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 동아시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다수에서 소수로를 주장하지만 소수에서 다수가 대세인 세상...

기존과 다름이 펼쳐질 미래에 대한 고찰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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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의 20년 난제를 기계공이 2주에 해결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다. 엑손 발데스호 사건. 그후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수십 척 바지선들이 빙하 사이 기름을 퍼 올리려 분주히 떠돌고 있다. 왜 기름을 다 못 건져냈을까. 혹한의 날씨가 문제였다. 바지선으로 뽑아 올린 기름이 물과 함께 젤리 상태로 얼어 분리시키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고민 끝에 국제 기름유출연구소(OSRI)는 지난해 10월 한 기업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이나 정부·단체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 솔루션(해법)을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라는 회사였다.

그런데 ‘이노센티브’의 문제 해결 모델이 독특했다. 소수의 전문가가 문제를 다루는 통상의 컨설팅 업체과 달리, 이 회사의 문제해결 전문가는 전 세계의 수많은 개인들이었다. 175개국 12만5000여명이 ‘문제 해결사(solver)’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팔고 있는 것이다.

◆집단 창의성의 힘

이노센티브가 웹사이트에 “바지선에서 기름을 분리시키는 해결책을 제시하면 현상금을 준다”는 OSRI의 글을 올리자마자 2주 만에 수천 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과학자에서 학생, 퇴직 공무원, 가정 주부까지 저마다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미국의 한 시멘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존 데이비스(Davids)씨도 이들 중 하나였다.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시멘트를 굳지 않게 하기 위해 계속 기계로 젓듯이, 오일도 진동 기계를 이용해 자극을 주면 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해법을 보고 OSRI의 리서치 매니저인 스콧 페그(Scott Pegau)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20년 동안 과학자들이 고민하던 과제를 평범한 시멘트 근로자가 이렇게 쉽게 풀어버리다니….”

OSRI는 데이비스 씨의 제안대로 알래스카 바지선에 모두 진동 기계를 달아 문제를 해결했다. OSRI가 데이비스 씨에게 지불한 사례금은 2만 달러(약 1860만원). 이노센티브가 2001년 창립 이후 제시된 600개 과제 중 200개가 이런 식으로 풀렸다.

“집단의 힘, 이름 없는 개인들의 창의성은 참으로 무섭지요.”

미국 보스턴의 이노센티브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톰 베너블(Venable) 부사장은 개인들의 집단 창의성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문제 해결사의 경력이나 출신 학교 등을 밝히지 않아요. 만약 공장 근로자나 대학생이 제시한 아이디어란 것을 우리 고객들이 안다면 (제안 아이디어가 담긴)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이노센티브는 보잉·듀폰 등 전 세계의 쟁쟁한 기업 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LG캠 등 한국 기업도 3곳 들어있다. 이렇게 고객 기업과 12만5000명의 개인들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직원은 고작 25명. 창업 후 6년간 매출액이 연 평균 75%씩 늘어 왔다고 베너블 부사장은 전했다.

◆참여하는 자본주의

전통적 자본주의에서 혁신이란 소수 엘리트의 몫이었다. 몇 명의 천재가 창조적 혁신을 주도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21세기 위코노미(WEconomy)의 세계에선 수많은 개인들, 즉 ‘우리(We)’의 힘이 혁신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집단 지성이 모여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중의 참여를 통해 실시간 맞춤식 교과서를 만들어 주는 ‘코넥션(cnx.org)’도 위코노미의 동력을 기업 활동에 접목시켰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이곳에 교육용 문서나 동영상을 올리면, 사용자들은 이를 편집해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들 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MP3를 통해 음악을 다운로드 받듯이, 교과서를 다운 받는 셈이다.

코넥션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은 한 달에 약 2000만명. 코넥션은 사용자들이 편집한 온라인 교과서를 종이 책으로 만들어 주면서, 책 값의 15%를 수수료로 받아 매출을 창출한다.

코넥션이라는 집단 지식의 바벨탑을 만든 이는 미국 라이스 대학 리처드 바라니욱스 교수(엔지니어링 전공)다. 텍사스주 휴스턴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가격만 비싼 구식 교과서에 화가 나 교과서 제작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참여자가 자꾸 불어 지금은 거대한 교과서로 변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자동차 내비게이션 지도 전문업체인 ‘엠앤소프트(옛 만도맵앤소프트)’가 집단 지성의 수혜자다. 이 회사는 2003년부터 전자지도 웹사이트 ‘맵피마을’을 운영하며 고객 참여를 적극 유도,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고객들은 매일 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과속단속 카메라가 어디에 설치됐는지, 어디가 공사 중인지 등을 올린다. 운영 회원은 45만명이고, 월 평균 방문 횟수는 1억2000만회. 업체는 이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낸다.

영국 출신 유명 밴드 ‘라디오 헤드’는 지적 재산권 지키기에 나섰던 다른 가수들과 반대 방향으로 갔다. 새 앨범을 홈페이지에 통째로 공개해 놓고, 소비자가 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해 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절반 이상이 공짜로 구매했으나, 나머지는 최고 100파운드(19만원)까지 지불해 과거 앨범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위코노미는 개방과 참여와 공유의 자본주의다. 개미들이 모여 고도의 군체(群體)를 이루듯, 참여하는 대중의 집단 지성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혁신 동력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례는 도처에 있다. 브리태니커 사전을 물리친 ‘위키피디아’, 방송사들을 위협으로 몰고 간 ‘유튜브’…. 이들이 새롭게 등장한 위코노미의 첨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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