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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니아
J.moonriver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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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내가 말하는 깨어 있는 삶이란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사는 거야. 그리고 항상 사물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도 있어. 세상에는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처럼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아무 생각 없이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밥 먹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오랜 습관처럼 일하고, 다시 밤이 되면 자고…. 난 그렇게 살기는 싫어. 항상 깨어 있는 삶, 그게 바로 내가 살고 싶은 삶이야.

🖋 소설 라비니아는 스리랑카의 한 시골 마을에 살고있는 12살 소년 자투리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맑은 영혼을 가진 어른 라비니아를 만나 순수한 소년의 시선으로 라비니아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 내가 어릴 때에는 어른들이 넘어지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며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 사실 그렇지도 않습니다.

📖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나는 그날들을 살아 내야만 했어……. 늘 궁금했지… 사람들이 살도록 하는 그 근원적 힘은 무엇일까하고 말야. 어떻게 사는 것일까 하고 말이야……. 누군가가 나한테 가르쳐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둘의 잔잔한 여정을 따라가보면
무엇이든 잘 할 것 같은 '어른'도 서툴고 다치며 고민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알게 합니다.

📖 이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좋다 나쁘다 하며 가치를 매길 수는 없는 것 같아. 단지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동물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일컫고는 자신에게 유리한가 아닌가, 유리하면 얼마나 유리한가를 따져 가치를 매기는 것이지. 그것 자체가 실제로는 무의미한 것일지도 몰라.

🖋 인간에게 묶여있는 코끼리,
잘 정돈된 식물원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식물원,
누군가는 주체할 수 없이 가진것이 많은 부자인데 누군가는 먹을것도 없이 가난한 불공평한 세상 등
소설 라비니아는 드라마틱한 갈등이나 사건은 없지만
삶의 여러 화두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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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과 싸는 것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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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는 다르지만 작가와 같이 자가면역질환에 희귀병을 앓고 있는 나는 작가의 애달픈 삶에 극도로 공감했다.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중 작가는 하나의 장기에 집중공격 당하는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어 섭식과 변의에 불편함이 많다.

작가와 달리 여러 장기에 침범을 당하는 나는 주로 눈물샘과 침샘을 공격당하고 그 외 피부나 기관지, 위, 장, 간, 관절, 피로도 등 돌아가며 공격당한다. 어쩔땐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한곳에 집중포화를 당하는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작가가 겪고 있는 먹는 것과 싸는 것에 대해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고통과 고독, 그 고달픔을 이해한다.

#먹는것
📖 "우리 사이에 빵과 소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까?" -천일야화-
내가 준 음식을 당신이 먹었다. 즉, 함께 식사를 한 사이라는 뜻이다. 흔히 '한솥밥을 먹다.'라고 하는데, 영어에는 'To drink of the same cup.' (같은 컵으로 마시다.) 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야쿠자의 세계에서는 '술잔을 나누다.'라고 한다. 비슷한 표현이 아마 전 세계에 있을 듯하다. 먹고 마시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것이다.

🖋음식을 함께 먹으면 식구라 하였다.
그만큼 음식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음식에 제약이 많아지면
그래서 함께 음식을 나누지 못하게 되면
타인을 잇는 통로가 사라진다.
그저 먹지 못해 정중히 거절한 것임에도
받아들이는 이는 거부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병에 대해 모르는 이들과의 만남은 조심스럽고 어렵다. 특히 음료나 음식을 강권히 몇 번씩 권하는 이를 만났을 때는 진땀이 난다.

#싸는것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애초에 밖에 나가지 않는 수밖에 없다. 외출을 무서워하게 되지 않을까. 어디도 못 가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이런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집에서도 한번씩 원치 않는 괄약근의 풀림으로 난감함을 겪는 작가는 밖에서도 그럴까 외출을 두려워한다.  나 또한 외출은 편하지 않다. 한번씩 찾아오는 과민성 대장염도 그렇지만 침샘공격으로 침샘이 말라 구강건조가 심한 나는 물을 달고 산다. 넘치게 마시는 물 덕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번번하다. 거기다 화장실 청결에 예민한 나는 외부 화장실을 쓰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내가집순이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희귀병은 원인을 알수 없어 난치병이고 그래서 완치가 없다. 무엇을 하든 안하든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고 결과적으론 그저 조금씩 나빠진다.

📖 병도 쉬는 날이 있다면.
오랫동안 병과 함께한 사람은 첫 번째 소원으로 병이 낫기를 빌테고, 두 번째 소원으로는 아주 잠깐이라도 좋으니 '병의 휴일'이 있기를 원하지 않을까.

🖋완치가 있는 병이라면  진심으로 하루만이라도 병이 휴가를 갔으면 좋겠다. 그런 김에 나도 하루만이라도 환자딱지를 떼고 평범하고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 병에 걸린 당사자는 건강한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을 체험한다. 그런데 주위의 건강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측하여 다 안다고 생각하며 아픈 사람들에게 대응한다면, 비참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좋을까?

