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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판사
정재민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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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니.

 

혼밥판사는 판사 재직시절 정재민 작가님이 맡았던 판결사건들과 음식에 관련된 단상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제대로 읽어보기 전에는 법 감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 들어 있을거라 예상하며 어려운 법 내용에 압도당할까 싶어 긴장했다. 그런데 읽어 나갈 수록 혼자 밥 먹는 행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음식에 대한 시대적 추억도, 음식의 시초에 대한 간략한 배경지식도, 해당 음식하면 떠오르는 뒷 쓴맛이 느껴지는 사건과 주인공들 이야기까지. 개인적으로는 음식묘사가 정말 박진감(?) 넘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정다툼 이야기는 치열함과 긴장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작가님 본인을 포함한 사람들-인간이라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작가님 회상에서 되새겨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음식을 좋아하고 삶의 순간과 고민들을 그려내는 작가님의 소박하지만 일상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낭만적인 시각이 좋았다.

 

삶은 수시로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허무와 고독과 속박과 좌절을 느끼지 않는 날을 찾기 어렵습니다...그럴 때 저는 먹습니다. 되도록 혼자 먹습니다...가능하다면 그런 음식을 법정에 내어놓고 함께 먹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아무래도 현실의 법정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저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가 밥상 위에 환상으로 재구성한 법정을 차리곤 했습니다.. 이 글은 그렇게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니었던 한끼 한끼의 기록입니다.” (8-9페이지)

 

 

곰탕은 맛도 좋지만 먹는 재미도 있다. 꼬리곰탕은 입으로 쪽 빨아 당기면 뼈다귀에 붙어 있던 흐물흐물해진 고기가 쏙쏙 빠져나온다. 양지 곰탕은 고기를 건져내서 수육처럼 기름장이나 마늘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소의 무릎 관절인 도가니를 넣고 끓인 도가니탕은 말캉말캉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물렁뼈를 우물우물 씹는 재미가 있다.” (99-100페이지)

 

원래 누구나 아는 맛이 제일 맛있는 법. 읽는 것 만으로도 군침이 계속 돌아 힘들었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다보면 자기만의 음식철학과 센스가 생겨난다. 작가님의 음식먹는 팁들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였다.

 

 

제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법학의 대가라 해도,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이라 해도, 이런 동영상을 계속 다시 돌려본다고 해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졌는지 안 만졌는지 확실히 말할 수 없을 때가 많을 것이다. 판사를 더 위축시키는 것은 바로 당사자는 진실을 안다는 사실이다. 훤히 다 알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확실하게 모르는 무엇인가를 아는 척하며 가르쳐야 하는 선생이 된 기분이다.” (104페이지)

 

단지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일 조차 현실에서는 어느 것 하나 딱 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고민은 판사님들도 동일하게 겪나보다. 판사로 일하시며 겪은 한계점과 어려움을 진솔하게 풀어내는 부분에서 직업의 차이를 초월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순대 한점을 집어 먹어보았다. 식어 있었다. 따뜻한 순대가 식은 순대가 되기까지 내가 오랜 시간 동안 눈치 없이 그 집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나는 더이상 순대를 먹지 않고 친구 집을 나섰다. 모자가 오붓하게 순대 먹는 시간을 내가 훼방 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133페이지)

 

음식과 관련된 법정다툼 내용과 더불어 작가님 개인의 추억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자랑스런 기억도 부끄러운 기억도 있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내 추억의 매개 또한 자극하며 읽는 재미를 더했다.

 

 

 

다만 이 글은 음식이라는 소재를 빌려 사람들과 삶과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글입니다...음식의 세계와 법의 세계를 나란히 놓아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음식은 알면 알수록 맛이 있다. 혹은 없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삶을 살면 살수록 인간을, 그의 행위를, 그의 인생을 유죄와 무죄, 위법과 적법,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음식을 성분과 레시피가 아닌 음식 자체의 맛과 냄새와 온기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사람과 인생도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제가 그동안 문학을 읽고 별 소질도 없으면서 글을 써온 것 역시 그러한 부족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기도 합니다.”(232-233페이지)

 

평소 내가 해오던 고민과 일치해서, 작가님에 전혀 비할 게 못되지만 내가 책을 읽고 조금씩 글을 써보는 이유와 유사해서 참 공감되었던 말씀.

