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들의 정원
파니 뒤카세 지음, 정원정.박서영(무루) 옮김 / 오후의소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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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수선화들 사이에 파피 할아버지와 페페 할아버지가 있었어.
꽃이 핀 들판이 분홍색, 푸른색 털로 알록달록했지.
이제는 볼 수 없지만.
지금도 색색의 기억들이 마음 가득 차올라 머릿속을 춤추며 뛰어다녀.
어떤 날은 모든 게 선명해.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한 편의 시 같기도 하고, 서정적인 수필의 초입 부분 같기도 한 이 책은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파니 뒤카세'의 그림책이다. 

촘촘하고 세밀한 묘사로 작은 것들의 풍부한 세계를 그러내며, 꿈꾸는 듯한 시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5살 사랑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조금 난해한 표현과 디테일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작은 것들의 섬세한 이야기

<곰들의 정원>은 작은 아기곰이 파피 할아버지와 페페 할아버지와 함께 정원에서 함께 한 추억을 담은 그림책이다. 

얇은 펜으로 작은 사물들을 배경 가득 그리고 빽빽하게 질감을 표현하였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1️⃣ 작은 것들의 이야기 - 달팽이🐌 
파피 할아버지와 신비의 민들레 약차를 만들기 위해 민들레 잎을 따러 간 아기곰. 비 온 뒤라 달팽이가 가득하다.

사랑이는 달팽이를 하나하나 찾아 보며 숫자도 세어 본다. 26 마리 쯤 된다. 달팽이들은 뭐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이야기를 만들어 본다.

그리고 뒷면지 달팽이의 수가 앞면지보다 한 마리 더 늘어나는데, 5살 아이는 이것도 궁금하다. 왜 달팽이가 두 마리가 되었는지. 어디로 가는지, 두 마리는 서로 친구인지.

뒷면지를 펼치고는 한창 재잘거린다. 


2️⃣ 작은 것들의 이야기 - 거미 🕷
아기곰은 페페 할아버지와 치즈와 수프를 함께 먹으며 치즈 껍데기에 붙은 작은 거미들을 신나게 세어 본다. 

5살 사랑이는 이 거미도 신기하다. 왜 치즈에 거미가 있는지, 큰 그림에서는 왜 거미가 점으로 그려진 건지, 아기곰과 페페 할아버지가 먹고 있는 음식은 뭔지 다 궁금하다. 😅


3️⃣ 작은 것들의 이야기 - 고양이🐈‍⬛와 토끼🐇

표지부터 간간이 등장하는 고양이와 토끼는 어린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흥미 요소가 된다. 

고양이는 파라솔 의자 한 켠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도 하고, 식탁 테이블 밑에 뒷다리와 꼬리만 삐죽이 보이기도 한다. 

토끼는 아기곰이 돌보는 존재인데, 식탁 위의 캐서롤이 되는 일이 없도록 정성껏 돌봐준다고 한다. 🤣


그리고 이 토끼와 아기곰의 크기 차이는 후일 아기곰의 성장을 보여 준다.

❤ 성장과 이별의 이야기
<곰들의 정원>은 #오후의소묘 출판사의 책인데, 시적인 그림책인 <곰들의 정원>과 너무 잘 어울리는 출판사명 같다. 지난번에 읽었던 <콩팬클럽> 출판사 이름이 씨드북이었던 것처럼 그림책과 출판사명의 쿵짝이 맞을 때면 책이 뭔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곰들의 정원은 아기곰에게 사랑과 추억의 장소이다. 그리고 아기곰은 어느새 어른곰만큼 커져 있다. 

아이와의 정서적 애착 형성의 목표는 완전한 독립이라고 한다.

아이가 부모라는 그늘을 벗어나서,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건강하고 건전하게 우뚝 서는 것. 

그렇게 아기곰도 어른곰이 되어 곰들의 정원을 떠나는 것이 더는 두렵지 않다.

사랑이는 최근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계기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고양이 사진을 보게 되면서였는데, <곰들의 정원> 책을 읽고 나서 할아버지 곰들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해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고, 그렇기에 소중하고, 그렇기에 현재 이 시간 더 서로를 사랑하고 추억을 쌓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좋은 그림책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게 좋은 그림책인 것 같다.

우리에겐 이 시간이 {우리들의 정원}이다. 

#추억그림책 #사랑 #그리움 #그리운유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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