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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의 느긋한 마계 기행 1
미야나가 아사야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708/pimg_7023301613012628.jpg)
이 책을 인간이면서 마녀, 할 줄 아는 마법은 꽃을 만드는 게 전부인 니콜라와 조금 까칠한 보호자 사이먼의 기행으로만 읽는다면 아쉬울 것 같다. 동화 같은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면 현실 세계에 관한 작가의 고찰이 드러난다. 소수자에게 향하는 편견과 배제의 정치, 개인을 집단의 정체성으로 환원하는 권력의 헤게모니를 따듯한 용기로 맞서는 니콜라를 통해 그악한 세상에 반하는 희망과 미래를 보여준다.
이계 생물 단속법에 따라 인간인 것이 드러날 경우 병사에게 잡혀가는 마계. 마계는 다양한 종족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인간만큼은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 언제 잡혀갈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니콜라는 번번이 말실수를 해서 병사들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한다. 심지어 보호자인 사이먼조차도 인간임을 숨겨야 한다, 네가 자꾸 실수하니까 나한테까지 피해가 온다며 니콜라를 탓한다. 그러나 암흑 시장의 점장은 "이계에서 온 녀석들을 배척하지 않아"라며, 니콜라를 쫓아내야 하는 혹은 이 곳에 있어서는 안되는 비가시적 존재에서 가시적 존재로 끌어낸다.
암흑 시장의 점장이 보여준 마음에 보답하듯 니콜라는 클린부르크의 병사가 시장인을 위협할 때, 자신의 무기인 마법을 활용하여 병사들을 몰아낸다. 그러나 그 병사에게 무력으로 위협을 가한 것은 아니다. 니콜라의 마법은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00족은 이렇고, △△족은 이래. 주점에 도착한 사이먼은 니콜라에게 마계족에 관해 동일한 종족은 모두 동일한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마계에서 쫓겨나야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니콜라는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님에도 단정짓는 것이라 일침한다. 니콜라는 편견의 언어가 자신을 향하지 않았음에도 언어의 칼날이 그 누구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 예민한 모프, 온화한 가부르, 용감한 포페를 찾아내 하나의 정체성으로 개인을 모두 설명할 수 없음을 당당히 입증한다.
사이먼을 따라 골동품을 팔기 위해 방문한 저택, 스타 머시룸을 찾기 위해 머무른 숲 속, 여독을 풀고자 들른 유령 호텔, 전국 곳곳의 마법사들이 모인 마법 대회에서도 니콜라는 따듯한 용기를 보여준다. 니콜라의 용기와 사랑으로 주변인과 더 많은 이들을 따듯하게 감싸주는 이야기로 우리의 까슬한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보는 건 어떨까.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