 

단지 재미있다기보다 판사라는 직업을 통해 바라본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그 내재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낭만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판결문과 공소장에는 담기지 않은, 달콤쌉싸름한 인생의 장면들"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이야기로 풀어주시는 - "사람과 인생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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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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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노멀시대-여행 트렌드의 변화

 

이 책의 다른 여행 가이드 도서와의 차별점은 '뉴노멀'시대의 도래에 따른 여행트렌드의 변화에 맞게 내용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첫째, 코로나19의 일상화로 재택근무가 필수화되는 상황이다. 근무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한 달 살기'등 장기간 여행이 가능해진다고 예상한다. 이와 더불어 유명한 관광지만 단기간 내에 둘러보는 기존 여행방식에서 벗어나 둘째, 소도시 여행이 선호되고 있다. 셋째, 호캉스를 즐겨 관광지 중심이 아닌 가고 싶고 즐기고 싶은대로 여행을 즐기는게 트렌드다.

 

보통 베트남 여행이라 하면 하노이나 다낭, 호치민을 꼽지만 최근 여행 트렌드의 변화로 베트남의 다양한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고 그 중 하나가 달랏이다. 일년 내내 한국의 봄, 가을 날씨가 유지되고 프랑스 식민지시절 휴양도시로 계획된 곳인 만큼, 가슴아픈 역사에 대비해 역설적으로 우아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별장과 아시아와 프랑스 문화가 잘 융합되어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유럽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라고 한다.

 

삶을 단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보다 소도시를 선호하게 되고 현대적인 도시보다는 옛 정취가 남아있는 그윽한 분위기의 도시를 선호하게 된다.” (119페이지)

 

아는 만큼 보이고 만족스런 여행이 된다.

 

단지 유럽인들한테 인기있는 곳이라더라, 유럽풍의 예쁜 건물들이 많다더라 이야기만 듣고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다녀오기에는 달랏의 관광지는 베트남의 역사와 많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음식이나 구경거리만 보고 간다면 달랏이라는 도시를 방문하는게 다른 유명도시와 큰 차별점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미리 달랏에 대한 역사적 배경정보를 알고 갈 것을 말하며 책에 베트남의 간략한 역사와 달랏의 역사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꼼꼼한 여행자 시각 중심의 안내서

 

이동경비의 흥정법이나 치안정도, 베트남 여행 중 사기유형과 소매치기 등 여행시 주의사항과 대비법까지 소개되고 있다. 그외 음식이나 숙소 등 일반 정보 부분도 현지에서 유명한 곳과 한국인에게 인기있는 곳을 따로 구별하는 등 달랏 여행의 A부터 Z까지 저자가 실제 경험으로 체득한 여행팁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솔직한 한 달 살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어떤 것이 좋은 여행이며 한 달을 현지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저자의 고민과 의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다른 여행서들은 한 권의 책안에 무조건 정보만 가득 나열되어 있어, 읽다보면 제시된 곳 하나라도 더 가봐야하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처음부터 관광지 한 곳만 더 보자는 생각을 버리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여행은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한 여행이며 이를 위해서는 여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 겪은 현지인들과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끌었다.

 

"한 달 살기 위해서는 매일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하루하루 쌓여 내가 강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고독이 쌓여 나를 위한 생각이 많아지고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현대의 인간의 삶은 사막 같은 삶이 아닐까? 이때 나는 전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를 생각했다. 인간에게 힘든 삶을 제공하는 현대 사회에서 천천히 도시를 음미할 수 있는 한 달 살기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129페이지)

 

개인적으로 가 보고 싶은 곳

 

랑비앙 산 : 가장 높은 산으로 달랏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정상에서 더 올라가면 구름에 걸린 달랏의 풍경도 볼 수 있다 한다. 지프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지만, 걸어 올라가보고 싶다.

