누군지도 모른다.

 

엄마가 고아였던 탓에 영아원으로 보내질 운명이었지만

이런 연수를 외면하지 않고 보살핀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모부의 부모님) 덕분에 연수는 명도단 대흥 슈퍼의 손녀딸로 자랄 수 있었다.

 

지방 변두리의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명도단은

과거 유흥업소가 즐비해서 뭇사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던 곳이다.

 

누구는 명도단을 단속의 대상인 우범지역으로 보지만

연수에게 명도단 사람들은 사각지대가 없는 CCTV 그 자체였다.

명도단에서 연수를 찾고 싶을 땐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연수 이름만 말하면 되었을 정도니까요 연수는 명도단 골목이 키운 아이였다.

 

지금은 개발 명목 아래 몇 블록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가게마저 간판을 새로 달아 옛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대흥 슈퍼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명도단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수의 생부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어떤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사람이었다.

 

그는 연수가 그저 과거 자신이 겪은 끔찍한 폭력의 증거물일 뿐이라 한다.

거짓말 같은 그의 이야기에 조목조목 반박할 수 없어 가슴 아프지만 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를 사는 게 일생일대의 관심사일 만큼

평범하고 평온했던 연수의 삶이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열다섯 연수는 이 난관을 어떻게 이겨낼까?



태생부터 평범하지 않은 연수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엔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자리 잡고 있지만 상처받았으나 상처받지 않는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해준 수많은 보호자들 덕분이다.


이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도 우리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명백한 피해자니까. 누가 더 바보 같았느냐고? 그건 아마 서로를 아끼는 마음과 비례하지 않았을까. 서로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각자의 방식으로 인내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우리가 서로에게 가진 아낌의 속살이라고 부르고 싶다. 성격들이 낯간지러운 걸 못 견뎌서 표시 내지 않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아끼고 또 아꼈다. 아주 두텁게. 내가 부모가 아닌 보호자와 지내도 행복한 이유였다.


김려령作 <모두의 연수> p309-310


연수가 악! 하고 소리라도 지르면 만사 제쳐두고 뛰쳐나오는 명도단 이웃들의 관심과 연대가 없었더라면,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연수는 감당하기 힘든 아픔에 무척 외로웠을 것이다.

 

아픔이 상처가 되어 곪지 않고,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힘은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안부와 관심이 아닐까?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지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울타리가 있다면

험난한 세상도 씩씩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모두의 연수>를 통해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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