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대제 12 - 얼웨허 역사소설, 전면 개정판 제왕삼부곡 1
얼웨허 지음, 홍순도 옮김 / 더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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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일이 있다. 거의 다 읽은 책을 두고 ‘지금은 읽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 되는 경우. 두 번 말하면 입 아프고 웬 황당한 얘기냐 하겠지만 이 책이 과연 그런 경우다. 11권 30쪽 즈음까지 신나게 읽다 밤새 자고 일어나니 이런 마음이 들었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때는 뭐라 콕 집어 할 말이 없었지만 지금은 있는 것도 같다. 아마 지금이라야 할 수 있는 말을 속에 담아두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목 아래 들어온 칼은 애써 무시했다. 공신들의 숙청을 지켜보며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천엽이 할마마마가 떡잎을 제대로 봤다고 할 정도로 잘 자랐다. 천재도 이런 천재가 없는지 가르치는 학자들마다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며 성실하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배포는 얼마나 자랐는지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치수 사업에 힘을 실어 백성들 삶을 윤택하게 했다. 비옥한 농토와 늘어난 상점. 서서히 번화해가는 도시 풍경이 태평성대라고 불릴 만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탐관오리 얘기다.

 

 

 

지방관이 되는데 연줄을 쓰고, 뇌물수수로 잡혀 들어갔지만 금방 나온다. 나라가 어려우니 어느 정도의 뇌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야기하는 강희가 있을 정도다. 슬쩍 이건 아닌데 싶지만 최고 권력자가 인정할 정도로 관행이었다. 이 문제로 그의 말년은 고통이고 고민이었다. 이 결과로 시진핑이 모델로 삼았다는 부패 척결의 대명사 넷째 윤진이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다. 야화가 많지만 엘웨허가 그린 상벌이 뚜렷한 냉철남 옹친왕이라면 그럴 법하다. 부패 척결을 마음먹었는데 자기 연줄 챙기는 황자는 미덥지 못하다.

 

 

 

중국에 부패가 심각하다는데 대세는 중국이라고 여기도 다르진 않다. 학교 선생님이 되려면 돈 싸들고 가야하고, 국회의원은 민생안정 대신 여기저기 갑질하고, 빈부격차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우리도 옹정제가 필요한 것 아닐까. 안철수 의원이 나와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너무 깔끔한 분’이라고 한 의원이 꼬집는 말을 들었다. 근데 이제 ‘너무’ 깨끗한 사람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나는 민주에 가까운 중립이라 자부하지만 요즘엔 민주당에 욕밖에 할 게 없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기들 잘못은 없는 척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속 시원히 사과하고 앞을 내다보면 누가 잡아먹나. 촛불시위는 잊은 지 오래. 내가 하는 말은 무조건 옳다. 반대는 반대한다. 그러니까 안철순가? 아니다. 미안하지만, 아직까지 안철수다. 앞으로도 안철수였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안철수가 옹정황제를 좀 알아주길 바라는 게 큰 욕심은 아니길 바란다.(물론, 여자 문제는 제외하자. 중임도 후계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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