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올해 상반기. 내가 만난 작가 중 한 사람은 김숨이라 할 만하다. 로 처음 만난 작가. 그녀는 내게 현실에 발 딛고 사는 괴로움을 처절히 되새겼다. 혹자는 철저히라 할지 모르지만, 내겐 역시 처절하게 읽혔다.


작가는 두 가지 소재를 숨 막히게 그려낸다. 침과 콜센터 상담원. 여자와 그녀, 시어머니와 며느리. 일상 속에서 엉겨 붙는 그들의 감정은 독자를 잘 짜인 거미줄처럼 소설의 구조 속으로 밀어 넣는다. 작가가 절대 서두르는 일은 없다. 장은 익어야 맛이 나고 상처는 곪아 터지고야 아물 듯이 서서히 그럴 수밖에 없는 종착지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을 단위의 사회적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여자의 사회생활은 기생 관계에 묶이게 된다. 대개의 경우,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라는 다른 여자를 희생시켜야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경우 시어머니인 여자가 그 역할에 낙점받는다. 혼자 살겠다는 여자를 굳이 데리고 와 함께 살며, 가사도우미며 아이 돌보미 역할을 맡기곤 며느리인 그녀는 당연하다 되뇐다. 죄책감을 지우기 위해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때문에 고통받으니 며느리를 욕하면 될 일인데 이게 또 쉽지 않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며느리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정신적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직장에서는 언제 잘릴  지 알 수 없는 파리 목숨이다. 스트레스를 풀 장소라곤 집밖에 없는데, 묵묵히 일해줄 뿐 다정한 말 한마디 오가는 법 없는 고부간이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한 걸까. 아니, 어떤 해결 방법이 옳은 걸까.


내게는 '각자 답을 생각해 보시오'로 읽혔다. 여자와 그녀의 아픈 대결은, 다 읽고 나서도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할 만큼 묵직한 물음이었다. 이 책을 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정말 힘들게 읽은 것도 사실이다. 어느 가정에 들어가 보고 적은 것 같은 장면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이 마치 칼날에 베이는 일 같았다. 책의 3분의 2까지 절정인지도 모르게 완만하게 오르는 능선 또한 한 몫 했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3분의 2 지점까지 도달해서 묵직한 질문을 들을 수 있을까' 이것은 내가 들은 또 다른 묵직한 질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