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의 역습 -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도대체 알레르기는 왜 생길까?

 

 

올해 3월에 SBS 스페셜에서 "99.9% 살균의 함정"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방송을 보고 살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번에 김영사에서 출간이 되었다고해서 읽어 보았다.

저자인 유진규 PD는 그동안 건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오면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고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싶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토피 없는 아이가 없고 어른들 또한 음식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 천식 등등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나 또한 알레르기로 수년간 고생을 하고 있는 터라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아직까지는 완벽하게 치료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현대인들에게 고질적인 병이 되고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는데

99%에 이르는 속 시원한 해법을 들을 수 있었다.

방송에서 다룬 내용도 있었지만 방송보다 훨씬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풀어가면서도 상당히 흥미롭게 어렵지 않게 쓰여 있어서 술술 읽혔다.

 

흔히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과자는 먹어서는 안되는 첫번째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말하길 과자는 아이를 알레르기 체질로 만든 근본원인이 아니라 알레르기를 촉발하는 알레르겐이고 알레르겐을 피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20-30년 전에도 과자는 있었고 오히려 지금은 사용이 중지된 타르 색소 같은 더 해로운 첨가물도 사용이 됐지만 지금처럼 아토피 질환을 겪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알레르기 현상 중에서 가장 불가해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인데 꽃가루는 인류의 진화 과정 내내 존재하던 기본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사과 알레르기로 사과를 먹지 못하는 동료가 있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왜 갑자기 우리는 꽃가루에 특정의 물질에 과민반응을 하기 시작한 것일까?

 

면역계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 원인으로 저자는 기생충에서 실마리를 찾았는데 일반적으로 몸은 외부 물질의 침입에 대항하여 염증을 일으키는데 기생충은 대부분 염증을 유발하지 않고 반대로 숙주의 면역시스템을 진정시킨다.

기생충이 없으면 면역시스템은 무중력 상태에 버려둔 식물 같아서 우리의 면역시스템은 기생충이 없으면 혼란에 빠진다.

기생충과 면역질환은 분명 관계가 있지만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기생충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명확하다.

다른 생명체를 몸에서 깨끗하게 제거하라는 기존의 의학 모델이 틀렸다는 것이다. 와인스톡 박사는 "위생은 삶의 질을 개선했지만 질병의 위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해주던 요소도 동시에 제거했다"고 말한다.

사스나 신종플루의 공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살균세정 제품들이 필수제품이 되었는데

"99.9% 살균의 함정"이라는 방송을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지나친 살균세정은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세균까지도 없애서 역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었다.

 

소독제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면서 정상적인 미생물조차 살 수 없게 만든다면 우리들은 중요한 염증조절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현대적 질환이 우리의 몸과 환경에 유익균이 부족한 탓에 발생하고 있다.

 

우리 몸의 주요 시스템은 몸에 붙어사는 다른 생명체가 있을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작동하도록 진화했고  우리는 단순한 숙주가 아니라 공생 생물과 긴밀히 연결되어 존재하고 있다.알레르기는 기생충을 퇴치하기 위해 진화된 면역반응의 부산물이다.

알레르기가 알레르겐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에 노출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세균의 불균형이 알레르기를 만든다.

면역계가 발달하기 위해서 세균과의 만남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데 면역계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세균과 충분히 접촉하지 못하면 면역계는 알레르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데 이것이 알레르기 질환이다.

 

음식은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줌으로써 면역기능에 영향을 주는데 설탕과 식용유로 대표되는 정제된 음식들은 건강한 미생물을 억압하고 유해한 미생물을 증폭시킨다. 진화를 통해 고도화된 특별한 미생물 생태계가 어이 없이 붕괴되고 있다.

 

이런 유익균 부족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자연속에 답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독일에서 시작된 숲 유치원의 이야기를 통해 숲을 가까이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아무리 청결하게 생활하더라도 우리 몸 안으로 매일 세균들이 새로이 유입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 호흡하는 먼지, 손으로 만지는 모든 물건에는 세균이 붙어 있다. 우리 주변의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따라 매일 유입되는 세균의 종류와 양은 달라진다. 가속화되고 있는 도시화는 인간이 자연환경이나 다양한 생물들과 접촉할 기회를 빼앗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자연속에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을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가장 좋고 그게 어렵다면 자주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토피로 다른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골로 내려가면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아주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읽다가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가 싫을만큼 집중력있게 읽었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왜 생기는지부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례를 들어서 논문을 인용해서 학문적으로 깊이있게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아토피나 그 밖의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무조건 깨끗하게만을 최고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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