"재해는 병이든 경험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최선을 다해 상상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야마다 다이치 -
이야말로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있다.'라는 이해.

🖋이 책은 작가의 투병 넋두리가 아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상상해도 알수 없는 타인의 삶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놓여진 사람들을 이해해주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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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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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죄송합니다

작가 #전안나 는
고아였고
무적자였고
입양아였고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그래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는
작가가 지나온 터널만큼 어둡고 짙다.

출구가 없을 것 같은 터널도 저 끝에는 빛이 있다.
작가는 괴롭고 쓰라린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를 찾기 위해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
책을 통해 치유를 받고 스스로 터널을 나왔다.

'누군가에게 공감자가 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상처도 공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하는 일의 전제는 공감받는 일이다'

작가가 책을 통해 치유받은 것처럼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본인의 글을 썼다.

누구나 무겁고 아픈 상처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산다. 작가의 특수했던 삶을 백프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작가 내면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누구나 그렇기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작가가 읽었던 책들에서 위로받은 것처럼
작가의 책으로 위로 받았다.

작가는 이제
공감자이고
평범한 직장인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인이다.
우리처럼.

#태어나서참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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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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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와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책의 묵직한 두께감과 촘촘하게 밀집된 내용은
짙은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제목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메세지가
책읽기의 시작을 가볍게 한다.

📖 97%의 과학자들이 믿는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라 3%의 과학자는 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나름 삐딱한 과학자라 자부하는 제가 왜 97%에 속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여러분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우리는 아직 답을 모릅니다. 다만, 태양 빛과 온실효과의 절묘한 균형이 생명의 생존, 더 나아가 인류의 출현에 필요했다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억 년 전 금성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한 건 점점 더 강해진 태양빛 때문이었지만, 현재 금성의 온도가 5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건 온실효과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가 금성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을 감당 못해 고장 난 금성의 온도조절기를 잘 살펴보면 지금 인류가 벌이는 일들이 지구의 온도조절기를 다른 방식으로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땅속에 갇혀 있는 고대의 유기물 덩어리, 이른바 화석연료를 끄집어내 태움으로써 지구 온도를 높이는 것이죠. 지난 45억 년 동안 알려진 어떤 자연 과정보다 빠른 속도로 말입니다. 수십억 년 동안 자연이 느릿느릿 조절해온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를 인간이 스스로 조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구로서 당혹스러울 따름이지요.

📖 무엇보다 과거와의 비교로 확실해진 사실은 인류가 그 어떤 시기보다 지구 온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변화가 인류에 의해 초래되었건 아니건 간에 말입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제시한 그래프가 말해주듯 온도의 급변은 항상 생물의 대멸종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습니다. 먼저 온도가 떨어지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훨씬 더 많이 녹아듭니다. 이 원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뚜껑을 딴 사이다를 실온에 보관한 경우와 냉장고에 보관한 경우 어떤 쪽이 더 맛있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탄산음료의 탄산은 이산화탄소를 물에 녹인 것으로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탄산이 물에 녹아들어 더욱 청량감 있는 사이다가 되는 원리지요. 빙하기에 차가워진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훨씬 많이 흡수해 대기에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든 것입니다.

📖 그는 현대 인류가 '통제되지 않은 실험'과도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이와 유사한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브로커는 현 상황을 “기후 시스템은 화난 짐승이고 우리는 그것을 막대기로 찌르고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 인류는 문명을 초고속으로 발달시키기 위해 금단의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 손을 댄 것입니다. 화석연료는 사실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면 안 되는 스테로이드 같은 존재인데, 인류는 이를 활용해 엄청난 속도로 문명을 발달시켰습니다. 현대 문명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살기 좋은 세상에서 폭발적으로 수가 늘어난 사람들은 부유해지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 인류는 과거 지구를 지배한 생물들과는 매우 다릅니다. 자연에 없던 것을 창조하거나, 자연을 자신들의 삶에 맞게 파괴하고 변형합니다. 이를 다른 말로 '문명'이라고 부릅니다. 건물이나 도로, 다리 같은 인프라는 물론 농장이나 광산처럼 사람의 손길을 거쳐 변형된 자연, 쓰다 버리거나 수명이 다한 폐기물, 농작물이나 가축 등 살아 있는 것들이 모두 문명의 산물이거나 부산물입니다.

📖 “이 결과를 발표하기가 꺼려지네요. 우리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바다에 축적한 에너지의 양은 매초 약 15개의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폭발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과 맞먹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영국의 한 연구 팀은 코로나19로 인한 온실기체 배출량 감소는 지구 평균기온을 고작 0.01℃ 정도 낮췄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빌 게이츠가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대응을 비교하면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는 일은 기후변화를 막는 것에 비하면 매우 쉽다”고 한 말이 공감이 갑니다.

