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 문학동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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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에 가면 떠난 그 사람이 내게 보낸 편지가 있을 것 같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잡히지 않았던 파도같은 사람.

에이헙 선장처럼 목적이 있는 고래잡이도 아니면서 먼 바다만 고집한 사람이었다.

왜 그런지 물으면 기억 날것 같으냐?

아니요,

아니.

나는 모르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큰 파도에 실려 찾지 못할 바다로 떠나버렸다.

왜 그런지 물으면 생각 날것 같으냐?

아니요,

아니.

나는 모르오.

바닷가 우체국에 가면 떠난 그 사람이 내게 보낸 편지가 있을 것 같다.

그가 왜 그 밤에 배를 타고 떠났는 지 나는 모른다.

노른내 풀, 풀 나는 김 영감 말에 혹한 게지.

연락하겠다던 말, 나는 믿지 않았다.

배는 마지막이라는 말, 나는 믿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났지만 연락은 오지 않는다.

석 달이 지났지만 연락은 오지 않는다.

아마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일 게다.

그러니 그의 소식은 우체국에서 전해줄 것이다.

왜 그런지 물으면 얘기할 수 있느냐?

아니요,

아니.

나는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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