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세계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지음, 황미하 옮김, 신정훈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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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생각할 때 마음 한 구석이 슬쩍 무거워지는 저에게 500쪽이 넘는 책은 구원이자 숙제였습니다.

"기도는 믿음 안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책의 제 1장, <기도의 본질에 관하여>에서는 관계로 기도를 풀어갑니다.
책의 저자는 기도란
"내가 바라는 것을 말씀드린다."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거나 드러낼 수 있는 통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고 싶은 말만 혼자 쏟아내는 사람과의 대화는,
사실 대화라고도 할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듣는 쪽의 피로감이 크죠.
할 말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우리 앞에는
피로에 지친 하느님이 앉아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께 나의 마음을 다정하게 전해드리는 것만큼
하느님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기도의 세계>는 기도의 본질과 원천, 과정에 이어 기도의 여러 종류를 다루었습니다.
<1장, 기도의 본질에 관하여>에서는
"기도란 곧 성경을 읽는 것이다."고 단언합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 항상 말씀 앞에 서 있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삶 안에서 말씀으로 힘을 얻고 다시 나아가는 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말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자세(공부)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은 <2장, 기도의 원천>에서 한 번 시련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첫 주제인 "삼위일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기도"부터 어려운데요.
저는 이 부분은 필사를 하며 읽었습니다.
소주제와 이어지는 문장이나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쉬운 글은 아니지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127쪽.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묘사해야 한다면, 그 사랑은 자기 자신 안에서만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사랑하면 할수록, 그는 하느님의 사랑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는지 더 잘 깨닫고, 삼위일체적 생명은 모든 사랑의 살아 있는 샘이라는 것도 더 잘 인식한다.

이후 3장부터 다루는 주제는 쉽고, 실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도자/사제/혼인한 이들의 기도,
흠숭/감사/청원기도,
성인/사제/믿는 이의 기도의 예를 다룬 글을 통해
나의 기도생활을 살펴보고, 필요한 방법과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렵지만 천천히, 때로는 필사하며
기도의 세계안에 머무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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