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울지 않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그저 그런 단편 모음이라 해도 될 것이다.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작은 소품집이라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글들이 이렇게 내 마음에 남는 건 아마 여성으로서 일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가 아닐까?

짤막하게 정리한 세 가지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에는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옮긴이의 말_ 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 열여섯 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직업전선에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눌러 앉게 되었다.’ 식의 전개가 많았다. 아마 작가는 여성이 일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고 하더라도, 남성보다 보편적이지 않아 그런 식으로 일하게 된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 속에는 분명히 ‘현실감’이 있다. 그래서 내가 ‘플로리스트’가 된 것 같고, 주류회사의 ‘영업 사원’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 차였던 남자를 찰 수 있는 능력 있는 ‘백화점 사원’이 된 것도 같다. 아직 우리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중 많은 부분이 ‘사원’에 한정지어져 있어서 일까? 그게 한편으론 슬프면서도, 사실 다른 한편에선 다른 누구도 아닌 ‘사원’들이 책에 많이 나와서 더 동질감이 느껴졌다.

스물아홉. 서른 줄에 들어서면 적은 나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지금 내가 느끼기에는 조금 버거운 나이다.

숫자를 몇 개만 떨어뜨려 스물여섯이나 스물일곱 정도면 정말 감사할 텐데 말이다.

남들은 결혼한다고 설치는 나이에 자꾸 일 한다고 설치고 다니니 부모님 눈에 곱게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묻기가 두려워 묻어 두기로 한다. =_=;;)

뭐 일도 결혼도 잘하면 되지! 마음을 다잡지만, 가끔 미끄럼틀 앞에서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사실 아직 올라온 게 없으니, 미끄럼틀을 내려올 수도 없다. 다만 올라갈 미끄럼틀 자체가 없어질 까봐 조바심 내고 있는 것이다.

‘절대 울지 않아’ 라고 외치지만, 어딘가에서 혼자 울기로 정해진 것이 ‘사회인’이란 세 글자에 담겨있는 논리가 아닐까 싶다. 남성도 아마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절대 울지 않아’라고 외치며 아마 악착을 떨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잘하게 되겠지! 낙천적인 사람인양 나를 포장해 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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