📖 우리가 노력을 멈추었을 때 곧 찾아올 3℃ 더 뜨거운 지구, 이것이 과거와 현재의 기후학자들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이 책은 기후과학이야기가 맞습니다.
(저도 읽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습니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나 투모로우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지루하지 않고,
무엇보다 기후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어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기후의 역사와 현재 기후위기를 초래한 원인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확장된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가 전문가처럼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기후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고
변화 된 기후는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그리고 더 분명한 건
화난기후에 막대기를 찔러된 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책을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게 꼭 읽어보시길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인간의 행동으로 대량 멸종이 초래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가장 용서하지 않을 범죄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

환경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현 우리 부모세대는 어찌어찌 살아간다고!
하지만 부모세대가 사라진 지구에 남겨진 우리 아이들은 듣보잡 세상을 마주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을 만들어버린 부모인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소 시간이 없으시다면,
혹은 다소 기후 과학 공부(?)가 부담스러우시다면
3장,4장,6장,7장은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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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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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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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돼지를키운채식주의자 #이동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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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본성을 억압하지 않는 사육을 '동물복지'라고 하는데, 동물도 오래 살고 싶은 본성이 있지 않겠는가. 결국 잡아먹힐거라면, 살아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모든 육식을 반대하는 극단적인 채식에도 의문이 생겼다. 답을 찾고 싶었다.

🔹️동물을 키우고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고민하는 작가의 소심함 속에 신념이 깃든 시트콤 같은 이야기.

📖 돼지는 8개월이면 어른이 된다.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을수 있다는 말이다. 1킬로그램으로 태어난 돼지가 16주 만에 75킬로그램이 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백일 지났어요.”라는 말에 '두 손으로 번쩍 들 수 있는 아기 돼지'를 떠올렸다.
(중략)
“선생님, 아기 돼지는 어디에...?"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은 교무가 바쁘신지 축사 밖으로 나갔고, 안전을 위해 문을 꼭 닫으셨다. 찬바람이 등골을 스쳤다.

🔹️돼지와의 첫만남부터 유쾌했다.

📖지금의 동물은 경제 논리 안에 있다. 이 논리에 맞춰 인간은 동물을 살이 빨리 찌거나, 알을 많이 낳거나, 젖이 많이 나오는 품종으로 개량한다. 기준에 맞지 않는 동물은 불량품이다. 꼬리와 송곳니, 뿔과 부리를 자르고 거세를 한다. 햇볕을 쬐거나 흙을 밟거나 기지개 한번 제대로 켜지 못하는 틀 안에서 산다. 동물은 인간에게 값싼 고기만 제공하면 되는 공산품일까? 살아 있는 기쁨을 누릴 필요가 없는 기계일까? 이것을 그저 동물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을까?

📖 우리는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먹이를 주고, 먹이를 먹는다. 보살펴주고, 잡아먹는다. 인간과 가축이 1만년 넘게 이어온 관계다. 사랑하는 것과 먹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한다.

📖 고기를 먹어야 한다면 본성을 존중받으며 자란 동물을 귀하게 먹는 것이 최소한의 윤리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키워주었으니 먹혀라'라는 관계는 정의로운가. 유전자의 관점으로 본다면 식용동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종으로 추정된다. 경제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야생동물 수는 극적으로 줄었다. 지구상의 동물 총량으로 보면 인간과 가축이 97퍼센트를 차지한다. 다르게 보면 돼지의 유전자가 인류를 이용해 번성했다고 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은 3퍼센트로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8억 인류가 굶어도 선진국 사람들의 식생활을 위한 동물들은 살찐다. 하지만 유전자의 관점으로만 이 관계를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보통 한쪽으로 치중되어 있는 책들은
다소 무섭고 불편한게 사실이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무섭고,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불편하다.

하지만 이 책은
돼지를 대하는 작가의 순수함과 순진함이
묵직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다소 살갑게 만들어준다.

📖 윤리적 도축이라는 말이 있다. 도축에 '윤리'라는 말을 붙여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 윤리적으로 죽인다니, 대체 무슨 말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데, 죽는 마당에 예의가 무슨 소용인가. '동물복지'도 결국 사람 중심의 생색은 아닐까?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한 자기위안 말이다.

📖 '돼지 키우기' 고개를 넘으니 ‘전부 먹기’라는 새로운 고개가 나타났다. 돼지를 잘 먹고 싶었다. 희생된 돼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할 길은 책임을 지는 것이고, 책임의 구현은 맛있게 끝까지 먹는 것 아닐까 싶었다.

🔹️꼭 육식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동물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고
동물복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 사람들은 완전한 변화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은 선택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뒷다릿살을 먹는다면 돼지의 전체 사육 마릿수를 줄일 수 있다. 자연 양돈 방식으로 기른 돼지고기를 먹는다면 돼지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마블링 없는 3등급 소고기를 먹는다면 옥수수 생산을 줄일 수 있다. 옥수수가 줄면 죽음의 해역을 좁힐 수  있고,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지킬 수 있다. 고기 섭취량을 줄인다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 우리의 선택으로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어느 누구라도
유쾌하게, 가볍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그러다 어느새 진하게 스며들 것이다.
완전한 채식주의자의 삶이 아닐지라도
채식을 좀 더 자주 해볼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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