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심리학자라 미안해 - 심리학자는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안정광 지음 / 책사람집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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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읽어보는 육아서입니다.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테니 눈길 한 번 준 적 없지요.
그럼에도 책의 제목이 제 호기심을 확 끌어 당겼습니다.
심리학자인 아빠가 왜 아이에게 미안할지 궁금했거든요.

아빠가 아이 분석을 너무 세심하게 해서 미안할까?
아빠가 육아를 할 때 심리학 이론에 따라 기계적인 피드백을 보여서 그럴까?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학과 교수인 작가님은 문장 사이사이에, 혹은 말미에 괄호를 열고 속내를 은근히(혹은 대놓고) 보여주십니다.

”심리학자라고 분노 조절을 항상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심리학자인 아빠도 유튜브 없이는 육아 못 합니다!“
“저는 오늘도 ‘아빠 미워! 저리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 애 키워보세요!“

이처럼 진심이 듬뿍 담긴 괄호 속 외침을 읽어가다보면
네, 이분도 육아목표의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나부끼고 계십니다.
아마 그런 지점이 육아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묘한 위로가 될 것 같은데요.

이를 닦기 싫어하는 아이, 규칙 세우고 지키기, 주양육자의 마음챙김, 기꺼이 받아들이기 등 작가님이 육아과정에서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상황에서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이야기 해주십니다.
특별했던 상황을 복기하면서 아쉬움은 남지만 나아진 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반성, 아이와 자신의 감정을 다시 읽어주는 지점이 돋보입니다.

기질, 감정 표현이 강한 아이에 대한 대응, 칭찬, 감정조절에 대한 주제도 흥미로웠습니다.
아는 만큼 꼭 실행할 수는 없지만(책의 한 꼭지의 제목처럼 ’심리학자는 무슨, 내 아이도 똑바로 못 키우면서‘하고 죄책감에 괴로워 하십니다…) 나와 같은 상황, 나보다 더 한 상황을 겪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위로가 되고도 남을 테니까요.

저는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저녁 7시마다 우당탕탕 뛰어 다니는 윗집의 층간소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아, 저 집도 아이에게 밥을 먹이느라, 양치를 시키느라, 씻기느라 애쓰고 있구나,
그래서 알면서도 저렇게 뛰어다니는구나, 하고 조금은 넉넉한 마음이 쌓이거든요.
어른에게 당연한 것이 꼭 아이에게도 당연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세상이 변해가고, 다양함을 인정하는 사회라고들 하지만
마트에서 생떼를 부리는 아이를 만났을 때,
길거리에서 울며 부모님을 따라가는 아이를 지나칠 때만큼은 팍팍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빠가 심리학자라 미안해>를 펴봅시다.
겨울왕국을 볼 때마다,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는 장면에서 꼭 우는 심리학자를 만나고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울어도 된다.‘라는 문장에서 피식 웃다보면
아파트 단지를 소리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은근히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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