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예수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정수민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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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이 사랑받는 시대입니다.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능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가집니다. 관찰예능을 찍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카메라 덕분에 시청자는 재밌는 순간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출연자들의 표정과 미세한 반응이 편집을 통해 새로이 조명되고, 저마다의 시선이 담긴 다양한 앵글의 영상을 만납니다.

저는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예수>라는 책이 관찰예능 같았습니다.
다양한 각도로 성경 속 장면과 인물을 다시 비추어주는 책, 카메라 앵글이 수시로 바뀌면서 다각적으로 몰입하고, 관찰하게 되는 책이더라구요.
덕분에 많이 읽거나 들어봐서, 익숙해서 무심코 읽게 되는 성경 속 한 장면이 다시 보입니다.

주인공이 예수님인 장면도 물론 있지만요,
예수를 배반한 유다, 사람들에게 멸시받던 막달레나, 헤로데 임금, 예수님의 제자까지 다양한 주인공이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옵니다. 앵글에 잡히는 순간 그들의 혼잣말, 속마음, 작은 표정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 조명의 순간 중 유다의 입장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재해석하여 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103쪽. 유다의 관점
결국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할 것이다. 물질과 생명에 대한 예수의 능력을 본인도 소유하게 될 것이니까.
아! 내가 자유롭게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치는 그 날, 나의 발아래 엎드릴 세상의 미움과 사랑 따위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성공을 약속받은 듯 도취되어 있는 유다의 모습을 읽다보면
그의 입가, 눈빛이 절로 상상이 됩니다.
이런 생생함은 독자들에게 경고등이 됩니다.
내가 기도로 바라는 것,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바로 보게 합니다.

이 책은 예수의 탄생부터 죽음, 부활까지 다루었습니다.
예수의 생애를 조명하는 가운데 예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제자들이 수시로 등장합니다.
저는 "제자들이"로 시작하는 문장이 나올 때마다 은근히 제 이름을 넣어봤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제자들 틈바구니에 서 있는 저를 상상할 수 있어서 책의 생동감이 더해져 재밌더라구요.
긴긴 여정을 제자가 되어 함께하듯 읽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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