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솔직히 말한다면 기대한 만큼 와 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약간 내용이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이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경건한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편한 마음으로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는 뜻이다. 중간 중간 에세이 특유의 유머들이 깔려있어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소소한 재미와 나름의 공감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꼽을만한 것들로는 2장 ‘줄기차게 혼나 온 아가와 60년 역사’가 있다. 이 장은 주로 엄한 아버지 아래서 줄기차게 혼나 온 아가와 본인의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공감한 부분은 아버지라는 ‘특정 인물에게 혼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혼남’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나름대로 파악해본 바에 따르면 나는 대체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남들보다 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전혀 낯선 분야의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한다든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과제를 받게 된다거나, 새로운 집단에 들어선 경우, 나는 혼나기 시작한다. 낯섦과 마주했을 때 나는 유독 서툴러진다. 그래서 많이 혼났고, 직접적으로 혼나지 않아도 스스로 자책하며 나 자신을 혼냈었다. 때문에 나는 ‘혼남’에 있어서 그만큼 두려움이 크다. 많이 혼나면 그 만큼 단련이 되어 익숙해지고 담담해질 법도 한데 혼나는 일 만큼은 때마다 두렵고, 서러운 것 이었다. 그런데 아가와의 소소한 ‘혼남’ 에피소드들을 읽는 동안 어느새 나는 ‘혼남’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마구 솟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나는 것’이 마침내 조금은 가벼운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 모두 나처럼 많이 혼나며 살아가고 있구나. 나만 특이한 사람이 아니었어.’를 깨치고 나서부터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비로소 ‘혼남’을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이 원채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라 가능했다.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한동안 심각히 고민했던 많은 것들이 한 사람의 일상을 들려주는 에세이를 통해 상당 부분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이 책이 나름대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듣고 있었어. 듣고 있었지만 너희 집 싸움은 좀 특이하단 말이야. 아버지나 딸이나 너무 극단적이잖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차피 이삼일 지나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돌아올 텐데. 지금까지 만날 그랬잖아.”

당사자와 달리 냉정하다. 맞는 말이었다. 친구가 말한 대로 며칠 후에는 웬일인지 평화가 찾아왔다. 친구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을까. 사실, 전화를 끊을 때면 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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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는 힘 - 상처받지 말고 성장하라
아가와 사와코 지음, 류랑도 엮음, 오화영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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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혼나는 나에게 딱 맞는 책. 이젠 혼나는 일이 두렵지 않아! 누구보다 `잘` 혼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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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희망을 (반양장)
트리나 포올러스 지음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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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에게도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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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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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부처럼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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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틀 스타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
배명훈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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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블록버스터 SF 영화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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