 

바오다이 제3 궁전 : 1933년에 지어진 베트남 마지막 황제인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 별장. 프랑스식 건물이며 베트남 제국이 저물어 갈 때쯤 역사적 향취와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린푸옥 사원 : 1952년 건설되고 1990년에 증축하며 큰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사원. 49미터 높이의 사원과 7미터 높이의 용은 모두 도자기 조각들로 만들어졌다 한다. 7층 종탑 또한 갖가지 색의 도자기 조각으로 된 모자이로 이루어졌다 한다. 사진만 보아도 그 화려함이 기대된다.

 

한 달을 외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그 준비과정부터 일반 단기 여행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소요되는 경비의 규모도 다르고 감수해야 할 기회비용도 다른 차원이다. 특히 인생에서 한 달을 여행하기로 결심하는 데 마음가짐이나 그 상황부터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 특히 2019년 직항이 개설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달랏에서 한 달 살기를 목표로 하는 분들은 이 책과 함께 여행을 고민해보고 꼼꼼히 준비해 나간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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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전성기편 -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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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산책 : 자연에서 얻는 위로

내게 보이는 대상들은 나의 기분과 일치한다.” 224페이지

 

6년간 다니고 있는 공원 산책로가 있다. 인생의 여정에서 바라 본 산책로의 풍경은 내 기분에 따라 참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공원의 수풀과 나무들, 흐르는 강, 새들, 벌레들 심지어 자기자리를 우뚝히 지키는 바위들 마저도 계절의 순리에 맞게 자기역할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들어설 때는 감정의 기복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발바닥이 약간 아파올 정도로 걷고 나오면 개운해진다.

 

이런 겨울날 해지기 전 밖에 나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건 내게 하늘빛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절과는 무관한, 마음이 맑다는 상징이다. 당신이 품은 생각은 어떠한가? 저 하늘빛이 세속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내 내심의 투명한 청정이다. 내 밖에 보이는 것이 내 안 어떤 것의 상징이고, 멀리 떨어져 보이는 것이 내 안 깊은 곳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명상하는 이는 하늘을 깊이 들여다본다. 깨끗한 생각과 고요한 마음이 하루하루를 맑게 한다... 어떤 이는 하늘에서 구름만 보고, 어떤 이는 경이와 징조를 본다. 또 어떤 이는 짐승처럼 머리가 땅으로 향해 있어 좀체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 또 어떤 이는 하늘에서 지극히 깊은 고요, 청정, 아름다움을 본다. 온 세상이 구경거리를 찾아 달려가나, 이 하늘의 파노라마를 보러 나오는 이는 드물다.” 20-21페이지

 

2. 일기 : 내적 글쓰기와 순수에 대한 동경

"내 생각을 담기에 일기만큼 좋은 그릇은 없는 것 같다." 34페이지

 

소로는 스무살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사실 그의 글귀가 여러군데 인용된 부분만 알고있다가, 소로 작품을 제대로 읽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무살부터 서른 네 살 까지 썼다는 소로의 일기-청년편을 읽어 보지 못해서, 소로의 일기 처음은 어땠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소로의 일기-전성기편은 35세부터 37세까지 쓴 일기 중 옮긴이가 가려 뽑아 엮은 것이다. 3년 동안의 시기는 소로가 1845년부터 1847년까지 월든 호숫가에서 실험적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도 훨씬 지난, 옮긴이의 말대로 어찌 보면 소로의 창조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던, 소로 생애의 전성기라 할 만한 기간이었다.” 이 시기는 벗들과도 헤어지고 많은 빚도 져야 했던 위기의 시기이기도 했다 한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의 순간들의 묘사도 아름답고, 그로부터 얻는 깨달음의 깊이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당신이 작가라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각오로 글을 써야 한다.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당신의 영혼에 맡겨진 순간순간을 아낌없이 써야 한다. 영감의 잔을 최후의 한 방울까지 비워야 한다. 영감의 잔을 비우기보다 아껴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월이 흐른 뒤 후회하게 될 것이다. 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네 삶이 뻗어 나가는 기름진 봄에는 비가 스며들어 뿌리째 젖는다. 가만히 있어도 힘이 솟아나 꽃봉오리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 풍요의 계절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기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젊었을 적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기억에 맡길 수 없다면 네 삶에 맡기고, 아낌없이 네 삶을 살아라.” 29페이지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데 환희를 느낀다. 작은 것 하나에서도 많은 세상을 체험할 줄 알고 충분히 즐겁고 기뻐할 줄 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타인들에, 때로는 자신에 대해 기대와 실망을 거듭 반복하며 어렸을 때 무지한 상태에서 그저 모든 게 좋았던 자신을 비웃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사회의 질서 속에 평균인을 목표로 달려가다 보면 어느새 한때는 비웃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몰라 즐거울 수 있었던 어렸을 때가 추억으로 다가온다. 소로도 어릴 때의 순수상태를 자연 만큼이나 가치롭게 여긴다.

