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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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이프가드라는 뜻은 인명구조사 혹인 인명구조원이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인 것이다. 

책 이름이 ‘라이프가드’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름을 붙이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책 설명글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거지요.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유지되는 거요.”라는 강한 멘트가 있다. 이 단편 소설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산다.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일까? 

책의 구성은 8개의 단편 소설이 있다. 제목은 강江, 도서관의 유령들, 라이프가드, 어느 봄날에, 버진 블루 라군, 옥수수밭의 구덩이, 조니워커 블루, 전망 좋은 방이다.

1번째 이야기인 ‘강江’에서는 새엄마와 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나는 새엄마를 싫어했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갔고 형은 새엄마가 가꾸던 꽃을 술에 취해 개구리를 잡으려고 화단을 밟은 황씨를 내쫓다가 황씨의 아이들에게 얻어맞는다. 형은 맞은 탓을 나에게 돌려 새엄마에게 이르자 형은 새엄마에게 꾸짖음을 듣는다. 그리고 형은 어떤 이유로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데...

P.32

잠시 기다렸지만, 형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득 앞으로 영원히 형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형은 갑자기 몇 십년간 사라졌다가 어떠한 계기로 나타났고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사라졌다. 마치 강江의 흐르는 물과 같이 형은 잡히지 않았고 사라졌다. 이 부분은 가족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 

2번째 이야기인 ‘도서관의 유령들’에서는 주인공을 ‘그’ 라고 표현한다. 그는 밤늦게 도서관을 방문한다. 그는 빌린 책을 반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간다. 그는 도서관 사서인 그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일부러 그녀에게 책을 빌린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문학 서가로 간다. 그리고 책을 찾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방황하기 시작하는데..

P.42

바코드가 붙어 있지 않은 책을 그는 ‘유령의 책’이라고 이름 붙였다. 유령 책은 출생신고서를 받지 못한 사람처럼 어떤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가끔 사서의 실수로 인해 책이 제자리를 못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때로는 분류표가 안 붙은 채로 ‘유령 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 사람도 어느 무리에 끼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에 정착을 한다. 사람의 인생을 설명한 것과 같은 부분이다. 

P.49

고요한 서가를 거닐면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생각이 많을 때는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도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떠돌다보면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어느 공간에 도착해 있다. 가끔은 무엇인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길이 만들어지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3번째 이야기인 ‘라이프가드’에서는 주인공 유지가 엄마와 여행을 가게 되며 시작된다. 책의 제목과 똑같은 이름의 라이프가드이다. 진희라는 중학교 1학년의 동생이 등장한다. 진희와 유지는 바닷가를 구경하러 간다. 주인공 가족은 2달 동안 그곳에서 거주했다. 진희의 엄마는 3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둘은 함께 시내에 놀러갔는데 그때 진희는 유지와 자신의 세상이 다름을 깨달았다. 진희의 아버지는 부자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진희의 시체가 바닷가에서 발견되는데... 

P.78

서로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서로가 속한 세계는 엄연히 달랐다.

유지가 진희와 함께 시내에 놀러 갔을 때 자연스럽게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익숙하게 자르는 진희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책에서는 안 나왔지만 아마 진희의 엄마가 진희의 새엄마 격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서로 맞지 않지만 서로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자여도 행복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진희가 자살함으로 돈이 많아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엄마의 품이 그리운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 

4번째 이야기인 ‘어느 봄날에’에서는 최씨, 박씨, 권씨 등이 나온다.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그러던 중 멧돼지 농장에서 교미 기간이 되었다. 멧돼지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 하나를 합심해서 밀어낸다. 그 멧돼지는 화가 났는지 연신 떡갈나무를 박는다. 결국 그 떡갈나무는...

P.99

불 붙은 개미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모습에 우린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개미들의 죽음은 유희였다. 새카맣게 타 죽은 개미들의 사체 앞에서 양심이 가책 따위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죽음은 그저 유희이고 조롱의 거리가 될 뿐이다. 동물의 세계이든 사람의 세계이든 다를 게 없다나보다 약하면 괴롭히고 나보다 강하면 허리를 숙이는 것이다. 개미들의 죽음은 개미가 가 있어서 죽은 것일까? 아니다. 죄가 없지만 한 가지 재미라는 이유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죽인 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양심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5번째 이야기인 ‘버진 블루 라군’에서는 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배가 볼록하다. 그녀가 해변 앞에 있는 남자에게 바다에 언제 들어갈 것이냐고 물어보자 그 남자는 위험해서 아직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한다. 그녀는 민박집에서 숙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할머니는 그녀에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녀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채 잠에 든다. 그리고 얼마 후에 일어나서 안개 짖은 밤에 등대를 향해 걸어간다. 그러고는 어제의 그 남자에게 가고 그 남자는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다. 그러나 남자는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고 다음날 아침 여자는...

6번째 이야기인 ‘옥수수밭의 구덩이’에서는 황무지였던 곳에서 사람들이 실종되고 까마귀가 소음을 내자 사람들이 까마귀를 공기총으로 내쫓는다. 그 후로 그곳에서 옥수수가 자라는데 사람들은 삶아먹었다. 그러나 옥수수를 먹은 한 여자가 복통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그 옥수수를 황무지에 모두 버리게 된다. 그 버린 옥수수로 인해서 황무지는 옥수수밭이 되어간다. 주인공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3년간 연락이 없던 여동생에게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자고 했으나 정신을 차려보니 저수동이었다. 그곳은 매립장이다. 그곳은 점점 몇 센티미터씩 가라앉기 시작한 동네이다. 그는 그곳에서 나와 어머니의 장래식을 가게 되고...

P.173~174

무리하지 않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닥쳐오는 일들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왔다. 일상이 다른 것도 없이 매일 같은 일을 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은 자신에게 다가온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살아오며 ‘평범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평범함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그 평범함의 기준이 높은 까닭도 있겠지만 남들보다는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용히 평범하게 살아가더라도 힘든 일은 한 번은 겪게 된다. 그러한 일들을 예상하지 못하면 인생에서 낙오자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미래의 일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내가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사람 일이라는 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7번째 이야기인 ‘조니워커 블루’에서는 현기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친구와 함께 국제시장 깡통 골목의 한 작은 가게를 턴다. 그곳에서 조니워커 블루와 여러 가지를 훔친다. 그리고 산 정상에서 친구와 마신다. 그 후 그는 그녀를 모래사장에서 만난다. 그녀와 점점 가까워진다. 그는 어느 날 그녀와 함께 바닷가를 걷는다. 그러던 와중 김목사라는 인물에게 당한다. 그리고 그는 납치되어...

P.179

조금 늦고 조금 빠르다는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같은 목적지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누구보다 늦을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누구나 죽음이라는 목적지가 있다. 어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빠르게 가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남들보다 더 건강해서 늦게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지는 누구나 공통이다. 건강하든 돈이 많든 마지막은 죽음 단 하나이다. 

8번째 이야기인 전망 좋은 방’에서는 주인공이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고래고기를 팔고 있다. 그곳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보게 되고 그는 구토를 한다. 그러고 그는 방황을 하다가 전망 좋은 방을 향해 가게 되고...

책 ‘라이프가드’는 8개의 단편소설이 있는 책이다. 각각의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한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것이 인생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책의 소개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거지요.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유지되는 거요.”라는 글처럼 여러 사람의 죽음을 각 단편 소설에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사는 것이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읽고,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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