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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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차 선로에 사람 밀어 떨어뜨리기.

섬뜩한 제목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이기도 하다.

책의 중간중간에 저자는 이 질문을 대입해 봄으로써 정의의 바로미터로 사용한다.

기차가 선로를 달리고 있다.

운전 기사는 바로 독자 자신.

기차는 시속 100킬로미터로 질주하고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브레이크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이대로 진행한다면 인부 다섯 명이 철로에 있는 사람이 모두 죽는다.

하지만 반대편 비상 철로에는 인부가 한 명 밖에 없다.

,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며 또 다른 가정을 말해준다.

열차를 기다리는 덩치가 산만한 남자를 선로로 밀어 5명의 인부에게 위험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말이다.

이제 독자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어떤 것이 정의인가?

저자는 이 문제를 연이어 나오는 철학 사상을 가지고 차례차례 풀어간다.

공리주의, 자유주의, 이마누엘 칸트, 존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서양 철학자를 모두 토론의 장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저자는 과연 뭐가 좋은 가에 대한 답은 쉽게 이야기 하지 못한다.

아니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저자는 한 가지 사상이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

다만 이러 이러한 내용이 있다고 말해줄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는가는 오로지 독자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저자는 어느 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채로 책의 마지막까지 간다.

처음에는 왜 이 사람은 자기 주장을 하지 않지?

학자라면 자신의 주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3분의 1을 읽었을 때쯤엔 나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고찰하는 것도 괜찮지!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2. 그래도 정의는 있다.

책을 거의 다 읽어 갈 무렵에도 나는 이 책을 그저 여러 정의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책으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책은 저자가 주장하는 정의의 개념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 자신의 생각을 넣은 것이다.

저자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360-361p)

그리고 그 이유를 마지막 이야기로 선택했다.

나는 이 책의 의미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버드대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교의 교수가 정치 철학을 이용하여 정의를 이야기 하는 일은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연구가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연구이기에 의미 깊다.

오늘날에는 천재 한 명이 기업을 먹여 살리고,

상위 몇 퍼센트가 나라를 바꾼다고 하는 둥 엘리트주의에 빠져있으면서도

지식인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머리를 쓰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일들은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동체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고, 기대하고 싶다.

앞으로 인간이 동물보다 낫다는 정의를 일깨워줄 지식인들이 많이 나와주길 바라본다.

3. 목적으로서의 사람.

저자인 마이클 샐던 교수님의 정의는 이마누엘 칸트와 무척 닮아있었다.

사람을 수단으로 보지 말고 목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칸트.

친구를 죽이러 온 살인자에게도 선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그는

꽉 막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있었던 사실이지만 살인자가 오해하게 만드는 호도성 진실을 언급함으로써

도덕법을 지키면서도 친구를 숨겨줄 수 있는 묘안을 제시한다.

칸트는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전체 도덕의 틀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하며 도덕법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호도성 진실마저 꺼내놓지 않고 대놓고 세상을 우롱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잘못을 하고 호도성 진실’을 사용하여 변명만 늘어 놓는 것은 잘못이지만,

칸트가 말한 호도성 진실’은 도덕법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기에 더 가슴아프다.

도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권리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도덕법은 지켜져야 하는가?

공공의 이익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여 흩어져도 상관없는 것인가?

나는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책이 묻는다. ...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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