 

어린이는 양철 냄비같이 속이 빈 그릇을 막대기로 두드리고 싶어 한다. 어린이의 귀는 깨끗하고, 건강하고, 바르게 열려 있어서 가장 맑은 음악을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는 온갖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다...어른들은 때 묻고 무뎌져서 이런 흔하고 단순한 소리를 업신여긴다. , 내가 작은 단지에서 무한한 음악을 끄집어내는 어린이와 같은 그런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75페이지

 

 

3. 여유 :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중함

"인생에서 성급함은 낭비를 낳는다." 134페이지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이 습관이 될 때, 더 새로운 것, 자극이 될 만한 것,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걸 더 찾게 되어 일상으로 돌아오면 삶이 지루해질 수도 있다. 반면에 이곳저곳 여행해 봄으로써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문득 일상에서, 여행에서 느낀 소중한 가치 못지 않은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중요한 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 그 자체의 소중함을 알고 생각의 질을 높여나갈 때 마음의 안정감에서 오는 인생의 기쁨을 더 충만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면서 너무 거칠고 허황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한가하게 살 수만은 없으나, 그렇다고 주어진 나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양 허둥지둥 살지는 말자. 사계절과 보조를 맞추어 자연을 한껏 느끼면서 떠오르는 온갖 생각을 즐길 여유를 갖자. 우리가 잠시 머무는 나그네에 불과할지라도 자연의 왕국을 느긋하게 나아가는 삶을 살자.

여행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식으로 여행하며 얼마나 진지한 경험을 하는지이다. 여행도 집에 머물러 있는 것과 그리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어떻게 처신하며 사느냐가 중요하다... 허나, 늘 하던 대로만 한다면 어떤 보람도 찾기 어렵다. 인간, 자연과 참된 관계를 맺으면서 낡고 진부한 자리를 피해 단순하고 소박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하고, 발이 아프든 시름에 젖어있든 삶을 얼마라도 정직하게 겪는다면 어디로, 얼마나 멀리 가든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래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여행할 때는 가만히 서 있기보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편이 더 자연스러우므로, 자연스러운 참된 삶을 사는 게 더 쉬울지 모른다.” 14페이지

 

4. 나다움

사람은 가장 자기다울 때 최선을 다한다.” 26페이지

 

소로가 남들이 보기엔 스스로를 사회와 단절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내면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세계에서 자연을 통해 힘을 얻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순수를 본인의 삶 자체로 실현한 사람이었다. 그가 정말 사회와 단절했다면 사회에 무관심 했어야 할 텐데, 비판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일기에서 정부의 마땅한 역할과 노예제를 언급하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하여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다 수감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의 불복종을 쓴다. 1859년에는 노예제 폐지 운동가를 위해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노예제 폐지운동에 헌신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했던 것 아닐까. 그의 대표작 월든못지않게 스무 살부터 쓴 일기가 모두 출간되어 시대를 초월한 오늘날 까지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의 작품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세계 유명 지도자에게 영감을 줄 정도이다. 일기만 보아도 그가 하루의 작은 단상에서조차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고민했던 걸 알 수 있다. 이 책의 부제가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법이라는 것도 단지 자연을 찬양하는 것만이 아닌 그 속에서 순수함과 교훈의 가치를 배워 인간의 삶과 인간이 필연적으로 살아갈 공간인 사회를 개선해 나가자는 그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 아닐까.

