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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 어느 속물의 윤리적 모험
박선영 지음 / 스윙밴드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의 이야기를 아주 통찰력 있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우리나라의 사람값이 똥값이라는 것이 특히 공감이 갔다.
<내가 하는 공짜 노동에는 분개하면서 남이 하는 노동은 공짜로 누리려는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다면
아무리 고용주 탓을 하고 정부 탓을 하고 프랜차이즈 탓을 해봐야 사람값이 제값 되는 날은 오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스웨덴에서는 배달 등 발걸음 하나만 떼도 요금을 매기는 인건비 산정 방식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공짜로 원하기 때문에 사람값이 똥값인 이유에 일조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비교적 훌쩍 올라 뛴 최저임금 7530원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하더라도 한 달 급여가 133만원이라고 하니, 우리 사회가 노동의 값어치를 얼마나 낮게 평가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스웨덴을 예시로 들어 노동시간 단축이 남성들의 가사분담률을 높일 것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한국남성들이 OECD 가사분담률 최하위인데, 노동시간은 최장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한국남성들을 비난만 할 일도 아니라고 책에는 쓰여있지만, 사실 한국남자들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주된 원인이 노동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정말 노동시간 단축이 된다 하더라도 한국남성들은 바깥에서 더 시간을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내 사고가 편협한 것일지,,,
페미니즘에 대해서 더 고찰해볼 수 있었던 4부 '자궁 있는 페미니즘'의 내용이 아주 좋았다.
작가님께서 만들었다는 신조어 '맞벌남'(가사노동은 안 하면서 맞벌이는 죽어도 못 잃는 남성들을 일컫는 말)도 재치있게 느껴졌다. 더 대중적으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추방하자는 내용도 아주 공감이 갔다. 워킹파파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임금을 받으며 하는 노동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가사노동은 폄하하고 마는 사회 인식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렇게 답답하고 열받는 것도 많은 세상이지만,
'1밀리미터의 희망이라도' 가져본다면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힘들 것이고 오래걸리겠지만, 조금씩의 희망이 모여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