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언제 봤었지?
 
이제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된 옛날 얘기인 것 같다.
 
끽해야 몇 달 전 일이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언니와 영화를 보러 갔다.
 
상영관이 멀리 있어 주말인데도 아침 일찍 일어나, 부리나케 준비를 했었다.
 
우리는 키덜트답게 ‘몬스터 대학교’를 보기로 했다.
 
게다 언니가 꼭 더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서 더빙으로 봤다.
 


청록색 털북숭이 설리반은 유명 가문 출신이다.
 
입학 하자마자 ‘겁주기 학과’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몸짓이나 목청 등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천부적 재능’이었다.
 
마이크는 어릴 때부터 작고 귀여운(!) 외모로 모두의 놀림을 받았다.
 
가까이 오려는 사람은 오로지 선생님뿐.
 
세상에 항변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영화의 제대로 된 시작은 마이크의 대학교 입학 장면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그의 외모를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귀여운 생김새와 목소리는 그 누구도 무섭게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사소한데 한눈파는 대신 노력했고, 학기 말이 되자 설리반과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재능을 가지고도 노력하지 않는 자와 재능은 없지만 노력하는 자.
 
그러나 학장의 선택은 둘 모두의 학과 퇴출이었다.
 
‘겁주기 학과’ 복귀를 위한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이크와 설리반은 학과 복귀는커녕 대학교 중퇴자가 된다.
 
물론, 나중에 몬스터 주식회사 최고의 인기스타가 된다는 말도 빼놓아선 안 되겠다.
 
그들은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가장 힘든 우편실부터 시작한다.
 
세월이 지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위로 올라간다는 성공 스토리다.
 
묘한 기시감이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치 자기개발서 같다.
 
현실적인양 설리반의 가문을 이야기하고, 마이크의 모습을 꼬집지만 결국,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씁쓸했다. 현실에서, 해도 안 되는 일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찡하게 울렸던 장면이 두 군데 있었다.
 
첫 번째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견학하러 갔을 때 마이크가 했던 말이다.
 
“너희 저 괴물들의 특징이 뭔지 아니? 모두 다 다르다는 거야”
 
모두 다 각자의 개성이 있으니 그것을 발전시키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생은 묘하다.
 
그걸 아는 그도 좌절하게 되고,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시험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연다.
 
두 번째는, 멋대로 문을 열고 나간 마이크가 학장이 막은 문을 열기 위해 ‘겁주기 계획’을 실현하는 모습이다.
 
마이크가 가진 모든 겁주기 능력을 총 동원하고 같이 갔던 설리반이 합세해, 둘은 몬스터 세상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현실은 변함없는 ‘중퇴생’이었지만 그는 분명 성취감을 얻었을 것이다.


비명캡슐이 가득 차고 학장의 놀라는 얼굴이 비춰진다.
 
순간 엄청난 겁주기에 성공한 그들에게 ‘중퇴 취소’가 선언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학장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괴물이었다.(역시 제도권은 특별함을 힘들어 하는 게 분명하다)
 
짐을 잔뜩 지고 버스정류장에 선 그들 앞에, 학장이 나타난다.
 
“학교에서 너희들을 받아줄 순 없지만, 행운을 빈다”(기억대로 썼다. 내용은 얼추 맞을거다)
 
재능을 인정한다는 듯이 들리지만, 결국 알아서 살아남으란 얘기 아닌가.
 
영화관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 영화 제목이 뭐였지? 목적이 이끄는 삶?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보는 내내 신나게 웃었지만, 뒷맛은 썼다.
 

영화 속에는 세상의 사상이 너무 재미있게 녹아있어서 까딱 잘못하다간 속고 만다.
 
내 길을 잃게 된다.
 
아닌가, 영화는 반어법을 쓴 것일까.
 
가족영화로 구분된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다니,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선전문구와 영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선택했었다고 합니다. 독일인들은 투표로 그를 나라의 수장 자리에 앉혔지요.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중문화로 많은 사람의 생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보다 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교훈적인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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