 

온갖 순수함과 달콤함과 덕행은 이처럼 세상의 오물과 부패에서 생겨나 꽃으로 드러난다. 덕이 부활한 것이다... 하얀 수련 꽃향기에는 어떤 타협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 향기에는 추잡함, 고약함과는 완전히 절연된 순수와 청정과 달콤함이 곁들어 있다...따라서 내 행위의 내음이 대기 전반의 달콤함을 드높일 수 있도록 행동하자. 냄새 또한 도덕의 질을 알리는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불결한 진창은 인간의 나태와 악덕을 나타낸다. 거기서 돋아나는 향기로운 꽃은 그 한가운데서 솟아나는 청정과 용기를 나타낸다. 이 광경, 소리, 향기가 합쳐질 때 우리는 불멸성을 깨닫게 된다.” 350페이지

 

5. 성숙 : 계절의 변화에서 배우는 자연의 가르침

"인격의 파종기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사고의 수확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372페이지

 

하지만 겨울이 우리에게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온화함으로 이 추위를 녹여야 한다. 춥고 힘든 계절이지만 분명 그 열매는 농축된 견과의 맛을 낼 터이다. 호두가 익으려면 11월의 스산한 추위가 필요하듯, 우리 뇌의 고갱이가 영글기 위해서는 겨울 동안의 숙성을 거쳐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그 꼭지가 떨어지지 않는다. 계절은 공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땅 위의 열매가 이미 익었으므로, 겨울에는 익어갈 열매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287페이지

 

겨울의 의미를 인생으로 치환해보면, 혹독한 겨울같이 힘든 시기도 어느 하나 헛된 게 없음을, 오히려 꼭 필요한 단계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대는 그대 안에서 봄과 여름의 열매가 씨앗을 맺기 위해 익어가는 것을 느끼는가? 그대의 생각은 변치 않는 성숙한 풍미에 이르렀는가? 인격의 파종기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사고의 수확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372페이지

 

소로의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묘사들로 숲을 거닐며 나무도 풀도 벌레들도 보다가, 문득 멈춰서서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느낌을 준다. 자연의 모습들과 계절변화 표현이 정말 아름답고 풍부하다. 소로가 발견하고 우리가 공감하는 자연의 이치들에서 배운 순수한 가치는 마음에 여유와 만족을 준다. 그 여유와 만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삶에 체화 될 때까지는 나는 계절의 순환을 여러 번은 더 겪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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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콘텐츠를 팝니다
이필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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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유튜버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인기에는 연예인, 일반인의 구분이 없다. 인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뭔가, 콘텐츠라는 말은 많이들 쓰는데 그게 정확히 뭔가 - 이런 의문들이 모호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던 중에 이 모든 것들에 답을 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계획하는 분들이 읽어도 좋고, 콘텐츠 업계 종사자분들이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는 현 시장 파악과 최신 트렌드의 현황 및 지향점에 관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책이다

 

콘텐츠가 정확히 뭐지?

소설책을 예로 들면, 텍스트라는 포맷으로 책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어 분노나 공감, 재미 등의 심상을 일으키는데 이런 구성요소를 갖춘 모든 유무형의 자산이 콘텐츠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만의 콘텐츠에 개성을 입히면 비즈니스의 가능성은 무한대가 된다. 최근 콘텐츠가 무한대로 다양화되고 있는 데에는 미디어의 다양화에 기인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TV 몇 개 정해진 채널로 국한되어 공급자가 선정한 콘텐츠만 접할 수 있었는 데, 이후 케이블 방송, IPTV등의 다양화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모바일사용의 일상화로 콘텐츠는 기존 공급자 중심에서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반영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반의 동영상이 활성화되는 이유를 저자는 분석하는데 첫째 편하고,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크리에이터 - 창의적 슈퍼개인들

