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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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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푸르스름한 거품으로 뒤덮여 있다. 팩을 하고 15분 후에 미온수로 씻어내세요. 세수하고 본 욕실 거울 속 얼굴은 절대 미인이 아니지만, 다행히 혐오감을 일으킬만한 얼굴도 아니다. 절세미인이라 불린 일도 없었지만, 절세추녀라 불린 일도 없었다는 거다. 가끔 거울을 보며 생각은 한다. '좀 더 예쁘게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옛날부터 끝이 없었다. 얼굴이 썩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희고 고운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 수은을 발랐던 유럽의 여성들이나,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머리카락을 길렀던 일본의 귀족 여성들은 일 년에 단 몇 번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지금 목숨을 걸고 양악 수술이나 전신 성형을 하는 것에 비하면, 가벼운 시술이나 화장은 애교에 불과할 지 모른다. <향수>의 주인공 그르누이는 아름다운 소녀의 향기를 빼앗기 위해 그녀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도대체 인간의 욕망은 왜 아름다움으로만 향해있을까.


추함을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추녀와 미남의 결합은 내 기억에 별로없지만, 미녀와 추남의 결합은 종종 보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추녀는 비통하고 우습게 보이지만 추남은 음산하고 서글퍼 보인다' 우스운 것보다 서글픈 것이 감정을 움직이기 쉽다. 성공한 추녀를 사람들은 '독한 년'이라 부르지만, 성공한 추남은 그저 '성공한 남자'에 불과하다. 남자는 성공하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아름다움만을 강요하는 세태와 여성에게 강요되는 추함에 대한 수용 압력은 어떤가. 작가는 이 문제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녀는 야수일 때부터 그의 마음에 감동해야 하며, 개구리 왕자의 겉모습을 혐오하거나 콰지모도의 아름다운 마음 대신 외관에 집착했다가는 도덕적 질타를 받는다. 인어공주가 목소리를 잃고 아름다운 다리를 얻는 것은 괜찮지만, 피오나 공주가 슈렉처럼 변하는 것은 퍽 곤란한 일이다.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끝나는 소설은 대부분 시시하지만 이 책은 결말을 위한 책이 아니다. 작가의 대표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처럼 독자는 결말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가운데 토막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엄중하게 묻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것이 틀리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가.



+여전한 의문은 남는다. 왜 인간은 아름다움에 그토록 집착하게 되었는가. 어떤 기준이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는가.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은 설문조사 내용에 의해서나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리라. 게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점과 동떨어져 있는 질문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관련 자료 같은 것을 얻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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