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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셀 - 죽음을 이기는 첫 이름
아즈라 라자 지음, 진영인 옮김, 남궁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평점 :
'암'이라는 것은 듣기만 해도 무섭고 고통스러운 단어이다. 이 책은 그 고통을 함께 견디고 싸워나가는 의사가 쓴 책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목차는 바로 작가가 치료한 환자의 이름들이다. 환자를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형식적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인격체로 대했다는 것을 목차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이야기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어 재미있게 읽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은 참 어려웠다.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다보니 생소한 용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지식을 알아가는 것도 참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비와 미리엄, 오마르와 앤드루같이 불치병에 직면한 환자들은 모두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무슨 일이 닥치든 안간힘을 다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견뎌낸다. 그들의 괴로움을 측정할 눈금이 있는 자는 없다. 그들의 슬픔에 더 잘 들어맞는 치수도 없다. 그들의 고뇌의 무게를 잴 단위도 없다. 분석적 객관화도, 근사한 주체적 묘사도 그들이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느끼는 크나큰 비통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그들은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은 실패가 아니다. 결국에는 위로도 없고, 정답도 없다. 과학적 입장에서는 결말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우리 환자들이 죽음 앞에서 더 미화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견뎠는지는 기억해야 한다. 리사 본첵 애덤스는 한창때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편견을 거부했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말라고 했다."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는 말이 마음속에 다가왔다. 작가가 담담하게 글을 풀어나갔기에 읽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더욱 마음이 아픈 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죽음과 질병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는 지금, 읽고 생각해보기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