콘텐츠의 요소들 중 인물이 갖는 복잡성에서 사람은 강하게 매력을 느끼고 몰입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모바일 화면의 주어진 크기에서 인물중심의 콘텐츠가 트렌드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누구나 연결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고 선망하면서 평범한 자신의 삶의 탈출구로 삼는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변화로 끼와 매력이 넘치는 개인들이 자신을 드러내면서 '일반인 셀럽'이 등장한다. 이들이 '슈퍼 개인'이자 크리에이터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예인보다도 친밀감이 더 느껴지고 동일 집단인 듯한 -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도 그들 부류에 속할 수 있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이런 인물들의 스토리는 재밌는데 또 궁금한 매력이 있고 감동까지 불러 일으켜야하는데,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가 되기위해 대중이 욕망하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한 팬덤관리까지 수반된다. 진입장벽 또한 낮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을 고려한 자기만의 개성있는 콘텐츠를 표출할 수 있다면 누구나 슈퍼 개인이 될 수 있는 '전 국민이 유튜버인 시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현황과 지향점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을 하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관련 기능적 역할 등 3가지 유형이 있는데, 3유형 비즈니즈를 모두 다루는 회사가 종합MCN이다.

대표적인 종합 MCN 중 하나가 샌드박스네트워크이다. 책에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영역별 세분화와 지형도에 관한 구체적 정보가 나온다. 이외에도 현재 MCN업계에서 상당한 점유율과 규모감을 보유한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직면 했던 위기와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지향점까지 기업스토리가 나와있어 해당 업계에 관심있는 분들은 현장감 있는 이야기까지 이 책에서 읽어볼 수 있다.

 

이외에도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주자 유튜브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유튜브 이용자 세대별 분석을 통한 경쟁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유튜브 마케팅의 강점 또한 분석하고 활용방안도 나온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해외시장 동향과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사업적 미래 전략에 대한 내용으로 마무리 된다.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나 콘텐츠나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산업 동향에 관심 있으신분들이 눈여겨볼만한 내용인 것 같다.

 

 

한 권에 모두 들어 있다!

얇은 책 한권에 콘텐츠 업계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대략적 개념 설명과 간략한 업계 요령정도만 제시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런 책들에 속은 적이 여러번 있다..) 그런데 한 페이지도 대충 넘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성공 경험을 바탕한 생생한 소비자, 생산자, 업계 분석, 각 부문별 공략 노하우와 미래지향 까지. 분명 쉬운 언어로 이야기 하는데도 분석이 면밀하다!

꼭 유튜브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블로그 등 다른 미디어를 활용하려는 분들께도 값진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주로 콘텐츠 소비자라 이 책에 나오는 이용자 분석을 읽으며 내가 의식하지 않았던 내 소비패턴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유형으로든 콘텐츠를 이용하고 만들어 가는데 이 책이 기준과 평가지표를 제공하는 도구가 되어 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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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감각 - 근엄한 윤리의 액자에서 빼내어 실존과 생존의 감각으로
윤채근 지음 / 다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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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논어감각인 것은 공자가 남긴 불후의 지적 유산을 과거의 무게로부터 해방시켜 오늘 이 시대의 현실 감각 속에 되살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5페이지)

 

원래 2008년에 출간되었던 책이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그간의 작가님의 세상변화에 따른 인식변화가 반영된 좀더 시대 감각에 맞는 버전으로 다시 출간 되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제대로 된 길이 틀림없는가? 이 모든 질문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대답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은 고달프고 쓸쓸하며 위태롭다... 논어에 담긴 지혜는 언뜻 진부하고 고지식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삶의 다양한 고민들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통찰들이 가득하다.”(4-5페이지)

 


사람과 살아가는 이야기다. 나의 마음, 타인의 마음, 관계, 타인의 시선.

