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송의 프리렌 1
야마다 카네히토 지음, 아베 츠카사 그림,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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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마이너한 만화 취향을 가졌고, 일본과 한국의 정서상 차이가 있으니까 2021 일본 만화대상 '대상' 수상작이라고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이전의 수상작이 명예에 비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대상 수상작다운 작품을 만난 것 같다.


판타지물에서 용사의 모험을 다룬다면 으레 용사가 모험을 떠나는 이유에서부터 시작해서 동료를 모으고,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과정을 다룬다. 하지만 장송의 프리렌은 모험을 끝마친 영웅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간 후의 일들을 풀어낸다. 판타지물에서 '많은 이들을 어둠 속에서 구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지낼 것'이라는 결말의 공식을 깨뜨린다. 찬란하고 위대한 영웅들의 시간은 시간이 지나면 빛이 바래고,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의미와 가치는 퇴색해도 용사 일행의 삶은 계속된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인물을 조명한다.


1권에서부터 이 작품 진국이구나 싶었던 것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성장이 필요없는 먼치킨 주인공 프리렌이고, 둘째는 힘멜 용사 일행의 감동 서사다. 우선 프리렌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세계관 내 최강자인 대마법사 플람메의 유일한 수제자이자 엘프다. 인간보다 훨씬 긴 수명을 가졌고, (인간이 아니니까 당연히) 인간미는 없지만 마법 수집을 위한 여행을 떠나며 갖가지 마법을 해내는 (플람메 제외) 현재까지 능력치가 제일 높은 마법사다. 뭐든지 시원시원하게 해치워버리는 프리렌을 보면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더 이상 성장이 필요없는 경지에 올랐음에도 하찮아 보이는 마법마저도 모조리 수집하며, 마법 수집 여행의 종국에는 어떤 경지에 올라와 있을지 무척 기대되는 주인공이다.


만화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최근에는 순정만화만 읽어서 완결난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눈물을 흘릴 일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마음에 큰 울림을 준 것은 용사 일행이 마왕을 물리치고 돌아온 후 힘멜, 하이터, 아이젠, 프리렌 각자의 길을 떠났지만, 모두 같은 것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10년이라는 모험의 시간동안 힘멜이 보여주었던 용기와 의지, 소중한 추억을 잊지 않고 이 세계에 남길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이터는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페른을 거두고,프리렌은 하이터의 유언에 따라 페른을 제자로 삼아 힘멜의 흔적이 남긴 길을 따라가며 마법을 모은다. 아이젠은 힘멜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프리렌이 힘멜과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그의 등을 밀어준다.


프리렌이 일행들과 함께 떠났던 모험의 장소를 재방문하며 각각의 장소에서 일행들과 함께 한 일을 추억하거나 인간의 일에 관심없었던 프리렌이 그들이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장면들에서 눈물을 아낄 수 없었다. 문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고, 유행하는 장르에 편중되어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세태를 보았을 때 이 작품은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꾸준한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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