어렸을 때 동화책을 읽고 학교에서는 도덕을 배우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배움과 달리 우리는 매순간 좌절한다.

힐링서적이 유행이고 잠깐의 안도감을 얻지만 우리는 결국 자기생활로 돌아가 불편함들을 겪어내야한다.

 

논어감각은 이상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우리가 인생의 주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을 말한다.

 

각 소주제별로 2-3장 정도로 구성되어 긴 흐름을 신경쓰지 않고 짧게 생각해보기 좋은 구성이다.

 

 

논어라는 단어자체에 부담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사람간 관계현장의 고민들이 생생히 나타나기에 정말 어떤 의미로는 친숙하다

 

 

 

사람에게도 텃세권이 있다. 낯선 사람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기 공간을 지키려는 자세를 취한다. (13페이지)”

본문 시작부터 띵 하다. "텃세"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알고보니 이는 누구나 가질 수 밖에 없는 보편적인 것이라 한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은덕으로써 원한을 갚는다면 어떻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은덕은 무엇으로 갚겠는가? 곧음으로써 원한을 갚고 은덕으로써 은덕을 갚아라." 논어 '헌문'

'은덕으로써 원한을 갚는다.'는 표현은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이 말에 대해 공자는 서슴지 않고 반대했다...설사 은덕으로 원한을 갚아서 상대와 화해했다 해도, 진짜 은덕을 갚아야 할 사람에게는 무엇으로 갚아 주려느냐? 원한마저 은덕으로 갚는 너희들이 베푸는 은덕을 진정 은덕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35-36페이지)

 

당장 내 마음 편하려고 원한도 은덕으로 갚으려하며 살아왔었는데, 사실 그렇게 해도 늘 마음이 편해지진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은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서라도, 내 마음의 은덕을 아무데나 낭비하지말고. 원한은 "자신의 의견을 곧게 세우고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시키는 것"으로 갚아야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항상 기억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자신에게서 책임을 구하고 소인들은 남에게서 책임을 구한다." 논어'위영공'

훌륭한 리더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기에 스스로를 기꺼이 들여다볼 줄 알고, 그래서 책임의 원인을 자신에게 물을 수 있는 존재다.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신을 미위하지 않을 수 있는 리더야말로 남에게 진정한 관심을 쏟을 수 있다...군자는 자기의 결함을 인정하고 용서했기에 남들의 결함과도 화해한다. 리더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처럼 세상에 가득 찬 결함들과 화해해 간다는 뜻이다.“ (87페이지)

 

워낙 널리 알려진 공자의 명언이라.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군자와 소인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해 소인의 특성을 나쁘게만 평가해왔었다. 하지만 논어감각을 읽으며, 결국 진정한 리더란 자신의 결함을 용서함으로써 남들의 결함도 인정하고 화해해간다는 속뜻을 알게되니, 내가 얼마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덕으로써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저 북극성이 본디 자리에 멈춰 있으면 다른 많은 별들이 그 주위에서 그를 향해 있는 것과 같다."

논어'위정'

고요한 침묵 속에 간결한 태도로 자신을 드러내되 자신을 비하시키지는 않는 것, 제가 할 일과 부하에게 시켜야 할 일을 정확히 분간하는 것, 바라보고 있되 감시하지는 않는 너그러움을 보이는 것, 함부로 좋고 싫음을 드러내서 부하들에게 간파당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불굴의 인내로 자기 자리를 지키는 리더만이 획득할 수 있는 자질들이다.“(112-114페이지)

 

꼭 관리자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소모임에서든 가족 관계 내에서든 예기치않게 리더역할을 하게되는 경우가 있다. 리더들은 보통 구성원들이 자기 뜻을 잘 따라주지 않는다 한탄들을 많이 한다.

논어에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법, 아랫사람을 통솔 하는 법, 리더의 자질 등 관리자가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많고,

논어감각에서 쉽게 해설해준다. 비록 시대가 변하면서 요구되는 리더의 자질에도 변화가 많겠지만, 위의 공자가 언급한 자질은 불변의 요구사항이 아닐까 싶다.

 

군자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며, 다른 사람의 좋지 않은 점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소인들은 이와 반대니라. 논어'안연'” (122페이지)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자세히 살피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자세히 살피어라!

논어'위영공'

미움이든 사랑이든 자신의 본질을 반성하지 않은 마음이란 모두 허망하고 또 허망한 것이다...실제 살펴야 할 대상은 미움이나 사랑을 받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명심하자.“ (151-152페이지)

 

대상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은 결국 자신의 열등감이나 대리만족이 반영된다는 데에 동의한다.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에 본인의 상태부터 면밀히 돌아봐야한다는 건 심리학이나 힐링서적에서도 자주 보게되는데 공자의 통찰력은 202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요구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공자는 '학이'편에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다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함을 근심하라.'고도 했다...욕망이 강할수록 위만 보이는 법이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상태로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리고 있는 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보라! 공자는 그런 젊은이들과 함께함으로써 동시대 그 누구도 줄 수 없었을 불후의 지위와 명예를 얻었다.” (170페이지)

이어서 작가님은 잘 풀리지 않은 인생을 탓하지만 말고, 바로 옆 자녀들의 눈망울, 배우자의 잔주름, 늙은 부모님의 미소를 제대로 마주하라 전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내가 무엇을 잊고 살아왔는지 눈시울이 젖었고, 논어에서 공자가 너무 미화된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그의 완전함에 감탄했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저 논어에 남아 있는 제자들의 단편적인 기억 속에서 흐릿한 자취로 어른 거릴 뿐이다. 그러니 그건 각자가 논어를 읽으며 자기 마음껏 창조해 볼 일이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소인들은 논어속에서 성마르고 금욕적이며 권위만을 내세우는 초인을 볼 것이고, 군자라면 고독한 시인이며 인자한 교사였던 한 인간의 얼굴을 보리라.“(205페이지)

 

 

 

용맹하기를 좋아하면서 초라한 것을 미워하면 어지러운 것이 되며, 사람이고도 어질지 못한 것을 너무 지나치게 미워하면 어지러운 것이 된다.

논어'태백'

공자는 도덕적 폭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어질지 못한 것은 당연히 미워해야 하지만, 도가 지나친 도덕적 분노에는 무언가 무의식적인 다른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172-173페이지)

 

앞서 나스스로 군자와 소인의 이분법적 오류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했다. 공자는 무엇이 옳고 나쁜건지 판단기준을 제시하지만, 역시 인간으로서 지닐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사람을 포용하는 마음을 어느 순간에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자만이 남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확고한 중심과 그 중심을 잡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통해 한 사람은 자신의 힘을 아주 잘 쓸 줄 알게 된다... 그들은 내적으로 풍요롭기에 타인에 대한 우월감 없이 상대를 끌어안고 용서한다.” (274페이지)

 

용서가 너무 가벼워도 안되고 용서에 너무 인색해도 안되지만, 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고 완벽하게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렵다.

 

 

 

자아의 면적이 큰 사람들은 남을 위해 무언가 넘겨주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것들로 꽉 차 있다.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근엄하게 가꾸고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며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용기와 겸양을 지닌 사람들은 자아가 작다. 그들의 자아는 이렇게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밀도는 매우 높다. 단단하게 결집된 자아가 타자들과 공유하는 넓은 우주 속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고 있다.“ (287-288페이지)

 

자아의 크기에 대한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해석.

 

이 책은 공자의 말씀 못지않게 작가님의 인생에 대한 따뜻한 통찰이 마음을 울린다.

 

 

 

 

성인이 된 후부터 줄곧 드는 생각이 중간이 어렵다는 것이다.

 

공자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엄격함, 타인에 대한 포용과 단호함을 모두 제시하지만

이 네가지 차원을 각 상황에 절묘하게 응용하려면 나는 아직 더 내공과 연륜이 필요할 듯하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되 내 인생의 주체로 살며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는 이 책을 계속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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